우리 마님은 저랑 성격이 반대되는 면이 많습니다.


MBTI 검사에서 저는 보편적이고도 평범한 ISFP 타입이 나왔습니다. 물론 검사 결과 동점인 항목이 두개나 되고, 나머지 두가지도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아서 '나는 이중인격자도 아니고, 설마 다중인격자란 말인가?'라며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결과가 저렇게 나왔습니다.


반대로 우리 마님은 INTP가 나왔다더군요.


그래서 맨날 저를 구박합니다. N은 N끼리 통한다는 둥, N끼리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둥, 저랑은 N과 S라서 남극과 북극처럼 멀리 동떨어진 세상에 산다는 둥,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하다는 둥.... 뭐, 삼천리 금수강산 여행다녀 올 정도로 극과 극을 달린다며 차이점을 늘어놓습니다. 원래 N과 S는 서로 끌어당겨서 찰싹 달라붙어 잘 안떨어지는데.... 힝.


마님은 심리학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습니다. 상담심리쪽은 아니지만, 교육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많은 공부를 해서 저보다 훨씬 이론에 빠삭합니다. INTP의 성격을 가진 모든 사람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마님은 제가 옆에 있으면 심각하게 뭔가를 하다가도 심리 검사다, 테스트다 하면서 저를 괴롭히기 일쑤입니다.(-.-).. 때로는 제 말과 행동, 생활 모습을 심리적으로 분석해서 저를 후천적 애정결핍 겸 생활파탄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괜스레 자기가 해야할 일을 저한테 넘기거나 아니면 그냥 같이 옆에 와서 놀면서 이런저런 말을 하며 저를 깔아뭉갭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런 모습도 이뻐 보이는 걸..:)-


절대 아니라고 어디선가 '두고보자' 이를 갈 수도 있겠지만, 저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이제는 나도 말할 수 있어요! 물론. 웃자고 한 소립니다. 진짜라도 믿으면 곤란합니다. 저 그렇게 안 살아요~



아무튼, 어느 날 밤에 아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 살며서 다가가서 뒤쪽에 있는 침대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마님 뒤를 돌아보더니 제 옆에 앉았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홍두깨로 어퍼컷을 날리는 상황을 능가하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자기는 가만히 보면 질투심이 참 많은 거 같애."


순간 너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뭘 보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지. 난 윤희 너에 대해서 소유욕이 대단한 남자야. 당신이 딴 남자 만나고 다니면 무쟈게 질투해."


"이쁜 건 알아가지고. 언제 그렇게 질투했어?"


"당신은 다른 남자한테는 너무 잘해주면서 정작 남편인 나한테는 마구 함부러 하잖아."


"편해서 그렇지~"


음. 그 한마디로 다 용서가 된다, 용서가 돼.


조금 지나서 다시 마님은 검지 손가락으로 제 가슴을 콕콕 찌르면서 말했습니다.


"자기 솔직히 말해봐. 내가 보기에 자기는 가족 중에 누구누구에 대해서 비교의식을 가지고 질투하는 것 같애. 내가 직관적이거든? 딱 보기에 그렇게 보여. 빨리 사실을 말해."


"내가 그렇게 보이던? 캄캄한데서 콧구녕 쑤시며 코딱지 파다가 코피터지는 소리하고 있네."


그랬더니 우리 마님 재미있었나 봅니다.

잠시 웃더니 손가락 두개를 쫘악 펴서 제 눈 앞에 가져다 대면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뭔지 알아?"

"뭐긴 뭐야, 가위지. 나랑 가위바위보 하자고?"


그러자 우리 마님 말씀하시기를,


"예전에 어느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 밑에 연구원이 있었는데 그 연구원이 컴퓨터로 뭔가를 보고 있자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대. '뭔 그런 것을 보고 있냐! 눈구녕을 콱 뽑아블랑께' 자기도 눈구녕 확 뽑아버리기 전에 빨리 사실을 말해!"


우리 마님 갈수록 터프해집니다.

머지않아 제가 감당하지 못해서 온통 얻어맞고 살지도 모릅니다.

꺼이꺼이.


우리 마님 독심술이 이 정도입니다. 잘못하다가는 눈구녕 뽑히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질투심 많은 남자로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 살면서 열심히 주변을 살피며 '나는 오늘 누구누구에게 질투를 했다' 메모를 해서 집에 가면 마님께 들려줘야겠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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