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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7 용비 09. 50원? 500원?
  2. 2009/11/17 용비 08. 오뎅 네개와 보내기 한판
  3. 2009/11/17 용비 07. 사고치다.
  4. 2009/11/17 용비 06. 신(新) 맞고.
  5. 2009/11/17 용비 05. 뮤지컬을 보다

09. 50원? 500원?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41 용비

이제 정말 봄이 코 앞이다.

하루가 갈수록 밤과 낮의 길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내 옷차림을 보면 된다.

조금만 추워도 내복에 오리털 파카로 중무장을 해야 하는 내가,
이제는 내복에 목티, 두툼한 청자켓으로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복장으로 보면 이전과 별 차이 없을래나?-.-

그래도 내가 입고 있는 옷 목록에서 오리털파카가 없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집 거실 창밖으로 내다보는 야경은 참으로 일품이다.


멀리 보이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불빛, 훤하게 트인 도로와 내려다보이는 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조명들은 마음을 절로 평온하게 한다.


지금도 푸근하지만, 이제 조금 더 지나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푸르름을 덧입을 때가 오면 드디어 나의 계절이 돌아온다. 경배하라, 왕따교도들이여! 아하하하~~~


어쨌든 오늘의 이야기는 이렇게 점점 내 곁으로 다가오는 싱그러운 봄 내음과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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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마님은 몇가지 심각한 고민이 있다.


그중에 가장 큰 고민이라면 당연 석사 졸업 논문일 것이다.
그날도 마님은 석사 논문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돌아댕기고 있었다.

서재에서 컴퓨터로 열심히 검색하고 있는 마님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심심했다.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찾고 있는 사람 건드리면 혼날까봐 한참을 지켜보기만 했다. 점점 더 심심해졌다. 그래서 참다참다 뒤에서 덥썩 끌어 안았다. 역시나.... 상당히 귀찮아했다..(-.-)..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야!"


작전을 바꿨다.
마님의 고민에 동참하는 시늉을 하고자 부드럽게 말했다. 실제로 부드러웠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여보, 논문 때문에 고민 많지? 제목 정하는 게 쉽지 않은가벼. 내가 기도해줄께. 차근차근 같이 찾아보고 안되면 교수님한테 도움을 구하자."

여기서 잠깐만~. 우리가 서로 여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남들은 어머, 닭살이야. 니들이 벌써 결혼하고 나서 10년을 살았어? 노인네들이야? 기타 등등. 말들 참 많다. 그렇지만 난 닭살 좋아한다. 매주 치킨을 먹을만큼. 그리고 우린 둘이 있을 때만 저런 자연스러운(?) 호칭이 나온다. 음화홧!


물론 남들 앞에서는 말 못하지. 닭살스럽게 어떻게 많은 이들 앞에서 '여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아직 우린 청춘이거늘! 안 그래 여보?

아무튼 작전이 성공했나보다.


'정말 너무너무 고민된다'는 표정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마님이 뒤돌아보면서 내 눈을 마주 봤다.

오, 좋아. 아싸, 드디어 관심을 나한테 돌렸어~

이제부터 뭔가 썸씽(?)이 이루어....질까?


한참을 우리는 눈싸움(?)을 했다. 그러더니 아내 얼굴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오옷~ 바로 이거거든!'

적당한 기대와 적당한 흐뭇함과 적당한 희망, 상상, 기타 등등.
'과연 이 다음 순간에는 어떤 사건(?)으로 진행될까?' 라는 생각에 내 가슴은 뛰었고, 내 머리는 달과 별을 보다 못해 우주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은 참 늦게도 흘렀다. 정신 차리고 마님을 쳐다보니 아직까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게 아닌가.

'아니 내 얼굴이 뭔가 이상한가?'

'음, 아니야. 내가 너무 잘생겨서 그런걸꺼야.'
'에이. 쑥쓰러워하기는~ 얼른 다가 와라. 얼른!'

마님이 쳐다보고만 있자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한가지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속타며 기다리고 있는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는지 마님은 웃으면서 귀여운 목소리로 멘트를 먼저 날렸다.

"자기, 콧구멍 너무 크다~"

'그렇게 부끄럽더냐~ 키키키. 우린 이제 부부야. 무슨 말이 필요해!'


머리속으로 별별 상상을 다 하던 나는 들리는 목소리에 우주에서 지구로 바로 귀환했다. 순식간에 귀환하긴 했는데...

방금 들은 말이 얼른 이해가 안됐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거기서 콧구멍 얘기가 왜 나와? 그런데 콧구멍이 어쨌다고?

순전히 우주 여행을 너무 오래한 탓이다.

내가 얼떨결에 해서는 안될 말로 대답을 한 것은.

"야아~ 그래도 50원짜리도 안 들어가!"

아, 이런 썩을. 이게 아닌데.
순간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이 왜 하필 저거냐?(-.ㅜ)
아무튼 우리 마님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뭔가 있어보이는 꿈은 개꿈이 되고,
심각한 얘기는 별거 아닌게 되고,

내가 진행하려던 이야기는 판타지 얘기가 되고,

평소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만큼 나 자신이 이상해진다.

아니나다를까, 마님이 반격을 했다.

"에이~ 뻥치네. 500원짜리도 들어갈 것 같구만.

자 한번 확인해 보자. 돼지코 만들어봐."

윤희를 뒤에서 안고 난 후 조금 물러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사이는 상당히 가까웠다. 그래서 내 코를 돼지코로 만들려고 달려드는 윤희를 피해서 나는 결사적으로(?) 뒷걸음질쳐야 했다.

검지 손가락을 세운 상태로 내 콧구멍에 그 손가락을 쑤셔 넣기 위해서 달려드는 윤희. 윤희를 피하기 위해 앉아서 뒤로 물러나는 내 모습.


뭔가 러브러브한 모드를 상상했던 내가 또다시 바보가 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왜 상황이 콧구멍을 찔러보고, 그걸 방비하는 상황으로 변질된 것일까?(-.-);

이 글을 읽고 아마도 오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쟤네들 수준 참으로 유치하다. 결혼한 부부 맞어?' 라고.

우리 부부는 평소에 절대로 이렇게 놀지 않는다.
우리는 대부분 진지한 대화와 고민, 그리고 사람의 내면, 신앙, 철학, 상담, 기타 등등에 대해서 심도 깊게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키워간다.

다만, 우리는 아주 가끔, 일주일에 한 3일 정도만 이렇게 논다.
음... 그런데 내가 서울에서 3일, 대전에서 아내와 함께 4일을 지낸다. 히잉. 아니아니. 순전히 봄이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한 봄을 보내기 위해서는 봄맞이 액땜을 해야하지 않겠는감?

그런데 사실.... 갑자기 확인해야할 일이 생각났다.
내 콧구멍이 그렇게 큰 걸까?(-.-)
거울보고 한번 재봐야할까 보다. 왜냐고?


음.. 나도 50원짜리가 내 콧구멍에 들어갈지 어떨지 상당히 궁금하다. 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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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 다가왔다.

비록 종일 매섭던 추위는 이제 물러가고 낮에는 오히려 푸근한 기운이 있지만, 그러나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고, 새벽에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요즘 들어 감기에 걸리는 이들이 많은 것이 반드시 인간이 연약해져서만은 아닐 것이다.

신입생 입학식에서 모든 감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누군가가 만들어 낸다면, 그 사람은 노벨의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다던 하버드 의대 어느 총장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감기약이나 만들어서 팔아볼까?

대전에 내려 가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나와 부랴부랴 분당선 야탑역 가는 지하철을 탔다. 퇴근 시간이라서인지 사람들이 어지간히도 북시럭댔다.


평일이기 때문일까? 반대로, 성남시외버스터미널은 한산했다. 오후 7시 20분에 유성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눈을 감았다. 잠깐 잠들었나 보다. 눈을 떠보니 서울 톨게이트였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창밖을 내다보니 차가 주우욱 밀려 있었다.

'이런. 빨리 가는 건 고사하고 제시간에 도착하기도 힘들겠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마님의 기분이 언짢아 보여서 일찍 도착해-그래도 밤 9시는 넘겠지만- 식사도 같이 하고 충남대 캠퍼스도 거닐고 싶어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조금 차질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도 버스 안에서 어찌할 길이 없어 마음 편히 먹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요즘 들어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고, 계속 몸이 피곤하다. 한참을 꿈나라 여행하고 돌아와보니 회덕을 지나 유성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으로 마님의 호출이 왔다.
'나 지금 집에 들어갈래.'

밤 11시까지, 아니 나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도 교회에서 공부를 하겠다더니 어지간히 힘들었나보다. 그래도 거의 도착했는데 이왕이면 집에 같이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이제 한 5분 정도면 도착해. 충대 앞에서 보자.'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나 핸드폰 집에 두고 왔어.'
'그래. 알았어. 내가 충대 앞으로 갈께.'

우리는 그렇게 통화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충남대 정문에서 유성 사거리쪽으로 한참을 내려오다 보면 홍인호텔이 있다. 버스는 대전정부청사를 가기 전에 홍인호텔 건너편 간이 정류장에서 정차했다. 내려서 충대정문으로 걸어가는데 꽤 추웠다. 내복을 입었는데도. 그래도 부지런히 걸어서 충대 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의 모든 사람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아도 찾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도착 안했나보다. 생각해보니 배가 고팠다. 추위에 따뜻한 국물 생각도 났고.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자동차에서 오뎅파는 아저씨에게 다가가서는 하나에 500원하는 오뎅을 먹었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수많은 학생들 틈에 혹시나 우리 마님이 계실까 두리번거리기를 얼마나. 오뎅을 4개째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수화기 건너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짜증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나 지금 충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와?'

'어라? 나 지금 건너편 횡단보도 앞에서 오뎅 먹고 있는데?'

'뭐야, 지금. 난 추운데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뎅을 먹고 있단 말야?'

'난 집에 간다고 해서 충대 앞 버스 정류장으로 올줄 알았지.'

'자기가 충대 캠퍼스 산책하자면서?'


어라. 왜 얘기가 그렇게 돌아가냐.(-.-).

집에 가는 게 아니었어? '얘 많이 화났을 수도 있겠다.'

부랴부랴 계산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충남대 정문에서 보기로 해 놓고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혼자서 따뜻한 오뎅을 먹고 오니 좋더냐는 소리를 들었다. 비록 짜증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어라. 그래도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닌데.

나는 집에 들어가는 길에 충대 앞에서 만나자고 했으니 당연히 버스 터미널로 올 줄 알았다. 도착해서 찾아보니 사람은 없고,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연락할 방법은 없고, 춥고 배고픈데 바로 옆에 오뎅 파는 차는 서 있고. 그래서 오뎅을 먹고 있었는데. 단지 그것 뿐이었는데.

그래도 추운데 오래 기다리면 기분이 나쁘겠지. 구차하게 이런저런 변명을 해서 무엇하리 하고서는 '에이. 삐졌냐?' 하면서 뒤에서 껴않았더니 '비켜!' 하면서 나를 뿌리쳤다. 덕분에 내 가방은 땅바닥에 헤딩하는 신세를 졌고.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어쩌라고! 짜증나~'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내 머릿속을 맹렬하게 뒤흔들었다.

'왜 자기가 짜증나? 다 자기 잘못이면서.'

음. 그게 전부 다 내 잘못이었나? 집에 들어간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충대 앞에서 보자고 통화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 것도 내 잘못이고, 기다리다 춥고 배고파서 오뎅 네개 먹은 것도 내 잘못이고, 핸드폰이 없어 연락을 못한 것도 내 잘못이고, 오뎅 먹으면서 충대 정문을 찾아갈 생각은 안 하고 혹시나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있을까 싶어 뚫어져라 여기저기 몇번이고 두리번거리며 찾은 것도 내 잘못이고, 그래도 기분 풀어주겠다고 서울에서 유성으로 퇴근하여 괜히 마님을 기다리게 한 것 그 자체도 내 잘못이고...

이게 뭔가 싶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어느 구석에 숨어 있던 뭔가가 욱하고 치밀어 올라왔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참을 인자 세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그러나 난 화가 났을 때는 그 자리를 피하는 편이다. 소모적인 감정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충대를 산책하려는 생각이었는지 버스 정류장과는 반대쪽으로 가는 윤희에게 '너 혼자 가라.' 그렇게 말하고서는 바로 뒤돌아서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 추위에 40여분을 기다렸다. 집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으로 오겠지.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마님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집에 갔나보다 생각하고는 충남대 캠퍼스로 올라갔다. 가는 길에 농구코트에서 농구를 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 자리에 서서 구경하기를 얼마나. 눈은 농구를 보고 있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비록 마음은 상했지만, 후회가 됐다. 왜 그 순간을 넘기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너그럽지 못하고 속 좁게 행동했을까. 아내의 입장에서는 충대 앞에서 만나자는 얘기가 산책하자는 뜻으로 알아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 생각을 그 순간에는 못했을까.


난 아직도 멀었다. 그 순간에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지 못하고 혈기에 치우쳐 상처를 주고 받은 나는 어른이 되려면 정말 아직 멀었나 보다. 하나님께 하소연하고, 기도하고, 이런저런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며 충남대 캠퍼스를 걸어 올라갔다.

택시를 타고 집에 먼저 간 마님 또한 한시간 넘게 연락이 없으니 내가 걱정됐었나 보다. 조금 있다가 들어가겠다고 통화를 하고서는 한시간 정도 걸려서 집까지 걸어갔다. 집에 들어가보니 아내 윤희는 서재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씻고 안방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건너편 서재에서 웃으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아내 목소리가 들렸다.


두 눈을 감고 있으려니 슬펐다. 심력을 너무 써서 그랬을까. 침대에 누운지 얼마 안 돼서 잠들었다. 대전에 내려온 원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기억을 않은 채로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서 새벽에 일어났다.

씻고 나오다보니 불빛에 어스름하게 보이는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예뻤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잠이 깼나 보다. 아내가 침대에 누워 안아 달라면서 팔을 벌렸다. 가볍게 안아 주면서 더 자라고 말하고서는 출근했다.

같이 저녁먹고 충남대 캠퍼스를 거닐며 대화를 나누자는 계획으로, 한손에는 아내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음료수를 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으로 집에 내려왔는데, 결국에는 오뎅 4개 먹고 보내기 한판으로 아내를 집에 보내버린 결과가 되었다.


누가 말했는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말 그대로다. 물은 언제 칼로 베였냐는 듯이 다시 합해지지만, 그건 단지 결과일 뿐이다.


아무리 원상태로 돌아가는 물일지라도 칼로 베이는 그 순간에는 참으로 고통스러웠으리라.

아무리 칼로 물베듯이 다시 원상복귀되더라도 결코 다음부터는 부부싸움이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싸움이 없기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지금보다 좀 더 너그럽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한편 오뎅 네개에 보내기 한판인데 오뎅을 한 열개쯤 먹었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그때는 내가 지구를 떠나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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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사고치다.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39 용비

정말 오랜만이죠?^^..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써 놨던 글을 하나 올립니다.

이거 쓰기 점점 힘들어지네요. 우헤헷!


오늘은 용비가 한 명의 가장이 되기 전에 필수적으로 통과해야만 했던 사건(?)에 대해서 나름대로 돌아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훨씬 더 여유를 가지고 멋있게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역시 되돌아보면 웃음과 유쾌함이 기억 한켠을 차지하고 있네요.


자, 그럼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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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정말로, 정말로.... 사실이긴 하지만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행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장렬한 고백이기도 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여!
에.. 뭔 일이 있었는지 겁나게 궁금하고 의미심장하여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그것이 뭐였는고 하면.... 그러니까...


"이론으로만 연애 9단" 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던 용비, 이름하여 정용섭이라는 사내가 생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명의 여인 앞에서 직접 프로포즈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음?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그냥 "결혼하자" 이랬냐고?


원래 세상의 모든 발전은 궁금히 여기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는 하지 말자. 잘못하면 마음을 다쳐 벽 쳐다보고 눈물 흘리는 처녀, 총각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만, 나랏말싸미 둥귁에 달라.... 음... 그 다음이 뭐였더라...(-.-) 암튼 평소에 '정말 착하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사는 용비에게 주변 사람들을 어엿삐 여기는 마음이 있어 조금 그 내막(?)을 밝혀 보고자 한다.


이제 시간을 되돌려 그 날로 날아가 보도록 하자.

2005년 02월 27일. 그 날에는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앞서 얘기한 "신 맞고" 사건이 그것이다.


동부 고속 터미널에서 혼나고, 유성에서 무릎에 옆구리를 걷어 채이던 바로 그날, 빈약한 몸에 여러번 걷어 채인(?) 용비를 구윤희 마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셨다. 그래서 다른 사무실 사람들을 모두 돌려 보내고, 단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주시려고 특.별.히. 시간을 내신 것이다.


마님 왈, "우리 어디 갈까?"


평소에 여인네와 연애를 해본 적은... 물론 없고, 상상과 이론으로만 단련된 용비의 머릿 속에서는 당연히.... 정말 맹렬히, 최선을 다해서, 정열적으로 머리를 굴려 봤지만, 결론은 '모르겠다' 였다. 결코 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경험이 없어서 당황한 나머지 머릿 속이 깨끗해 진 것일 뿐이었다. 물론 어딜가지? 라는 고민은 했다. 아주 조금.


어라? 너 바보냐고? 아니, 그게 사실이냐고? 흠. 평소의 내 모습이라며 못 믿겠다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흥? 안 들려! 누가 뭐래도 난 떳떳하다. 난 세상을 따 시키며 홀로 푸르른 "독야청청 용비불패" 왕따교 교주니까 누구 말도 안 들을꺼다.


답답했던지 마님 왈, "영화 보러 갈까? 아니면 차 마시러 갈까?"


여전히 갈바를 못잡고 있던 용비. 내린 결론이 그나마 자주 가봐서 익숙한 곳을 택하는 것이었다.


"그냥 우리 궁동 가자."


아무 생각없이 내뱉었는데, 말하고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둘이서 맥주 한잔 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마님께서는 끝까지 포기치 않으시고 용비를 친히 이끌어 가시는 친절까지 베푸셨다.


"택시 타고 가자!"


물론 용비 기억에는 당시 누가 택시비를 냈는지, 술 값을 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아무려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질 않는가? 술이란 것은 분위기를 돋구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경계를 허물어 조금은 솔직해지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누구든지 - 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분위기 탓인지 도무지 알 수 없긴 하지만 -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세상 밖으로 흘려 보낸다. 그리고는 서로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을 좀 더 친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하나님께서는 잔치에 포도주를 사용하도록 하셨고, 예수님께서도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시면서까지 잔치를 축복하셨으리라.


비록 포도로 만든 술이 아니라 우리는 보리로 만든 술을 마셨고, 잔치에서가 아니라 둘이 있는 자리에서 마셨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잔치가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니네들만의 리그였다' 라고 외치며 자기를 안 끼워준 것을 맹렬하게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바로 연애다. 어딜 낄려고? 콱 그냥! 아쉬우면 연애해!!


맥주를 마시면서 윤희 여사는 뭐라고 뭐라고 좋은 말들을 많이 했다. 나도 혀 꼬부라질 때까지 뭐라고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다.


내가 혀를 꼬아서 뭐라고 하자, 윤희 마님 하시는 말씀.


"술 취한 모습이 귀엽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져서 뻘쭘하던 나는 역시 꼬부랑 말로 대답했다.


"쫌만 기둘려... 나 화장실 댕겨 오께. 너 여기 꼬오옥 있어야 돼에에에."


(정말로 화장실 가고 싶었단 말이에유..-.-.. 결코 쑥쓰러워서 그 자릴 피한게 아니에유.)


음. 내 모습이 조금 귀엽긴 하지만, 술 취한 모습은...

잘 모르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횡설수설하며 길바닥에 널부르지고 여기저기 헤딩하고 다니는 나를 어깨동무해서 집에 데려다 주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왕따교주다. 안 들린다고오오오오!!! 그리고 기억에 도 없는 일들은 내가 알바 아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면 더렵혀진 옷, 찢어진 잠바, 깨질 듯 아픈 머리, 여기저기 찰과상 입은 상처들을 보면 아주, 아주 조금은 사실은 듯도 하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술을 마셨다 하면 땅이 나랑 난리 부르스를 치자고 달려드는데, 힘이 없는 내가 끌려 갈 수밖에... 흑흑. 그래서 난 미끄러워 중심 잡기 힘든 겨울이 너무 싫다. 히잉....


커흠. 아무튼 그렇게 술자리가 이어지고, 분위기도 좋고 - 나보고 귀엽댔어유. 히히히히. -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감정이 깊어져 갔던 시간 이후로...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의 자리도 파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구윤희 여사를 바래다 주었다.


세상에서 남자가 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삶이 윤택해지고 문명이 발전할수록 남자들이 가슴으로 기대 울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어허, 슬픈 일인지고...


갑자기 뭔 말인고 하니, 그래서 용비의 대학 시절에 하나님 앞에서 두가지 약속한 것이 있다. 첫번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로 눈물 흘리는 것을 보이지 않겠다. 오직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평생의 룸메이트 앞에서만 눈물 흘리겠다." 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평생을 같이할 사람, 아내될 사람에게 첫키스를 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음? 감 잡았다고? 푸캬캬캬캬. 아이. 부끄러워라.


그렇다. 윤희 여사를 바래다 주는 길에 그냥.. 프로포즈를 했다.
하나님께 약속한 그대로. 음헤헤헤헤헤헤.


물론 평소라면 절대로 못했을 거다. 그치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는가? 술을 마셔서 없는 용기도 생겼고, 바래다 주려고 내린 아파트 단지 앞은 한적했다.


연애를 하다보니 '이런 사람 다시 어디가서 만나긴 힘들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평생을 살아가다 보면 생기는 갈등으로 인해 투닥거리는 것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의 구윤희 여사께서도 그 당시 그게 나의 프로포즈였는지 알고 있었나 하는 것은 별로 자신없다. 분명히, 술 마시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뒤로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서 경험하리라고는 상상못했을 것이다.


하여간, 어찌됐건, 용비는 프로포즈 하고 나서 갑자기 꼬이던 혀가 풀리고 무겁던 머리가 맑아지며 흐릿했던 정신이 말똥거리는 "기적"을 체험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막상 일을 저지른 사람도 나지만 더 정신없어 하는 사람도 나인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남자이지 않는가!


용기를 내서 구윤희 여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웠다. 그래서 얼굴은 윤희 여사의 정면에, 두 눈은 윤희 여사의 두 눈에 맞추고 시선의 초점은 사팔뜨기 눈을 했다. 다행히 어두워서 안보였는지 윤희 여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안했다.


그런 상황에서 용비는 최대한 진지하게 말했다.


"비록 꽃이 없고, 이벤트도 없고, 집앞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지만, 말했던 것처럼 이것이 결혼할 사람에게 하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한 나의 첫키스야. 지금 나 정용섭이 구윤희에게 프로포즈 하는 거야. 받아주겠어?"


이렇게 멋있게 말했다면 좋았겠지만, 아니 더 화려하고 감동넘치는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말했다면 정말로 좋았겠지만, 말했다시피 당시 나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처럼 말했다.


"내 프로포즈야. 결혼하자."


그에 대한 대답은 윤희 여사에게서 들리지 않았다.
다만, 다시 한번 키스를 했을 뿐이었다. 캬아아아아. 부끄부끄~~


남자는 단순하다. 그래서 확실한 답을 얻기를 원한다.
집에 들어가기 전 윤희에게 물었다.


"나랑 결혼하겠다고 승낙한 거 맞지?"
"응"


아싸!
그날 난 어떻게 집에 들어가 잤는지 기억 안 난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어두운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가슴 설레임과 홀가분하고 유쾌하고 즐거움으로 하나님을 생각했던 그 때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상상하지 마시라! 부러워하지도 마시라!
분명히, 결혼한 모든 사람들은 경험했을 것이고,
앞으로 결혼할 사람들도 경험하였거나 할 것이고,
연애를 하며 행복한 결혼을 꿈꿀 모든 이들이 경험할 것일 뿐이다.

다만, 내가 그 당사자이기에 그 순간에는 내가 주인공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정용섭-구윤희 부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추억, 용비의 사고친 현장에 대한 간단한 사건 보고를마치고자 한다..(^___^)


나보고 이론으로만 연애한다고 하시던 분들!

어때요? 나도 하고자 하면 한다구욧!!!

난, 이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문무겸전의 완벽한 연애 박사,

이름하여 진정한........ 카사노바인가?... (ㅜ.ㅜ)


(여기서 왜 이런 단어밖에 생각이 안 나는 것이냣!!!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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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신(新) 맞고.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38 용비
이 이야기는 절대로 요즘 유행하는 재미있는 새로운 고스톱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제목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은 참..... 시대를 앞서가는 센스가 있다....
(그렇다... 나 용비도 사실 고스톱 생각이 난다.. 우키키키킥.)

물론 용비가 고스톱 게임을 재미있어 하기는 하지만,
일상 생활을 고스톱 게임에 대비시킬 만큼 도박을 좋아하...한다.

험험. 아무튼 이 이야기는 '신세대 윤희 여사에게 용비는 얻어맞고, 욕 먹다' 라는 말의 준 말이 바로 "신 맞고"라는 제목의 본래 뜻이다.

자, 그럼 요번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자.

2005년. 02월 27일.

이 날은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나서, 구윤희 여사께서 처음으로 나를 만나러 황송하옵게도 대전 동부 고속터미널로 납신 날이다.

밤 7시가 조금 못된 시각. 대전 교차로 5층(확실하지 않다.)에 있는, 우리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는 양재헌은 퇴근 준비를 하는 용비의 분주한 손길로 인해 약간은 소란스러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일하는데 아무 말 없이 혼자 갈 수 없었던 용비는 사장님과 부장님을 비롯하여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윤희랑 저녁 약속 있어요. 먼저 나갈깨요."

"어라? 어디서 저녁 먹기로 했는데?"

'제가 공주로 가야해요...'라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용비는 역시 사실대로 말하고야 말았다.

"지금 윤희가 터미널 앞의 피자 헛에서 기다린다는데요..."

갑자기 사무실이 분주하다 못해 소란스러워졌다.

"야, 우리 다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결국 저녁 맛있는 거 사줄테니 같이 가자는 사장님의 한마디 호기로운 말에, 어차피 언젠가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켜야할테니 이 참에 그런 셈 치자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야 만 용비였다.

거기다가 이왕이면 윤희를 놀래켜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주고자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간다는 것은 윤희에게 비밀로 한 채. 얼마나 순수하고도 순진한 발상이던가!!

사무실 영업용 자가용인 카니발 세컨드를 몰고서는 피자 헛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한쪽 길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가볍게 윤희에게 다가가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얘기하고는 차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가다가.... 허벌나게 욕 먹었다.

아무래도 용비의 작전 미스였다. 그냥 차 앞으로 모른 척 걸어가서 마치 거기서 사무실 사람들이 탄 차량을 처음 발견한 것처럼 미친 척 호들갑을 떨어볼 것을... 괜히 '사무실 사람들이랑 같이 자녁 먹으려고 같이 왔어'라고 한마디 했다가.... 크흑...-.-

그날 윤희 여사가 바락바락 하던 얘기의 골자는 이것이었다.
"미리 말이라도 했으면 옷도 멋진 거 입고 오고, 화장도 멋있게 하고, 어쩌고 저쩌고... 했을 텐데" 결국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사무실 사람들 데려 오는 바람에 미운 모습을 보이게 됐다는 거다.

말을 듣고 보니 속이 상했다. 아니, 그럼 나 만날 때는 땟국물이 흐르는 꽤재재한 모습으로, 입고 자던 몸빼를 입고 나와도 된다는 뜻일까? '지금 니 모습도 내 눈에는 이뻐 보이는 구만! 뭘 더 꾸며?'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채 - 사실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우쨌든 당시 분위기 상으로는 내가 입 열었다가는 얻어 맞을 분위기였다. - 덩치 좋고 힘 좋은 윤희 여사에게 끌려가길 10여미터. (과장이 약간.. 아니 좀 많이 섞였지만, 솔직히 너무 불쌍한 용비다. 힘으로도 윤희여사한테 이기지 못하니 앞으로 우째 살지 걱정된다.)

차량 안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 중에서 강력한 구원군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사장님. 사장님과 내가 양 옆에서 끌어서야 겨우 못 이긴 척 차량에 탄 자랑스런 구윤희 여사. 차에 탄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소곳했다. 썩을. (사실 사장님이 조금만 늦게 나왔다면 용비는 그 자리에서 한대 얻어 맞았을 꺼다. 꺼이꺼이. 아마 이 글 읽고서는 분명히 그럴 것이다. - 내가 언제! 나 기억 안나. 그러니 그 말은 다 거짓말이야!! 흥.)

차를 타고 우리는 유성으로 왔다. 순전히 윤희 여사 집이 가깝다는 말에. 유성에서 먹을 곳을 못 찾은 탓에 둔산까지 갔다. 정부 청사 근처의 철판구이인지 철판 볶음인지 아무튼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시키라고, 우리 용감한 사장님은... 당연히 구윤희 여사보고 말했다. 불쌍한 용비는 평소에 그런 말 듣고 싶어도 들을 기회가 없었다. 크흑.

저녁을 맛있게 먹고 - 뭐 먹었는지는 기억 안난다. 뭐라지 마시길! 벌써 6개월 전 이야기라우(-.-) - 사무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동부 비래동에 있는 우리들의 숙소를 향할 찰나, 차에 오르려는 용비의 뒤에서 옷길을 슬며시 잡아 당긴 우리의 윤희 여사. 눈치를 줬다. 그래서 용비는 말했다.

"저는 조금 더 있다 갈께요. 먼저 가세요."

사람들은 이해를 한다는 표정 반, 부럽다는 표정 반의 반, 대견하다는 표정(?) 반의 반으로 - 그 이유는... 그동안 용비가 '밤중에 좀 놀다 들어간다'는 얘기를 할 때의 동반자는 모두 남자였기 때문이다.. 어헝~ - 용비를 쳐다보고는 즐겁게 놀라는 한마디 던지고 차를 몰고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용비는 아까 터미널 앞에서의 그 격렬했던(?) 분위기를 잊지 못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가게?"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윤희 여사는 바로 대답을 했다. 무릎으로 갸날픈(?) 용비의 옆구리를 찍으면서. "당연하지. 그럼 그냥 갈라고 그랬어?" 용비한테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그 튼튼한 무릎으로 야들야들한 옆구리를 찍었을까. 흑흑. 사실은 안 아펐다.

영화를 볼까, 뭘 할까 이야기 하는 도중에 윤희 여사가 제안을 했다. "우리 맥주 한잔 하자." 물론 순진했던 용비는 당연히... 찬성했다. 안 그랬음 반대쪽 옆구리도 무릎에 찍혔을지도...

용비는 취해서 헤롱거리는데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우람튼튼한 윤희 여사는 멀쩡했다. 그래놓고 나중에 물어보니 기억 안난다고 했다. 사실 용비가 말을 재미있게, 마치 소설처럼 잘 하긴 한다. 캬캬캬캬.

대전 동부 고속터미널 앞에서 욕 먹고, 유성 고기집 앞에서는 얻어 맞고.... 천상천하유아독존천하무적우람튼튼 구윤희 여사앞에서는... 용비는 몸 사려야 한다. 아마 이런 사정은.... 의외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벌써부터 꽉 잡혀 산다는 얘길 주변에서 많이 하는 걸 보니. 에휴. 용비 성질 다 어데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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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들 중심으로 하나하나 올리는 이야기라서.... 뭐,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시간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습니다. 푸흐흐흐.

제가..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
따라서 이에 대한 '가부' 판결에 대한 항의는 받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거짓말이야!라고 주장할 사람은 한명밖에 없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원래 글이란 글 쓰는 사람 맴입니다. 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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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월 **일. 날씨 : 허벌나게 맑음.

서울에서 출석하는 "영일교회"에는 같은 나이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 한명인 <송진욱>이라는 친구가 있다. 현재 에버랜드에 근무하는 친구인데, 어떻게 해서 서로 그렇게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지 지금 내 기억속에는.... 없다..ㅜ.ㅜ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진욱이도 모른다고 한다. 크흑. 난 과연 존재감이 없나보다.)

아무튼, 진욱이에게는 당시 <이지인>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이 두사람은 10월 22일 결혼한다는 믿을 수 있는 소식이 있다. 아니 18일 이던가? 어이어이, 두사람. 언제 결혼해? 그나저나, 그래서... 그날 어떻게 출장 가는 일은 없겠지.....??-.-)

여러 날 전에 진욱이가 대학로에 뮤지컬을 쌍쌍이 보러 가자고 해서 대전에서 고이 지내고 계시는 구윤희 여사를 서울 양재역으로 불렀다. 사실 거리가 좀 멀기도 하고, 데이트라고는 서점에서 해본것이 전부인데다 단 둘도 아니고, 친구 커플이 끼는 자리라서 '어색해서 안 갈래' 이럴 줄 알았다.

그런데 웬 걸? "나 뮤지컬 무쟈게 좋아해~" 라고 하더니 바로 올라왔다. 설마 뮤지컬 보러 왔을까? 나를 보러 왔겠지. 우케케케.. 아잉.. 냐옹. =^.^=

그래도 힘들여서 서울까지 오는데, 빈손으로 어찌 맞이할 수 있으리!

그래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지인이와 함께 근처에 있는 모닝글로리에 가서 쬐끄만 사진을 끼워넣을 수 있는 핸드폰 걸이용 앨범을 두개 사서 선물 포장을 했다. 둘 중에 하나가 천원 더 비쌌다. 과연 포장을 한 두가지 중에서 더 비싼 것을 고를 수 있을까?

그렇게 양재역 앞의 KFC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를 갖기로 하고 나, 윤희, 지인이가 먼져 모였다. 그런데 의외로 구윤희 여사는 넉살이 너무 좋았다. 처음보는 지인이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서는 바로 '언니'랜다. 듣고 있던 이지인. 입이 찢어져라 벌리며(?) 댑다 웃어재꼈다. 너무 귀엽고 붙임성이 좋대나, 어쨌대나. (사실 잘 기억 안 나서 대충 둘러재친 말이다. 으헝~)

금새 언니 동생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나는 여기서도 왕따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달리 오늘날 왕따교 교주를 하고 있을리 없지. 크흑. "세상의 왕따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얼른 와서 나랑 놀아줘~"

포장된 두가지를 꺼내 놓고 하나를 골라가지도록 했다. 망할. 천원 더 비싼 걸 골라서 가져갔다. 재주도 좋지..(-.ㅜ). 할 수 없이 천원 더 싼 걸 내 핸드폰에 달고, 수다 떠는 두 여인네 사이에서 어떻게든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중간중간 끼어들어 말 걸다가 분위기 싸하게 만들기를 여러 번.

드디어 진욱이가 합류했다. 그런데.... 진욱이 핸드폰에 달린 게 내가 그때 달았던 거랑 색깔만 틀리고 똑같았다. 우린... 또 커플이 되부렀다. 흥얼..

음악 분야에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신상범"이라는 - 나이는 나보다 10살이나 많지만 외모는 나보다 한살 많은 (이래뵈도 처음보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20대 초반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교회 형님 (그래도 이분이 음악 스튜디오 오너가 됐다. SM 엔터테인먼트와 음반 7장을 내기로 계약을 했다던데, 아마 지금도 엄청 고생하고 계실 꺼다. 나중에 보아나 동방신기, SES 같은 가수들 새 음반이 나오게 되면 하나씩 얻어야겠다. 히히히.) 과 함께 대학로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뮤지컬 공연하는 배우들 중에 상범이형 동생이 있어서 표를 미리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공짜로. 우캬캬캬캬. (이게 젤로 중요하다.)

버스 맨 뒷자리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처음에는 찢어져서 앉았던 진욱이와 지인이는 나란히 앉은 우리를 보고는 얼른 같이 앉았다. "짜식들. 그럴 꺼면서 순진한 척 하기는."

하지만, 정말로 순진하고 얌전한 나는 바른 자세로 두 손을 무릎위에 붙이고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옆에서 구윤희 여사 자신있게 말을 건다.

"목자님 손~"

순간 놀랬다. 저번 날에 봤을 때 그렇게도 조신하고 조용하고 얌전하게 행동하더니 그게 다 내숭이었단 말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놀라움은 잠시, 순간적으로 가슴이 요동쳤다. 그래서 한번 째려봐 주고는 얼른 손을 잡았다. 아, 좋아라. 그래도 조금 부끄러워서인지 마주 잡은 우리 손은 얼른 윤희 여사 잠바 주머니 속으로 피신했다. 땀 났다. 으헝...

뮤지컬은 유쾌함과 풍자, 그리고 감동이 공존하는 멋진 무대였다. 주인공은 앞이 안 보이는 여자와 그녀를 따르는 부자(父子:아빠랑 아들) 개 두마리였다. 그 친구들이 자주 하며 놀던 놀이가 "개야~ 손!" 하면, 발발거리며 돌아댕기거나 뭐라고뭐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하던 개가 얼른 다가와 내민 여자의 손에 자신의 앞발을 올려놓는 것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망할. 내가 개랑 동급이야?(-.-)

배우들은 모두 다재다능했고, 유머가 있었으며, 관객을 놀래키는 연출도 있었다. 제목은 "X같은 사람, X같은 세상, X같은 이야기" 였다. 원래 X는 미지수다. 그러니 무슨 뜻인지는 알려하지 말고 그냥 미지수로 두자. 굳이 알려다가는 다치는 수가 있으니까. 여러번에 걸쳐 앵콜 공연을 할만하다 싶었다.

나랑 구윤희 여사는 연애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서울 대학로 거리를 팔짱끼고 돌아댕겼다. 괜스리 신경 쓰였다. 옆구리가 땡겼다. 갑자기 "1월에 상견례하고 2월에 결혼하라"던 대전 교회 담임 목사님 말씀이 생각났다. 우헬헬. 재밌었다.

뒤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였던 쟤가 잠깐 사이에 저렇게 변해부렀네"라는 진욱이의 한탄과 "어머어머. 팔짱 끼고 댕겨. 저들보다 오래된 우리는 왜 이렇게 썰렁해?"라는 지인이의 푸념을 양념 삼아 - 쟤네들 바로 다음에 만날 때 내 앞에서 보란 듯이 팔짱 끼고 댕겼다. 역시 요즘 애들은 배우는 게 빨라. - 팔짱 낀 구윤희 여사의 팔을 더 꼭 잡으며 폼잡고 거리를 거닐기를 얼마나 했을까. 한가지 배운 게 있다. 폼도 좋고, 연애도 좋지만, 일단 배고프면 뭐든 먹어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뮤지컬을 보고 어둑어둑해진 대학로 거리를 거닐며 여운은 만끽하다가 근처의 근사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호프와 저녁을 겸해서 이것저것 시켜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10살이나 많지만 외모상으로는 한살 많은,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과 능력을 가진 형님이 갸냘픈(?) 목소리로 나보고 "용섭씨"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자니... 그냥 술이 먹고 싶어졌다. 음악을 잘하는 것이 너무 부럽기도 했고. 역시 천재 옆에는 또다른 천재들이 모이나 보다. 푸캬캬캬캬...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도망가야지......~~.....~~........( '')
(이 때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생각보다 구윤희 여사 술 잘 마시더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윤희가 공주에 갈 버스 시간이 되어서 우리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중에 지인이도 집이 일산으로 겁나게 먼디, 눈치없이 우리만 일어났다고 진욱이한테 혼났다. 꺼이꺼이. 낸들 그리 오랫동안 지인이가 고생할 줄 알았남?-.-)

생전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러 간 아주아주 역사적인 날.
그리고 구윤희 여사의 대담무쌍 용감발랄한 새로운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 날.

공주로 가는 버스안에 몸을 싣고 출발하는 구윤희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밤하늘을 보니... 그냥 컴컴했다. 별이라도 보고 분위기 잡아볼라고 했더니. 흥. 우리는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서울 거리를 돌아댕기면서 팔짱도 끼고 손도 잡았다. 이거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닐까? 다음에 뮤지컬 또 보러 가야겠다. 푸헤헤헤헤. 아싸.

2005년 **월 **일 허벌나게 날씨 맑은 날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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