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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02 용비 29. 미약함
- 2009/08/28 용비 28. 짜증내서 미안해
- 2009/08/24 용비 예린
- 2009/08/20 용비 관심
- 2009/07/14 용비 분신
집에 도착했을 때가 늦은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내와 아이들이 그때까지 잠을 안자고 있었다. 반기는 아이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한참을 있다가 씻으러 들어갔다. 샤워를 하는 중에 예린이가 울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내는 예람이와 싱크대에서 씨름하고 있고,
예린이는 안방에서 졸려서 울고 있었다.
내가 나가니 아내는 짜증을 온 얼굴로 표시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왜 지금 하느냐. 애가 울면 나와야지.' 라는 게 요지였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그게 그렇게 짜증낼 일인지도 싶고,
직장에서 종일 스트레스 받고 집에 와서 이게 무슨 꼴인지 싶기도 하고...
순간 울화가 치밀어서 '그럼 어쩌라고. 씻고 있다가 그냥 나와?' 소리 질렀다.
저럴 때 상황은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작은 방에서 예람이를 재우면서 '또 내가 졌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참아 넘기면 될 것을,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무너졌다.
여보. 짜증내서 미안해.
주님. 저에게 주님의 인내를 배우게 하소서.
오늘 하루, 아내와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평강과 은혜, 사랑이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자라나는 예람이, 예린이를 볼 때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기쁨과 생명의 선물이 얼마나 큰지 감사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내 윤희는 나의 반쪽이니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을 테고,
아들 예람이와 딸 예린이는 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렇게 한 가족을 이루고
그 안에서 내면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사랑으로 하나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놀랍다.
어제는 새벽에 예람이를 두고 많이 생각했다.
'아이가 어리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리기 때문에 부모의 작은 행동과 말 하나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구나.'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새 생명을 부부된 나와 윤희에게 맡기시고,
청지기의 직분을 잘 감당하라는 의미로만 가정을 이루신 것은 아닌 것 같다.
독생자를 포기하시면서까지 나를 사랑하신 그 사실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조금만 상처 입은 자식의 모습에도 가슴이 그렇게도 아픈데, 하나님은 오죽 하셨으랴.
부모의 찢어지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나의 분신이기에,
내 말과 행동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오히려 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그것을 더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진심을 담아, 그리고 인내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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