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ies'에 해당되는 글 81건

  1. 2009/11/17 용비 14. 너에게 난, 나에게 넌.
  2. 2009/11/17 용비 13. 아내에게 비밀인 이야기 하나.
  3. 2009/11/17 용비 12. 내 품은 약.품.
  4. 2009/11/17 용비 11. 내 안에 너 있다.
  5. 2009/11/17 용비 10. 황금 눈썹.

오늘 이야기는 제가 장모님께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제 아내 윤희가 저에게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사실 오늘 이 글에 적힌 이야기를 제가 아내 윤희의 두 눈을 보며
할 수 있을만큼 제 자신 그렇게 얼굴이 두껍지 못합니다.


물론,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니
저도 또한 안면에 철판 깔기로 마음 먹으면
천하무적을 자랑할 자신은 있습니다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윤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해'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어떻게 남자가.......


(뭔 얘기일지 궁금하죠? 음하하하핫! 사실 별 얘기 아니에요..ㅜ.ㅜ)


자, 그럼 제가 장모님께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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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가 퇴근하자

그때까지 저를 기다리시던 장모님께서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
저는 장모님의 사랑이 가득 담긴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장모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날 장모님께서는 저에게 두가지 이야기를 하셨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윤희 입덧 심하더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안쓰럽더라.

얼른 정서방하고 같이 살아야할텐데....


2. 정서방이 없을 때는 윤희 마구 성질 부려~


글을 읽는 분들께서 오해를 하실까봐

제가 잠시 해명을 할까 합니다.


1번 얘기는 제가 아내 윤희와 따로 산다는 것이 아니라,
집은 대전이고 직장이 서울이다 보니

매일 출퇴근 하는 것도 힘들고 해서
일주일에 많으면 3일 정도 서울 양재 누나집에서 잠을 잡니다.


물론 마님이 허락을 했을 때만요.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서 '내려와' 이러면

'네~ 마님' 하고 가야 합니다.


어, 아무튼 장모님이 하신 말씀은

바로 생활권을 합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궁금했던 게 바로 장모님의 2번 말씀이었는데요.


"아니 왜요?" 이렇게 질문하자

거기에 대한 장모님의 답변이 저를 웃게 했습니다.


장모님 말씀하시기를...


"윤희 쟤는 정서방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날 때도,

저녁에 퇴근할 때도 웃고,
입덧도 별로 안하고 그런데,

정서방 없을 때는 얼마나 골내는지 몰라.
막 짜증내고 입덧도 심하게 하고 그러네.."


"어머, 그래요?"


"아니, 그래서 내가 '왜 정서방 있을 때는 웃고 그러더니,

없으니까 짜증내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정서방이 옆에 있을 때는 안정되고 편안하고 기분이 좋대.

아이구 참, 내가 웃겨서."


음헤헤헤헷.
오늘의 주제입니다.

제가 왜 장모님 말씀을 듣고 기분이 좋았는지 아시겠죠?

장모님께서는 한숨을 쉬시면서

마지막 한마디로 이야기를 마치셨습니다.


"하긴, 결혼한 부부가 서로 그래야지."


물론, 어디까지나 제가 아내 윤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이 글을 제 아내가 읽게 되면

'난 그런 적 없어!' 라거나 '기억안나!' 라는

제 아내 전매 특허 강철오리발 내밀기를 할지도 모르지만,
이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쑥쓰럽거나 당황하면 저도 모르게 뒤통수를 긁적이는 것처럼,
제 아내 또한 당황하거나 쑥쓰러울 때 저런 표현이 반사적으로 나온다는 것을.


이봐, 마님. 뭐라고? 아니라고?

흥. 이제 난 당신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아직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아무튼 제가 보기에 확실합니다. 아님 말고....( '')


그리고 그 뒤로 제 아내가 더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럽군요.

팔불출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까짓꺼 오늘 이곳에서만(!) 팔불출 한번 되어 보죠, 뭐.^^..


그래서 오늘 글의 마무리로 저는 아내에게

다음 가요 가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제가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할 수 있겠습니까.

하려면 근사하고 풍경도 멋진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해야지,
잠옷 입고 침대에서 마주보고 할 수 없잖아요.


그랬다가 '어디서 분위기 잡고 있어!' 하면서 싸대기 한대 맞을지도. 우헤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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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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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 당신에 대한 내 마음 한조각이야.
받아줄 수 있겠어? 어지간하면 그냥 받아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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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남편들이여, 때로는 머리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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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로 조금 전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합니다. 그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부제"에 있는 것과 같고, 우려되는 바가 있다면 바로 제목에 적힌 바와 같습니다.


즉,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남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든 남성들이여, 우리도 머리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라는 것이고, 우려되는 바는 '우리 마님이 내일 당장이라도 이 글을 볼텐데 나중에 너무 귀엽다고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는 않을지' 염려가 된다는 말이죠.


참고로, 우리 마님은 저보다 파워가 셉니다. 글 읽으시는 분들. 상상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제가 한 말이 무슨 뜻일지 상상(?)은 자유롭게 하소서.


우리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글임과 동시에 가장 어려운 언어라고 감히, 저 혼자서라도,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과학 분야를 전공한 저는 한마디로 '최고로 과.학.적.인 글' 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마 가장 어려운 언어로 여겨지는 여러 이유들 중에 하나가 한 문장이나 단어가 여러 가지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중의적인 언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갑자기 한글 예찬론을 펼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두 가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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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님, 이제 임신 3개월이 지났습니다.  요즘 입덧 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검색 엔진에서 주욱 찾아보니 입덧은 보통 12주까지 가장 심하고, 15주 정도 되면 자기도 모르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오늘도 입덧으로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있다가, 어렵사리 장모님께서 사랑으로 해주신 '멸치국물로 우러낸 국수'를 먹고는 안방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인상을 쓰더군요. 속이 울렁거려서 또 입덧을 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까 글에서 봤잖아. 입덧한다고 자꾸 의식하고 신경쓰면 오히려 입덧을 더 한다고. 맘 편히 먹고 가만히 있어봐."


"아니, 몸이 힘든데 어떻게 맘 편히 먹고 신경을 안 써.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서 등을 살살 쓸어주면서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 마인드 컨트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마인드 컨트롤이 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전 원래 이렇게 뜻을 알지도 못하는 유식한(?) 말을 잘 합니다. 저도 이렇게 상황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말을 하는 것이 참 신기해요.-.-


아무튼 일단 침대 머리 맡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라고 하고서는 저는 옆에 드러누웠습니다. 조금 있더니 나중에 출산할 때를 대비해서 연습한다며 옆구리 쪽에 붙어 알랑 거리는 제 머리카락을 잡더니 계속 흔들어 댔습니다.-.-


순간 들었던 생각,


'아니 지금 이 마누라가 남편 머리 가지고 뭐 하는 거야?'


나 지금 화났어! 표정으로 마누라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안경을 벗어놓은 관계로 두루뭉실하게만 보였습니다. 제 표정의 약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ㅜ


그러다가 마누라가 손을 놓자 그 순간 또 기발한 작전이 떠올랐습니다.


'이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입덧에 신경을 덜 쓰지 않을까?'


읽으려고 손에 들고 있던 성경책을 놓고서는 반대쪽으로 홱 돌아누웠습니다. 입덧에 지쳐 힘이 없던 우리 마님, 순간적으로 저를 덥썩 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삐졌어? 아잉..."

"남편으로 나를 존중한다면 내 머리카락 쥐고 그렇게 행동할 수 없어!"


제가 조금 강하게 나가자 정말 삐졌다고 여기고 걱정스러웠는지 우리 마님 행동이 조신해졌습니다.


"남편이니까 그런 행동을 하지, 내가 누구한테 그러겠어. 아잉.."


우헤헤헤헤. 아싸, 더 이상 입덧에 신경 안 쓰게 하는 작전 성공!!

그 이후에 마님은 제 배를 베개 삼아 조용히 누워서 고른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때요? 머리 한번 잘 쓰면 가정에 평화가 옵니다.


그러니 가끔은 마님한테 머리카락 한번 잡혀서 휘둘려지고(?),

잘 판단하여 현명하게 상황을 반전 시키세요!


제가 오늘 말씀 드리고자 하는 부제에는 위와 같은 두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잘 쓰라고 했다고 자기 마님한테 헤딩하면 엄청 곤란, 대략난감합니다. 그때는 혹시라도 저 아는 체 하지 마시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광고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설마, 내일 날이 밝아 마님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저보고 뻥쳤다고 혼내지는 않겠죠? 어이 마님. 혼내면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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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약국에서 파는 그런 '약품'이 아닙니다.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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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수필이 하나 기억납니다.


다름 아닌, 박문하 선생님의 "약손"


의사의 직분을 감당하시는 박문하 선생님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아픈 사람을 향한 무엇인가가 결여된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손'

이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의약품 같은 것은 없었어도

주름진 손으로 아프다는 손자의 배를 살살 어루만져 주시면

아픈 것이 씻은 듯 사라지고 편히 잘 수 있었다는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섬세한 손을 말씀하셨었지요.


그래서 할머니의 손은 약손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어린 나이에 할머니와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담긴 손길을

많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얘기는 비록 그 할머니의 약손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우리 마님에게 있어서는 제 품안이 그와 비견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하며 히죽거렸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낄낄낄.


며칠 전, 사무실에서 퇴근하면서 프린터에 문서를 하나 걸었습니다.

그동안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고

열심히 컴퓨터 한쪽 구석에 모아놓기만 했었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모아 놓은 것 중에 하나인

미국 드라마 대본을  인쇄했습니다.


일단 MP3로 음성을 들으면서 대본을 봤더니 어찌나 빠르던지.

대사를 쫓아가다가 눈알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퇴근 후 대전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음성으로 한번 듣고,

대본을 확인하면서 한번 들었더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리더군요. 멀미도 하고.-.-


사실 공부하려고 시작했는데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자막까지 구했습니다...ㅜ.ㅜ

이거 드라마 보다가 날 새고 공부 못하면 안되는뎅.. 으흑.


어.. 험험.. 어쨌거나 그날 퇴근한 후에 모르는 단어나 숙어가 있어서 서재에서 열심히 단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밑줄 쫘아악.... 그어가면서 메모를 했죠. 아, 이 뜨거운 학구열이여~~~


그런데 안방에서 자고 있던 우리 마님.

제가 퇴근한 소리에 잠은 깼는데,

방에 안 들어오니 신경 쓰여 잠을 쉽게 못이루었나 봅니다.

몇번을 잠에서 깨서 왔다갔다 하더군요.


한참 정리하다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자려고 안방에 들어갔습니다. 침대에 누웠더니 옆에서 마님이 잠못 이루고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어디 몸이 안 좋은가 싶었는데,

제가 옆으로 달라붙었더니 귀찮은 듯한 몸짓을 하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제가 퇴근하자마자 마님 옆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던 게 불만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래저래 신경쓰느라고 그랬겠죠. 푸흐흐흐흐.


잠못 이루며 몸을 뒤척이는 걸 보니 심기가 불편한 것이 원인일 것 같아서 뿌리치고 귀찮아 해도 옆에서 열심히 사전 공작(?)을 했습니다.


"이리와. 내가 안아줄께."

"아 귀찮아!"

"아잉. 한번만 안아보자."

........


결국 못이기는 척 제 품에 안기는 마님을 보니...

'어이구, 이 귀여운 것.'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이 나왔지만 웃지 못했습니다.

웃다가 들키면 수습 곤란합니다..-.-


품에 안고 제 팔을 베개로 삼아 5분 정도 있었을까요?

옆에서 오토바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음. 오토바이는 조금 심했고, 아마도 스쿠터 정도는 됐겠네요.


'도로로로로롱~~~'

'도로로로로...커커컥.. 로로로로롱.....'


어떻습니까.

불면증에 잠못 이루는 우리 마님을 품에 안고,

팔베개 해 준 다음 몇번 쓰다듬어 주면 바로 불면증이 없어지는데...


이만하면 제 손이 약손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우리 마님한테 제 품은 약품(화학약품 아니에요..-.-)이 아닐까요? 푸캬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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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게는 대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함께 하는
아주 친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아름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지요.
제가 공부를 하게 돕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감미로운 노래도 들려주고요.


그런데 마님은 저의 이 취미생활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몰래몰래 둘이서만 놀아요. 푸흐흐흐흣.


어느 날은 이 친구와 함께 새벽까지 놀았습니다.
제 취미생활을 위해서 이 친구가 시간을 희생한 거지요.
고마운 일 아니겠습니까?


다음 날 대전으로 퇴근했을 때 마님은 제게 물었습니다.


"어제 뭐 했어!"
"취미생활 했지."
"몇 시에 잤는데?"
"좀 늦게 잤어."


그러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마님 옆에 살며시 누웠습니다.
마님 끈질깁니다.


"PMP로 애니봤지!"
"응. 재밌더라. 푸흐흐흣."


그러자 마님 저를 쳐다보면서 추궁합니다.


"자꾸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PMP가 없어지는 수가 있어!"
"야아아아. 안돼, 안돼. 싫어, 싫어."
"지금도 머리속에 PMP 생각만 들어 있잖아!"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큰일납니다.
정말로 저의 취미생활도 함께 하고,
공부도 돕는 가장 친한 친구 하나가 사라질 판입니다.


맹렬히 머리를 굴리다가 적당한 대답을 찾아냈습니다.
답을 찾아내는데 걸린 시간은... 0.1초.
정말 순간적이었습니다. 음화화홧!!


"아냐. 지금 이 순간
내 머리 속에는 마님 생각밖에 없어!"


'지금 이 순간~ 여유로 찾아와~ 날 부르는 그대.
멋진 여자.... 우우 구윤희~~~'


하지만 왠지 뭔가 미적지근했습니다.
그래서 옆에 누워 있는
마님의 눈을 쳐다보면서 진지하게 한마디 더 했습니다.


"내 안에 너 있다!"


'아, 이 멋진 대사가 생각나다니.
나도 영 바보는 아니란 말이야... 흐흐흣.
자, 감동해라, 어서~~'


마님, 순간 낄낄대며 웃습니다.


"자기, 오늘은 좀 웃겼어."


제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님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서
웃으며 즐거워하는 마님의 기분에 동참했습니다.


한참을 같이 웃다가 마님이 진지하게 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싸대기 한대 때리며 말했습니다.


"어디서 터프한 척이야!"


아, 옛날이여.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고,
이렇게 옛말도 마구마구 바뀌어 가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어흐흐흐흑.


그래도 하나 남긴 것은 있습니다.


"내 안에 너 있다."


제 어록에 추가해야겠습니다. 캬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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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황금 눈썹.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42 용비

때는 2005년 06월 19일.


장소는 충남대학교 어느 이름 모를 건물 앞의 벤치.
요일은... 음.. 잘 모르겠네요.
제가 대전에 있을 때니까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이었겠죠.


제 기억에 그 날 날씨는 한 여름을 향해가는 계절에 맞게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오전까지는 찬란하게 빛나는 저 태양을 구경할 수 있었고,
오후에는 우중충한 하늘에 내리는 빗물이
충남대 캠퍼스를 거닐던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비가 내리면서 햇빛 비치면 '사자가 장가간다'고 하죠?
응? 모르세요? 음. 그냥 그런 말이 있어요!)

아무튼 그날 우리는 사자도 몇마리 장가 보냈습니다.(-.-)


그날 예비 마님 구윤희씨와 완전무결한 마당쇠 저 용비는
순전히 카이스트보다는 충남대 교정이 더 넓다는 한가지 이유로
충남대학교를 어슬렁거렸습니다. 물론 팔짱도 꼈죠. 캬캬캬.


한참을 거닐다가 비가 와서 정문에서 주우욱 올라오면 있는
어느 건물을 부랴부랴 찾아들어가 건물 앞의 벤치에 앉았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마주보..고 싶었지만, 의지가 일렬로 있었던 관계로,
마주보지는 못하고 얼굴만 돌려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참을 즐겁게, 신나게, 행복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께서 비를 맞으면서 저 멀리서 다가오시더니

저희에게 물었습니다.


"이 건물에 돈 찾는 기계 없어요?"


당연히 제 고개는 예비 마님 윤희에게 돌아갔습니다.


"없어요."


그러자 아주머니. 무섭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 정말. 비도 오는데 여긴 무슨 대학교가 학교만 크고
그런 거 하나 없고 G랄이야. 아, 열받어."


열받은 사람은 아주머니인데,
분위기 썰렁해진 피해는 우리가 받았습니다.(-.-)


순간 순진했던 저는 어떻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할까 고민하면서
어찌할바를 몰라 그냥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굴 옆쪽이 뜨끈뜨끈했습니다.
옆으로 눈알을 굴려보니

윤희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야야야. 사람 볼 줄 아는구나. 내가 원래 좀 멋지지. 크흐흐흠.'


계속 쳐다보다가는 사시가 될까봐

얼른 다시 앞을 보면서 모른체 했습니다.


제 얼굴을 바라보던 윤희.
드디어 안되겠다 싶었는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 먼저 말을 꺼냅니다.


바로 그거거든요!

남자가 어색해할 때,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는 거.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음화화홧.
그래서 윤희는 아주 멋져요.


그런데......


세상 모든 남자들이여!
만약, 연애를 하거나 부부간에 대화를 할 때,
애인이나 마님이 아무말 없이

얼굴을 30초 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때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윤희가 말했습니다.


"자기, 이제 보니 눈썹 정말 진하다."


그래서 저는 목에 힘줬습니다.


"으허허허허험. 원래 내 눈썹이 멋져!

내 눈썹을 보신 할아버지들께서는 관운장 눈썹이라고 했어."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기러기 날아가는 모양의 짙은 눈썹을 보시고서는,

삼국지의 관우 눈썹같다고.

그런데 그게 윤희한테는

강아지가 살랑거리며 뀌는 방귀소리로 들렸나 봅니다.


대뜸 이러더군요.


"한번 밀어봐."


순간 충격을 받은 저는

그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 까먹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기억에 남은 것은 "눈썹을 밀어봐"라는
슈퍼캡짱울트라쇼크협박성 멘트 하나입니다.


순간 저는 눈썹이 없는 제 모습을 그려보고는

처절하게 방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윤희 마님.

팔로 제 머리를 감싸고는 "이리와~ 내가 밀어줄께~~".


참, 저는 우리 마님하고 놀면 뭔가 이상해지나 봅니다.
이성이 없어지고 별나라 갔다 온 것 같습니다.
하여튼 왜 하필 그 순간에 황금박쥐가 생각났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괴성을 질렀습니다.


"안돼~!! 나의 이 황금눈썹을 밀다니.

이 무슨 거북이 하품하는 소리야!!"


음.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조금 충격이.. 아니 많이 심하긴 했던 것 같습니다.(-.ㅜ)


그러자 우리 마님.


"오호~ 황금 눈썹? 이리와. 노란색으로 염색해줄께."


비가 내리고, 지나가는 사람없이 평화로운 오후에...
우리는 건물 앞의 의자에 앉아
한 사람의 머리를 밀고 당기는(?) 놀이를 했습니다. 커흑.


저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또 속눈썹이 아주 예술입니다. 음냐하하핫.
언젠가 심심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제가 하나 뽑아서 길이를 재봤거든요?
아니 그런데 글쎄 그게 1.5cm를 넘잖아요?(O.O)


우리 마님은 제가 이쁜 걸 많이 질투합니다.(??)
어찌어찌 눈썹을 사수했더니,

이번에는 또 속눈썹을 뽑아보라는 겁니다.

속눈썹이 눈을 찔러 눈이 나빠졌다면서,
직접 하나하나 뽑으려고 하셨던 큰어머님 다음으로
제 눈썹을 직접 뽑으려고 한 사람 처음 봤습니다(ㅜ.ㅜ)


세상은 적당한 외모와 적당한 성격,
적당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평안하게 잘 사는 것일까요?


아, 하나님.
어째서 저를 이렇게 멋지게 태어나게 하셔서,
제 눈썹과 속눈썹에게 이런 위험을 주시나요? 흑흑흑.


뭐, 지금 우리 마님은 기억도 못할 겁니다만,
정말 그때 까딱 잘못했으면,
짙은 검은색, 기러기 모양의 관운장 눈썹이라고 칭송받았던
제 눈썹이 노래질뻔했습니다. 꺼이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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