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ies'에 해당되는 글 81건

  1. 2020/03/02 용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이유
  2. 2020/02/28 용비 이해와 오해 사이
  3. 2018/11/20 용비 조카 웨딩 사진 찍던 날
  4. 2017/12/11 용비 마님과의 취미생활
  5. 2017/04/05 용비 예린이의 돌직구
마님께서는 매일 아침, 분당 사옥 스포츠센터로 운동을 다니십니다.
출근 도장 찍으신 지 몇 년 된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최신 아이돌이 추는 춤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색다르게...
새롭게 비온데 춤을 시작했다고 매우 좋아하네요.
심지어 제 앞에서 새로 배운 춤을 보여 준다며 온 몸을 흔드십니다.

뭔가 이상하잖아요?
비온데 춤이 도대체 뭘까요?

그래서 제가 째려보며 물었습니다.

"비온데?"

아니, 춤 얘기하며 몸을 흔들면서 갑자기 날씨 얘기하니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마님. 저를 외계인 취급하십니다.

"먼 소리야? 비욘세 몰라, 비욘세? 엄청 유명한데?"

어.. 그래... 마님. 나도 알어. 비욘세. 얼굴은 모르지만.
그런데 당신 분명히 '비온데'라고 했다니까.

나이가 들어서 제가 잘못 알아들은 걸까요?
설마, 어째 귀가 잘 안들린다 싶더니...
내일은 마님께 귀지를 좀 파달라고 해야겠습니다...ㅠㅠ
그럼요. 당연히 귀지 때문일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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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Youtube를 통해서 좋은 컨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님께서도, 어느 날 그런 컨텐츠들 중에서 하나를 시청하셨나 봅니다.

가정의 화목은,
부부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 보다,
부부가 서로 얼마나 유사한지 보다,
부부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려 하는지에 달려 있다."
마님께서는 꽤나 격하게 공감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시청하신 소감을 말씀하시면서 저에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내가 당신을 너무 많이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한 거야."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2%가 부족했습니다.

"여보, 2해보다 조금 더 해서 3해는 해 줘야 더 행복하고 화목해 지지. 그렇다고 5해까지는 하지 말고."

평소 제 말을 듣고 재미있다며 검증해 주시던 우리 마님.
이번에는 제 말을 알아 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합니다.

전원 스위치를 누른 후, 깜빡거리다 불이 들어오는 형광등처럼,
잠시 고민하더니 나중에 쿨하게 반응합니다.

"디질래?"

어허, 여보. 그래서 얘기했잖아. 5해까지는 하지 말라고. 거기까지 가면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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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8년 11월 19일.

오랜만에 술먹고 늦게 집에 도착해서 착한 마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헛개나무 진액과 배를 먹으면서,
카카오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작은 누나가 글 하나 포스팅 해 놨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4살 때부터 함께 지냈던 조카 딸이 오늘 웨딩 사진을 찍었나 보네요.

포스팅에 여러 장의 웨딩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 누나. 어느 엄마처럼 멘트 하나 남겼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딸. 너무 이쁘지만, 왠지 많이 아쉽다.."

그 포스팅에는 '좋아요' 한표, 가족들과 지인들이 남긴 댓글이 16개 정도 달려 있었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4살 때의 지혜가 20여년이 지나 결혼 사진을 찍을 때의, 단 한번 뿐인,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최고의 순간에 찍은 멋진 사진을 보고 싶었습니다. 마구마구 스크롤을 내려가며, '역시. 이쁘게 잘 컸다. 우리 지혜'라는 감탄을 하며 정신없이 보고 있는 와중에....

왠 떡순이(?)께서 웨딩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의 사진으로, 연달아서....ㅠㅠ
웨딩 사진이고 뭐고, 댓글을 누가 달았는지에 상관없이 당장 스크롤을 맨 밑으로 내려서 새로운 댓글을 하나 달았습니다.

"멋지고 이쁜 사진 보다가 중간에 헉했다. 누나. 주책이야. 누나. 중간에 니가 왜 나타났어? 누나 너는 나랑 같이 나타나야지! 나도 없이 누나 혼자 중간에 떡하니 나타나니 내가 놀랬잖아!"

우리 착한 여동생. 걱정됐나 봅니다. 바로 댓글을 달았네요?

"오빠. 이 댓글 새언니 보면 안 되겠다. 오빠네 또 싸운다."

사랑하는 여동생, 정나윤. 얘가 아직 새언니를 잘 모르네요.

"야. 요즘 니 새언니 너무 쿨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니 새언니 너무 쿨해서 니 오빠 요즘 너무 춥다. 아주 그냥."
"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ㅋㅋㅋ"
"당연히 넌 잘 모르지. 요즘 니 오빠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어이구, 오늘도 술 먹고 늦었어? 집에 들어오다가 자빠지지 않았지? 자기 엉덩이는 멀쩡하냐?' 하면서 오빠 엉덩이 두들겨. 너무 맞아서 니 오빠 엉덩이만 튀어 나왔어, 요즘. 갑자기 오늘도 추워질라고 하네. 말리지 마. 나 오늘 내복입고 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제 엉덩이가 생각보다 많이 튀어나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아직 마님께 엉덩이를 덜 맞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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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6년 어느 때인가 사장님께 코칭을 받은 적이 있다. 코칭을 받은 부분을 요약하자면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는 회사 생활에서의 애로 사항에 대한 토로, 두번째는 첫번째와 연결되어 가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처신에 대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 두번째는 곧, 마님과의 관계성 형성에 대한 것이었는데, 평소에 마님께서 '우리는 너무 공통분모가 없다'라고 한 말에 대해 사장님의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적으로 정리한 부분은, 마님과 함께 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은 또 다음 2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첫째,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다.
둘째,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코칭 시 내가 내린 결론은 아내와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주말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장님 코칭 이후 1년 정도가 지난 후, 드디어 공통의 관심사를 찾은 것 같다.
지난 토요일, 일요일은 tvN의 '비밀의 숲' 드라마 16부작을 시청하는 시간이었다.

맥주에 과자 안주, 과일 안주까지 마련해 놓고, 애들은 강제로 자라고 방에 보내고 불 끄고, 우리는 안 방에서 일요일 새벽까지 같이 드라마를 시청하며 울고, 웃고, 중간에 허리 아파서 방바닥을 한번씩 굴러주고(?)...

그러면서 우리 마님 나를 보며 소리쳤다.

"남자가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많아지면서 드라마 보며 운다던데, 드디어 당신도 그 대열에 들어 왔구나? 이거 큰일났네. 우리 남편 드라마의 재미를 알게 되었는데, 맨날 질질 짜면 어쩌지?"

어쩌긴. 마님도 옆에서 같이 울어야지.
근데 정말 질질 짜게 되면 곤란한데. 설마 내가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

그런데, 솔직히 드라마가 재미 있었다. 여태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던 드라마. 그래서 TV도 잘 안보던 내가 왜 이렇게 드라마가 재미있어 하게 되었는지 사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2017년 드라마 시청율 순위 기준으로 5개의 차기 시청 후보작(?) 리스트를 뽑아 놓았다.

다음 번 마님과 시청할 드라마는 '피고인', '시그널', '더 패키지', '조작', '고백부부'.

이 정도면 이번 겨울은 따끈따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대전에 내려갈 때면 시청하기 위한 준비를 해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할 뿐.

결혼 13년만에 공통의 관심사를 찾았다. 드디어. 푸하하하.
정말 재미 있는 드라마가 없어질 때쯤이면 내가 시나리오 하나 써서 마님과 같이 연기에 도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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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일. 만우절.

우리 가족은 아침부터 느긋하게 대전에 내려갈 준비를 했다. 대전 외가를 방문하기 위해서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가족이 사용하던 거실에 있던 쇼파.
 
14층 아파트에서부터 1층에 주차해 놓은 차까지 열심히 날랐다. 너무 오랜만에 힘을 써서 오른쪽 등짝 근육이 꼬일 정도로. 숨을 쉴 때마다 뜨끔한 통증이 나를 울렸다. 역시 평소에 운동을 할 껄 그랬나 보다.(-.-)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3장 연짱 붙인 것은 결혼하고 12년 만에 처음이다. 얍실한 몸매지만, 힘쓰는 건 자신 있었는데. 흑.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7인승 올란도 2열까지 접어야 겨우 쇼파를 뒤에 실을 수 있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예람이와 예린이는 그냥 쇼파에 앉아서 대전까지 가야 했다.

솔직히 나는 은근 소심하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메지 않은 사실을 들켜서 벌금과 벌점을 받게 될까봐 국도로 가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마님도 은근 소심하다.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생각보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약 3시간 반 정도 후에 대전 유성에 도착했다.

대전 유성에 진입할 즈음, 뒷자석에서 "언제 도착해?"라고 수시로 물어보며 정신 사납게 보채던 우리 따님. 뭔가 얘기를 하다가 만우절 이야기를 했다. 나는 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우리 딸. 만우절도 알아?"
"당연하지. 거짓말해도 되는 날이잖아?"
"오호라! 그렇취~"
이때부터 나의 전성 시대(?)에 있었던 만우절 에피소드 강의가 시작되었다.
"캬~ 아빠가 어렸을 때는 만우절날 수업시간에
선배들하고 자리바꾸고 선생님한테 얻어 맞고,
옆반하고 자리바꾸고 선생님한테 얻어 맞고,
선생님들께 선생님 찾는 연락왔다고 구라치고 교무실로 돌려보냈다가 얻어 맞고, 기타 등등등."
이상하게 이야기의 끝은 얻어 맞는 걸로 정리됐지만, 결론은 "공식적으로 거짓말 해도 되는 날!"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똘똘한 우리 딸.
바로 돌직구를 하나 날렸다.
"엄마! 엄마는 너무 날씬하고 정말로 예뻐!"
어머. 아니 얘가, 겁도 없이, 감히.....(-.-)
운전하는 도중에, 순간 움찔했다.
옆자리에 앉은 마님께서 딸아이가 던진 돌직구를 받아주는 포수가 될지, 받아치는 타자가 될지 걱정되어 돌아보니, 다행히 주무시고 계셨다. 아 정말, 겁나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왜 내가 놀라야 하는 거지? 아, 나 엄청 소심해졌구나.

사랑하는 이쁜 우리 딸, 예린아.
아무리 사실에 근거한 돌직구(?)라도, 던질 때는 사람과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한단다.
그리고 가끔 커브나 싱커, 슬라이더 같은 것도 던지고 그래라.
엄마는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심기가 불편해지면 아빠가 심히 곤란해 진단다.
나 좀 살려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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