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양자택일.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52 용비

따스한 햇살이 마음 속 포근함을 자극하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시원한 차 한잔의 여유를 생각나게 하는 요즘.


생동하는 봄을 맞아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러 들로, 산으로..
아니 지금은 낭만을 찾는 분야가 달라져서 어쩌면 극장이나
연극, 기타 등등.. 문화 생활을 누리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어, 아무튼 꽃피는 봄이 와서 놀러댕기고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역시 생존을 위해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고생하는 이들이 대다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날 아무리 삶의 여유가 있고, 놀이 문화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매일매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는 없을꺼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필히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느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은 바로 스트레스닷!' 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던데... 굳이 스트레스든 뭐든 따지지 않더라도, 뭐든지 풀지 않고 가슴에 쌓아두면 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저 또한 스스로는 스트레스가 뭔지 '나~는 잘 몰라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아니 실제로 그렇게 여기면서 살고자 노력하지만, 역시 현실의 장벽은 너무나도 무겁고 높기만 해서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풀기 위한 나름 방법도 있지요.
그것이 다름 아닌 '무협-판타지 소설 읽기' 내지는
'애니메이션이나 재미있는 영화/드라마 보기' 입니다.


그런데 그게 좀 심했나 봅니다.

우리 마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광고를 하고 다닙니다.


'나는 중독자 남편하고 살고 있다!'


실제로 공부하기 위한 어학자료 용도로 구매한 PMP를
열심히 애니 시청과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라. 이거 우리 마님께 알려지면 뺏길지도 모르는데.. 어흑.


제가 생각하기에도 어느 정도 사실이니 달리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저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난 마님한테 이쁨받고 있어요.'(O.O)b


우헬헬헬.
설마, 대놓고 '그건 너만의 착각이야'라고 반박하진 않겠죠.
윤희야. 오빠 믿어도 되지? 응?
뭐? 혼자 똥싸고 있다고?
그럼 똥은 혼자 싸지 더럽게 둘이 싸냐!(-.-)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흑흑.
제가 대학 다닐 때 같이 교회를 다니던 대학 선배님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참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상하게도 주제가 '똥'으로 흐르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똥'으로 계를 하는 모임은 절대 아니구요,
그냥 뭐 그렇다는 얘깁니다.(-.-) 아무래도 저도 모르게 제가 거기 물들었나 봅니다. 이야기 중에 저게 안 나오면 얘기가 진행이 안되요. 그래서 요즘 우리 부부도.. 흑흑흑. 어라. 이거 비밀인데!)


하지만, 요즘은 영어회화 공부 겸사겸사해서 MP3도 듣고, 영어 자막으로 미국 드라마도 보고... 요즘 들어서 특히 시간을 아껴서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20대에 직장 생활할 때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 성경 말씀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제가 근무하는 분야의 신기술 동향에 대해서 나름 고민하고 조사하고, 영어로 된 책도 보고 공부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하고 있거든요.


하나님께서 문제 의식을 갖게 하셔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흠. 결정적으로 마님이 제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하더군요. 역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타이밍은 절묘하시다니까요.


요즘 우리 마님은 주말 드라마 '행복한 여자'를 아주 심도있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석사 학위 논문을 쓰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요즘에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서 봅니다.
물론 그럴 때 저는.... 그냥 옆에서 같이 봐요. 힝.

그 드라마에서 언젠가 여자 주인공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태섭씨와 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누군가 저에게 말한다면... 전 은지에요..'


드라마가 끝나고 마님은 다시 논문을 쓰러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전 아들이랑 같이 놀다가 아들 재워놓고서는....

판타지를 읽고 있었죠. 책을 다 읽었습니다.
요즘 노트북 아주 좋습니다. 무선 인터넷 다 됩니다.
화장실에서도 인터넷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어버린 저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자
노트북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인터넷 연재 소설을 읽었습니다. 너무 오래 있었나 봅니다.


잘 자던 아들 녀석. 괴성을 질러댑니다.


(순둥이던 예람이가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으면 소리를 빽 지릅니다.

이녀석 때문에 들켜부렀습니다. 어흑.)


마님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자기야~ 똥 싸다 죽었냐? 뭔 똥을 그렇게 오래 싸~~~'

'응. 곧 나가아아아아~~~'


노트북을 들고 조용히 나오려던 저는 아들 예람이를 보려고 거실로 나와있던 마님한테 들켜부렀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랬겠어요? 으흑흑. 순전히 스트레스 풀려다가 그랬다니까요!


마님 조용히 저를 불렀습니다.
마침 아까 본 드라마의 여주인공 대사가 인상 깊었었나 봅니다.
제게 최후통첩(?)을 하더군요.


'자기는 나야, 무협소설이야?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


그래서 저는 아주 심각하게 대답했습니다.


'만약 윤희냐, 무협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누군가가 저에게 물으신다면요.... 저는...'


물론 세상 그 어떤 선택 대상과도 윤희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제 인생의 반쪽인데 비교 대상이 될 수가 없죠.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가 '저는 윤희에요' 이렇게 대답했다가는 무협이나 판타지하고는 영원히 빠이빠이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마님 끌어 안고 매달렸습니다.


'저는.... 아잉~~~'


(제가 원래는 안 그렇거든요?-.- 진짜로 한 성질하거든요? 나름 고집도 있걸랑요? 아, 진짜. 정말이라니까요!)


어이가 없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웃겼는지..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던 윤희가 조금 봐줬습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워? 엉?  그럼 내 특별한 날들은 보게 해 줄께.
아니 내가 빌려다 줄께.'


그래서 저는 '아싸. 작전 성공'을 속으로 외치면서 물었습니다.


'특별한 날, 언제?'
'당신 생일 날'


썩을. 그럼 일년에 한번 뿐이잖아!
결국 생일 선물이 무협 소설 빌려다주고 읽으라는 건데..

이게 뭐야.(ㅜ.ㅜ)


안 그래도 요즘 시간을 내서 성경 말씀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그 기회를 만들어주신 거라고 좋게좋게 생각하고 열심히 한번 살아보려 노력하려고 합니다. 또한 스트레스는 평소에 풀어버리고 집에는 가지고 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도우시도록 기도 많이많이 해주세용~~~ 우히히.


하지만...
세상 아내 여러분.
아무리 우리 삶이 선택의 연속이고,
또한 선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양자 택일을 해야할 순간에는 남편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쫌 주셔용. 히이잉.
양자 택일.. 무쟈게 어려운 거 중에 하나라니깐요!

그리고..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아니라,
사나이가 대답하기 곤란해 할 것 같은 질문이라면,
미리 짐작해 보시고 한번쯤은 그런 질문을 피해주는(!)
그런 센스도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한가지 양념이 아니겄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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