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사고치다.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39 용비

정말 오랜만이죠?^^..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써 놨던 글을 하나 올립니다.

이거 쓰기 점점 힘들어지네요. 우헤헷!


오늘은 용비가 한 명의 가장이 되기 전에 필수적으로 통과해야만 했던 사건(?)에 대해서 나름대로 돌아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훨씬 더 여유를 가지고 멋있게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역시 되돌아보면 웃음과 유쾌함이 기억 한켠을 차지하고 있네요.


자, 그럼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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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정말로, 정말로.... 사실이긴 하지만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행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장렬한 고백이기도 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여!
에.. 뭔 일이 있었는지 겁나게 궁금하고 의미심장하여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그것이 뭐였는고 하면.... 그러니까...


"이론으로만 연애 9단" 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던 용비, 이름하여 정용섭이라는 사내가 생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명의 여인 앞에서 직접 프로포즈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음?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그냥 "결혼하자" 이랬냐고?


원래 세상의 모든 발전은 궁금히 여기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는 하지 말자. 잘못하면 마음을 다쳐 벽 쳐다보고 눈물 흘리는 처녀, 총각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만, 나랏말싸미 둥귁에 달라.... 음... 그 다음이 뭐였더라...(-.-) 암튼 평소에 '정말 착하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사는 용비에게 주변 사람들을 어엿삐 여기는 마음이 있어 조금 그 내막(?)을 밝혀 보고자 한다.


이제 시간을 되돌려 그 날로 날아가 보도록 하자.

2005년 02월 27일. 그 날에는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앞서 얘기한 "신 맞고" 사건이 그것이다.


동부 고속 터미널에서 혼나고, 유성에서 무릎에 옆구리를 걷어 채이던 바로 그날, 빈약한 몸에 여러번 걷어 채인(?) 용비를 구윤희 마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셨다. 그래서 다른 사무실 사람들을 모두 돌려 보내고, 단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주시려고 특.별.히. 시간을 내신 것이다.


마님 왈, "우리 어디 갈까?"


평소에 여인네와 연애를 해본 적은... 물론 없고, 상상과 이론으로만 단련된 용비의 머릿 속에서는 당연히.... 정말 맹렬히, 최선을 다해서, 정열적으로 머리를 굴려 봤지만, 결론은 '모르겠다' 였다. 결코 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경험이 없어서 당황한 나머지 머릿 속이 깨끗해 진 것일 뿐이었다. 물론 어딜가지? 라는 고민은 했다. 아주 조금.


어라? 너 바보냐고? 아니, 그게 사실이냐고? 흠. 평소의 내 모습이라며 못 믿겠다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흥? 안 들려! 누가 뭐래도 난 떳떳하다. 난 세상을 따 시키며 홀로 푸르른 "독야청청 용비불패" 왕따교 교주니까 누구 말도 안 들을꺼다.


답답했던지 마님 왈, "영화 보러 갈까? 아니면 차 마시러 갈까?"


여전히 갈바를 못잡고 있던 용비. 내린 결론이 그나마 자주 가봐서 익숙한 곳을 택하는 것이었다.


"그냥 우리 궁동 가자."


아무 생각없이 내뱉었는데, 말하고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둘이서 맥주 한잔 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마님께서는 끝까지 포기치 않으시고 용비를 친히 이끌어 가시는 친절까지 베푸셨다.


"택시 타고 가자!"


물론 용비 기억에는 당시 누가 택시비를 냈는지, 술 값을 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아무려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질 않는가? 술이란 것은 분위기를 돋구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경계를 허물어 조금은 솔직해지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누구든지 - 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분위기 탓인지 도무지 알 수 없긴 하지만 -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세상 밖으로 흘려 보낸다. 그리고는 서로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을 좀 더 친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하나님께서는 잔치에 포도주를 사용하도록 하셨고, 예수님께서도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시면서까지 잔치를 축복하셨으리라.


비록 포도로 만든 술이 아니라 우리는 보리로 만든 술을 마셨고, 잔치에서가 아니라 둘이 있는 자리에서 마셨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잔치가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니네들만의 리그였다' 라고 외치며 자기를 안 끼워준 것을 맹렬하게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바로 연애다. 어딜 낄려고? 콱 그냥! 아쉬우면 연애해!!


맥주를 마시면서 윤희 여사는 뭐라고 뭐라고 좋은 말들을 많이 했다. 나도 혀 꼬부라질 때까지 뭐라고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다.


내가 혀를 꼬아서 뭐라고 하자, 윤희 마님 하시는 말씀.


"술 취한 모습이 귀엽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져서 뻘쭘하던 나는 역시 꼬부랑 말로 대답했다.


"쫌만 기둘려... 나 화장실 댕겨 오께. 너 여기 꼬오옥 있어야 돼에에에."


(정말로 화장실 가고 싶었단 말이에유..-.-.. 결코 쑥쓰러워서 그 자릴 피한게 아니에유.)


음. 내 모습이 조금 귀엽긴 하지만, 술 취한 모습은...

잘 모르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횡설수설하며 길바닥에 널부르지고 여기저기 헤딩하고 다니는 나를 어깨동무해서 집에 데려다 주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왕따교주다. 안 들린다고오오오오!!! 그리고 기억에 도 없는 일들은 내가 알바 아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면 더렵혀진 옷, 찢어진 잠바, 깨질 듯 아픈 머리, 여기저기 찰과상 입은 상처들을 보면 아주, 아주 조금은 사실은 듯도 하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술을 마셨다 하면 땅이 나랑 난리 부르스를 치자고 달려드는데, 힘이 없는 내가 끌려 갈 수밖에... 흑흑. 그래서 난 미끄러워 중심 잡기 힘든 겨울이 너무 싫다. 히잉....


커흠. 아무튼 그렇게 술자리가 이어지고, 분위기도 좋고 - 나보고 귀엽댔어유. 히히히히. -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감정이 깊어져 갔던 시간 이후로...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의 자리도 파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구윤희 여사를 바래다 주었다.


세상에서 남자가 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삶이 윤택해지고 문명이 발전할수록 남자들이 가슴으로 기대 울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어허, 슬픈 일인지고...


갑자기 뭔 말인고 하니, 그래서 용비의 대학 시절에 하나님 앞에서 두가지 약속한 것이 있다. 첫번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로 눈물 흘리는 것을 보이지 않겠다. 오직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평생의 룸메이트 앞에서만 눈물 흘리겠다." 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평생을 같이할 사람, 아내될 사람에게 첫키스를 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음? 감 잡았다고? 푸캬캬캬캬. 아이. 부끄러워라.


그렇다. 윤희 여사를 바래다 주는 길에 그냥.. 프로포즈를 했다.
하나님께 약속한 그대로. 음헤헤헤헤헤헤.


물론 평소라면 절대로 못했을 거다. 그치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는가? 술을 마셔서 없는 용기도 생겼고, 바래다 주려고 내린 아파트 단지 앞은 한적했다.


연애를 하다보니 '이런 사람 다시 어디가서 만나긴 힘들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평생을 살아가다 보면 생기는 갈등으로 인해 투닥거리는 것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의 구윤희 여사께서도 그 당시 그게 나의 프로포즈였는지 알고 있었나 하는 것은 별로 자신없다. 분명히, 술 마시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뒤로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서 경험하리라고는 상상못했을 것이다.


하여간, 어찌됐건, 용비는 프로포즈 하고 나서 갑자기 꼬이던 혀가 풀리고 무겁던 머리가 맑아지며 흐릿했던 정신이 말똥거리는 "기적"을 체험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막상 일을 저지른 사람도 나지만 더 정신없어 하는 사람도 나인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남자이지 않는가!


용기를 내서 구윤희 여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웠다. 그래서 얼굴은 윤희 여사의 정면에, 두 눈은 윤희 여사의 두 눈에 맞추고 시선의 초점은 사팔뜨기 눈을 했다. 다행히 어두워서 안보였는지 윤희 여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안했다.


그런 상황에서 용비는 최대한 진지하게 말했다.


"비록 꽃이 없고, 이벤트도 없고, 집앞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지만, 말했던 것처럼 이것이 결혼할 사람에게 하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한 나의 첫키스야. 지금 나 정용섭이 구윤희에게 프로포즈 하는 거야. 받아주겠어?"


이렇게 멋있게 말했다면 좋았겠지만, 아니 더 화려하고 감동넘치는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말했다면 정말로 좋았겠지만, 말했다시피 당시 나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처럼 말했다.


"내 프로포즈야. 결혼하자."


그에 대한 대답은 윤희 여사에게서 들리지 않았다.
다만, 다시 한번 키스를 했을 뿐이었다. 캬아아아아. 부끄부끄~~


남자는 단순하다. 그래서 확실한 답을 얻기를 원한다.
집에 들어가기 전 윤희에게 물었다.


"나랑 결혼하겠다고 승낙한 거 맞지?"
"응"


아싸!
그날 난 어떻게 집에 들어가 잤는지 기억 안 난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어두운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가슴 설레임과 홀가분하고 유쾌하고 즐거움으로 하나님을 생각했던 그 때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상상하지 마시라! 부러워하지도 마시라!
분명히, 결혼한 모든 사람들은 경험했을 것이고,
앞으로 결혼할 사람들도 경험하였거나 할 것이고,
연애를 하며 행복한 결혼을 꿈꿀 모든 이들이 경험할 것일 뿐이다.

다만, 내가 그 당사자이기에 그 순간에는 내가 주인공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정용섭-구윤희 부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추억, 용비의 사고친 현장에 대한 간단한 사건 보고를마치고자 한다..(^___^)


나보고 이론으로만 연애한다고 하시던 분들!

어때요? 나도 하고자 하면 한다구욧!!!

난, 이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문무겸전의 완벽한 연애 박사,

이름하여 진정한........ 카사노바인가?... (ㅜ.ㅜ)


(여기서 왜 이런 단어밖에 생각이 안 나는 것이냣!!!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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