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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7 용비 18.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2. 2009/11/17 용비 17. 한밤중의 소요.
  3. 2009/11/17 용비 16. 아내의 변천사.
  4. 2009/11/17 용비 15. 뻥이야.
  5. 2009/11/17 용비 14.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봐, 허니!


늦은 시간 찬양 음악을 들으며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니 퇴근 길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윤희 목소리가 생각난다. 목소리를 생각하니 얼굴이 더 보고 싶네.


오늘은 왠지 윤희에게 글을 하나 남기고 싶다. 하나님께서 나를 노트북 앞으로 인도하시고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들이 춤을 추게 하셨으니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당신에게 글 하나 쓰고자 해.


예전 홀로 있을 때는 마음으로 함께 할 이가 하나님 외에 없었어.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책 몇 권에 캔 맥주 배낭에 넣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가 많았었지. 덕분에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많았던 것 같아. 하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원래 그렇게 창조하셨기 때문일까?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외로움과 고독은 이따금씩 찾아와 많이 우울하게 했었지.


하나님께서는 태어날 때 우리 장래의 인연을 전혀 모르고 태어나게 하셨잖아? 그래서 인생은 재미가 있는 거 같아.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 그 누가 우리가 부부라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될 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또한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님을 믿는 믿음안에서 살아가는 공통점외에 전혀 인연의 끈이 없었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많이 엉뚱했었어. 부부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인데. 어떻게 단지 일주일동안 기도를 한 후에 결혼을 하기로 결심을 했을까? 그전까지 당신이란 한 인격체에 대해서, 아니 구윤희란 여성에 대해서 이름 석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아는 것의 전부였는데. 정말 가끔 교회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이런저런 간단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이 전부였는데. 그런 평범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을 단지 일주일간의 기도로 평생의 반려자로 확신하게 되다니.


난 대학시절에 평생의 동역자가 될 사람에 대해서 확실한 기준을 세웠었어.
1) 내 평생의 동역자가 될 사람은 내 모든 것의 절반을 소유한 사람이다. 내가 이룩할 부, 명예, 심지어 내 생명까지도.
2) 평생에 걸쳐 서로 더 깊은 믿음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힘들고 지쳐 넘어져 있을 때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3) 울고 싶을 때, 세상에 보이지 않게 품에 안겨 마음 놓고 울 수 있도록 넉넉한 사람이다.


그때 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하나님께 맹세 비슷하게 하고, 다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내 여인 앞에서는 마음껏 울고 싶다고, 그런 여인을 인도해주시도록 기도했었어. 그러고보면 남자는 참 불쌍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놓고 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그치? -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야! 당신 남편 울보 아니다!


윤희와 결혼하면 내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재미있을까? 행복할까? 서로가 더욱 연합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세상에 본이 되는 그런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을 하며 그에 대한 답을 달라고 기도하기를 얼마나. 모든 것을 접어두고 다만 한가지만을 기도했었어. 하나님께서 우리 정말 예비하신 인연이라면 제 마음에 확신을 주시고, 기쁨과 소망을 주시도록.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동안 수많은 인간 관계를 맺으며 먼저 남을 보내는 준비를 했었던 것 같아. 난 일상에서 만나는 인연이 더욱 깊어져서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때는 하나님께 먼저 기도를 했었어.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서, 또는 어떤 일로 인해 나의 제안이 거부를 당하거나 인연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하게 해달라고. 그래서 믿음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며 안부를 묻는 관계성만은 계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어쩌면 부정적인 결과를 짐작하고 내 마음에 결과를 받아들일 공간을 미리 마련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서투른 인간 관계로 인해 받게 될 상처들이 두려웠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먼저 다가가는 것에 서툴렀는지 몰라. 그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연애한번 못해본 이유일까? 아니, 당신이 내 인연이었기에 하나님께서 당신을 만나기까지 연애를 못하게 하신 걸꺼야. 틀림없이.


하지만 신기하게도 당신에 대해서 기도할 때만은 달랐어. 하나님께서는 매일 밤 새벽에 별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집에 들어가는 과중한 업무 가운데서도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신이 나게 하셨지.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었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었지만, 이래서 사람들은 연애를 하는구나 무릎을 치며 감탄하곤 했어. 물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리고 기도하는 일주일동안 두가지를 확신하게 되었어. 하나는 내가 결정만 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 인연을 특별한 인연이 되도록 이루어주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윤희와 결혼하면 정말 삶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 같다라는 것이었지.


윤희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확신이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어.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었을까? 비록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금 결과를 보면 하나님께서는 나의 확신들을 모두 이뤄주신 거야.


나 정말 홀로 있을 때보다 지금의 삶이 너무 즐거워. 어찌보면 내 옆에 한 사람이 더 늘어난 것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한 사람의 존재감이 너무 큰 거 같아. 당신이 내 평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축복하시기 때문일꺼야. 아가로 태어나서 한 가족에 속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나는 윤희와 결혼해서 새로운 가족을 이뤄 살아가고 있어. 아기로 태어났을 때와 같이 결혼해서 두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수도 있겠다.


뭐, 내가 달리 동키호테와 같다는 말을 들었겠어? 난 남들이 나와 놀아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다며 큰소리 치며 살잖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도 꽤 재미있는 거 같애. 그러고보니 윤희야. 당신 남편은 왕따교 교주인데 마님도 뭐 한자리 해야지? 부교주를 시켜 놓으면 집안끼리 말아먹는다고 할테니 좀 그렇고. 인원은 손에 꼽지만 교도들도 몇명 있어. 나랑 같이 세상을 초월하려고 발버둥치는 인생들이. 당신이 나보다 파워가 더 세니까 아마 교도들도 당신 보면 내 눈치보단 당신 눈치를 볼꺼야. 흠. 이거 뭐 한자리 할 필요도 없구만..-.-


우리 비록 처음에는 서로 의견충돌도 있었고, 나 홀로 속앓이를 하며 하나님께 하소연할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소중하고도 재미있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어. 서로 티격태격 한번 안하면 무슨 재미로 연애를 해? 나한테는 결혼이 연애의 연장인데, 서로 튕기는 재미, 아양떠는 재미도 있어야지.


그런데 왜 우리 부부싸움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나도 부부싸움이란 걸 했다'라고 얘기하면 왜 한결같이 '장난하냐?' 반응을 보이는 걸까? 윤희야. 우리 고민해봐야할 거 같아. 우리 장난으로 싸우는 걸까? 우리 딴에는 엄청난 고민을 하며 엄청나게 심각하게 티격태격하는 것 같은데.


내가 몇번 얘기했던 것 기억나지? 나는 적응하기에 조금 느린면이 있다고. 하지만, 뚝배기와도 같이 조금씩조금씩 관계성을 맺음에 있어 가까워지고, 또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사랑이 풍성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서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아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랑할꺼라고.


나는 평소 일상에서 오늘보다는 내일 더 많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더 많이 감사하기를 기대하고, 더 많이 기뻐하기를 기대하며 기도를 해. 그래서 사랑에 대한 내 생각에도 은연중 그런 점이 반영되어 있나 봐. 다행히 하나님께서 날이 갈수록 당신이 더욱 사랑스럽게 여겨지도록 인도하시니 다만 감사할 뿐이야. 이쯤해서 '내 잔이 족하나이다'를 외쳐야 할텐데 여전히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는 내가 욕심이 좀 많은 건가?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하나님께 '아따! 쫌만 더 주쇼!' 외치며 살지 몰라. 뭐 어쩌겠어. 그게 나란 사람인 것을. 우히히히.


뭐 암튼 당신으로 인해 한 영혼에 대한 기쁨과 소망, 인내와 사랑 등등 갖가지 경험들을 했다고나 할까. 정말 인간의 영혼에 대해서 이제 통달한 거 같아. 그럼 난... 신선이 된 걸까?-.-..


1년 하고도 2개월도 훨씬 전에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우리 인연이 열매를 맺어 결혼을 하게 되고, 이제 조금 후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 생명이 태어나게 될텐데. 그 생각만 하면 당신이 더욱 사랑스러워. 뭐 다른 세상 모든 아빠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앞으로 더욱 시간을 아껴서 살며 목표했던 바를 이루고 싶어졌어. 물론 취미생활도 더욱 더 열심히! 우헤헷.


당신 그거 모르지? 요즘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면서도 당신 생각하면 헤벌죽 웃음이 나와. 그거 다른 사람들 못 보게 하느라고 죽을 똥을 싸고 있어.(O.O) - 이건 순전히 키보드 위에 손가락이 춤을 추게 하신 하나님의 뜻일꺼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어. 당신 남편은 훨씬 고상한 표현들을 많이많이 알고 있다고! 뭐라고? 정말 똥을 싸고 있다고? 어허! 윤희야? 오빠 믿지? (어라??)


야곱의 축복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네. 당신 올해 요절 말씀이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잖아. 짧게 요약하자면 '강하고 담대하라 네가 형통하리라'는 말씀인데. 윤희야. 우리 이것만 기억하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시니까 당신은 어떤 시련이 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어. 그렇지?


언제나 우리에게 수많은 축복과 크나큰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께 당신과 함께 기도하며 응원할께. 당신이 묵상하는 말씀으로 내가 하고 싶은 한마디를 대신 하고 싶어.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우리 사랑 이대로 하나님안에서 영원하기를...
하지만 우리가 결코 하나님보다 더 서로를 사랑하지 않도록 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화목하고 행복이 넘치는 교회가 되게 하시고 모든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서 영광 받으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인해 우리 가정에 감동과 감사, 용서, 그리고 눈물이 넘치게 하시기를....
주의 은혜 안에서 강건하고, 세상에 믿는 자들의 본이 되는 아름다운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시기를....
주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가정이 되도록 인도하시기를....


우리 언제나 기도하면서 살자.
이 밤도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사랑을 더하셔서 깊이 잠들어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시기를..
사랑한다, 윤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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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아, 이제는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이 한명 늘었군요.


오늘부터는 우리 "몽실"이도 공식적으로

저희 연애일기에 포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세 식구와

매일 저희를 물심 양면으로 섬겨 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이 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조그만 우리 가족의 소요(?)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집에 있는 날이었으니 주말이거나 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님과 저는 일단 잠을 자려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잠이 오기는 커녕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서로만 쳐다보다가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잠도 안 오고, 시간은 남았고....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TV를 켰습니다.

그리고는 주말연속극 "사랑과 야망"을 보았습니다.

우리 부부가 TV를 볼 때, 우리 몽실이는 운동회를 합니다.


그 날도 여지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인생에서 사랑이 먼저냐 야망이 먼저냐,

아니면 사랑은 야망을 이루는데 있어서 장애가 되느냐,

저 등장인물의 성격은 어떠냐 열심히 심사숙고를 하다못해

토론을 하며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몽실이는 열심히 발로 엄마 배를 툭툭 차면서

저희를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제 얼굴을 대고 있으면 과장을 조금 해서 멍이 들 정돕니다.-.-


그 시간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는 깊은 꿈나라에 계셨지요.

어느 덧 시간이 흘러 드라마가 진행되어 가는 중에,

사랑과 야망에서 나오는 여자 애가 큰 아버지 집에 있으면서

급성 맹장으로 아파 울부짖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어른들에게 연락을 하면

다들 일에 바쁘거나 출장을 가서 전화를 받을 수 없고...

이런 경험들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손에 땀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마음을 졸이며 열심히 어떻게 진행이 될까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TV 소리가 너무 컸을까요?

여자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잠결에 들으신 장모님께서는

주무시다가 일어나셔서 "윤희야!" 를 외치시며 문을 열고 달려 나오셨습니다.

순간 저는 놀랐습니다.

얼마나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셨으면....


또한 곤히 주무시는데 TV 소리를 크게 켜놔서

괜스레 잠을 깨운 것 같아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저희는 장모님을 다시 들어가서 주무시게 한 다음,

소리를 줄여서 결국 드라마를 끝까지 봤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의 사랑에 너무 감동해서

뒷부분 드라마 내용이 기억 안 나네요..-.ㅜ


우리 가족들의 사랑은 이정도입니다.

부럽죠? 우흐흐흐.

비록 늦은 밤에 일어난 조그만 소요였지만,

제 가슴은 조금 많이 따뜻했었습니다. 꺄울.


장모님,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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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별로 내용도 없는 글로 게시판 목록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아내의 변천사"에 대한 내용을 기어코 오늘은 채우고야 말겠다는 굳은 다짐 속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내용은 바로...

다름 아닌, 미리 말씀드린 대로.....

마당쇠 용비가 모시고 살고 있는 이제는 우리집 "지존"이 되어버린

구윤희 마님의 애교 변천사에 대한 간략한 서술입니다.


그럼 기억을 헤집어서(?) 시대별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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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란하고 조신한 구윤희 양.


결혼 전.


제가 지금은 마님을 모시고 사는 요모냥 요꼴(?)이지만,

저에게도 용비군과 구윤희양이 만나는 연애시절이 있었습니다.

(뭐, 우리 마님은 이건 어디까지나 제 입장에서 본

제 생각일 뿐이라고 강변하시겠지만,

글이란 건 상당히, 어디까지나 쓰는 사람 맘이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마님의 반응은 그냥.. 무시합니다.)


그때는 제 눈의 안경이라고....

어찌나 얌전하고 조숙하고 참하고 아릅답고...

아,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라

아무튼 그때는 구윤희양 행동이

생판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우쨌든 저랬더랬습니다.


맥주 한잔 하는 자리에서는 얼굴을 45도 얼짱각도로 돌리고,

몸을 살짝 튼 다음 한손을 뺨에 올리고서는...

"저 술 잘 못 마셔요"

이러면서 거부하는 바람에,

괜히 남자로서의 호기로운 모습을 보인다고

생맥주 피쳐 2000시켰다가 혼자 먹느라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주량이 맥주 1000 넘어가면 혀가 꼬이기 시작하는데..-.ㅜ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는 아주 조신하게 행동을 해서,

제 주변의 사람들은 '정말 참한 아가씨네'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저를 부러워했더랬습니다.

물론 저는..... 입이 찢어졌죠.ㅜ.ㅜ


그래도 이때 우리 사이는...

서로 높임말을 사용하는 사이였습니다.

연애하면서 대충 2~3개월까지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2. 터프한 요조숙녀 구윤희 씨.


사실 제가 이론으로는 연애 9단이었습니다만,

실제로는 많이 어설펐나 봅니다.

어느 정도 안면 익히는 시간이 흐른 후,

구윤희 양께서는 바로 구윤희 씨로 승격하셨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구윤희 씨는 한마디 멘트를 날리셨습니다.


"우리 이제 어느 정도 만났고, 서로 특별한 사이니까...

지금부터 말 까자."


한동안 공간을 배회하던 제 정신을 부랴부랴 불러 들인 후,

구윤희 양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으로 여긴 저는

잠시 고민 후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그랬다가 바로 뒤통수 맞았습니다.


"아, 바로 말 까자니까 왜 높임말이야."


그 다음에도 몇번 높임말을 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

그때마다 가차없이 철퇴를 가하는 구윤희 양은

그 이후로 저에게 더이상 구윤희 양으로 남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구윤희 씨로 승격하셨죠.


저는 바로 높임말을 사용하던 사람에게 말을 놓기까지 조금은

시간이 걸리는 타입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막나가게 되는 모습을 알고는

제 스스로도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일명, "돈키호테"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음화화홧.

(실제로 저를 돈키호테라고 부르신 분도 계십니다...ㅜ.ㅜ)


서로 말을 놓은 뒤로, 더 쉽게 가까워지고,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고,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높임말을 사용할 때와는 또 다른 좋은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3. 귀여운 공주님 구윤희 님.


구윤희 씨가 된지 얼마나 됐다고...

서로 말을 놓기 시작한 뒤로 구윤희 씨께서는 최단시간에

더 높은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말을 나누다가 제가 조금 삐진 것 같으면,

'아잉, 왜 그래..' 하면서 제 팔짱을 끼거나,

저를 쳐다보면서 웃으면서 제 앞에서 애교를 피우는데 정말...

저를 얼르고 뺨치는 것을 알면서도

정신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을 제정신 못차리고 휘둘리다 보니,

어느 새 구윤희 씨께서는 구윤희 님이 되어 계셨습니다.

(사실, 우리 마님이 인간 관계에 있어서 눈치는 빠른 편입니다.)


삐지거나 성질이 나 있는 상태에서,

저렇게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애교를 피우면,

왠지 더 진행하기 어렵잖아요?

아니 그럴 때마다 순간 전의 사건을 잊어버리고

입 쩍 벌리고 헤죽거렸던 제가 조금 모자란 걸까요?(-.-).

하지만, 뭐 워때유? 제가 좋으면 그만이지. 히히히.


4. 강력한 카리스마 구윤희 마님.


그렇게 해서 우리는 대략 9개월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이 오묘하고도 놀라운 관계.

길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결혼의 정의에 대해서 고민한 결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도 한번 해봐!"


그때부터 구윤희 님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도 그렇겠지만, 남성들에게 있어서

결혼 전의 생활 패턴이나 습관들을 모두 아내에게 맞추기란

돈키호테가 제정신이 되는 것 만큼이나 참으로 어렵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결혼 전, 매일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무협, 판타지를 읽으면서 우주여행을 떠났던 저로서는

결혼 후 바로 그 생활 패턴을 확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한 5분 서로 얼굴보면서 이야기하다가 보면 더이상 할말 없어

마님 머리카락부터 발가락 끝까지 구경해야 하는 것보다

사실 우주 여행 가는 것이 더 재미있기도 했죠.


그런데 우리 구윤희 님께서는,

저의 그 생활 습관을 뜯어고치기 위해서 "나한테 칼 있수마"를 외치시며

강력한 제재를 가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강력한 지도력을 견디다 못한 저는,

컴퓨터를 하다가도 "자기야, 컴퓨터 꺼!" 소리가 들리면

바로... 끄지는 않고 그냥 사정하게 되었습니다.

"여보, 5분만. 이거 하나만. 어쩌고, 저쩌고.."


말 안 들으면 바로 삐지십니다.

그러면, 정말.. 수습 곤란했습니다.

제가 구윤희 님 옆에서 지금까지 상상할 수도, 경험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애교를 떨어야 했거든요.

뭐, 지금은 익숙해져서 노하우가 좀 쌓였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연락 주슈. 무료로 전수해 드릴테니. 우갸갸갸.


그리고 구윤희 님께서는 바로 저의.. 마님이 되셨습니다.(-.-)

감축드립니다.. 꺼이꺼이. 감격해서 눈물이 날라고 그러네.


그래도 지금은 마님이 저런 말씀을 하시면 한마디 삐약이라도 합니다.

"어허, 마님! 애니와 무협, 판타지 속에도 인생이 있다니까!"

그래도 감히 마님의 말씀을 어길 생각은 못하지만,

저렇게 하게 되었다는 게 어딥니까! 장족의 발전입니다. 흑흑.

또, 감격해서 눈물나올라고 그러네.

여러분은 감히 저렇게 되기까지 저의 피나는 인내와 노력,

두려움 극복의 그 험난한 과정을 감히 짐작조차도 하실 수 없을 겁니다.

사실 별로 안했습니다.(^^)/


이때부터 마님께서는 제가 기분이 상했거나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겨지실 때마다

마당쇠인 저에게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바로 옆으로 달라붙어서는,

"자갸, 나 어디가 제일 이뻐?" 라고 묻거나,

"내 어떤 점이 제일 좋아?" 라고 묻거나,

"나 얼마만큼 사랑해?"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또 방금 전까지의 현실을 잊어먹고서는,

어떻게 기발하고도 만족을 줄 수 있는 답변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0.1초 만에 대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냥 다 이뻐", "다 좋아", "많이 사랑해" 이런 평범한 대답했다가는,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구윤희 마님의

'계속해서 질문하며 옆구리 찌르기' 신공에 시달려야 합니다.

"코가 제일 이뻐" 라고 대답하면 "그럼 눈은? 입은? 얼굴은?..."

이렇게 자꾸 묻는 걸 보니

지금까지 완벽하게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어디가 제일 이쁘냐고 물었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콩팥이 제일 이쁘다고

말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마, 평생에 걸쳐서 찾아야 하는 오묘하고도 험난한 길이 될 것 같네요.


5. 무소불위 구윤희 왕비.


요즘은 그냥 갈 때까지 간 것 같습니다.

그냥 우리 집에서 구윤희 마님께서 왕이십니다.

마님께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셨거든요. 우헤헤헷.

음? 마님이 임신하셨는데 왜 마당쇠가 좋아하냐고요?

왜긴요. 그러니까 제가 돈키호테죠.

어, 아무튼 마님에서 바로 왕비가 되신

윤희 왕비님께서 요즘 심경의 변화가 있으신가 봅니다.

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요즘 들어 제 건강을 많이 챙기시는 걸 보니

아마도 조금 지나면 저도 마당쇠에서 집사 정도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요즘 윤희 왕비님께서는 제가 말 안 들으면 바로 짜증을 내십니다.

제가 마당쇠였다면 짜증도 필요 없었겠죠. 바로 뭉겠을테니.

조금만 더 지나면 '하늘같은'은 택도 없는 희망사항이지만,

'서방'까지는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 증거로.. 요즘 가끔 윤희 왕비님께서는 저를 호칭하실 때,

'정서방'이라고 부르거든요.(-.-)

'이, 그, 저, 야' 등등의 껄쩍찌근한

지시대명사로 부르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요즘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쓰려고 해도,

왕비님의 재가가 떨어져야 가능합니다.

'이것 쓰면 나중에 볼 때 재미있겠다' 싶은 내용도

마님께서 "쓰지 마, 쓰면 죽어!" 한마디 하시면 그냥 끝입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제 주변에는 특이한 분이 한분 계십니다.

바로 모두가 모여 있는 장소에서 시원하게 살랑방구를 뀌신 다음에,

자기 스스로가 놀라서 큰 소리로 '뭐야, 뭐야~'를 외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사장님인데요(-.-), 얼마 전에 한분 더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런 왕비님께도 애교스런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가지만 언급하자면....

대화를 하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상황설명을 '혀 짧은 목소리'로 하는 겁니다. 낄낄낄.

"점심 먹었어?"

"응, 맛난 거 먹었떠."

으이구, 귀여운 것. 저렇게 하는 왕비 봤습니까? 킬킬킬.


뭐, 새생명이 태어나게 되면 저는 '서방'에서

마당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낙엽'으로 순식간에 추락할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우리 왕비님께서 또다른 애교로 저를 즐겁게 하실 겁니다.

아, 기대된다.


자, 우리 왕비님의 애교가 어떻게 진화될지

저와 함께 기대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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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뻥이야.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46 용비

저는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대전 유성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는 저희 뿐만 아니라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함께 지내고 계십니다.


사실, 자녀들에게 너무 헌신적이시고 자상하신 어르신들이라서 '저희 집에 와서 뒷바라지를 좀 해주십사'하는 저희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시고 저희 집에 와 계십니다.


음. 매사에 저희가 장인어른, 장모님의 섬김을 받고 있죠. 으헝헝.


그래서 더욱 기분좋게, 효도를 해야 겠다고 다짐..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네요. 얼른 효도를 해야 할텐데. 장인어른, 장모님께서는 저희가 행복하게 잘 살면 그게 효도하는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에휴.


지금 제게 장인어른, 장모님은 부모님과 같습니다만, 두 분 어르신이 부디 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시도록 하나님께서 축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꺄울.


어, 아무튼. 오늘 이야기는 제가 뻥쟁이가 된 사연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음화화홧.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우리 마님은 절대로 이 사연을 적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 말을 그대로 들을 제가 아니죠. 음헤헤헷. 제가 달리 동키호테입니까. 흥. 자, 이럇!! 말아, 한번 달려보자~


사건의 발단은 제가 아내에게 건 전화 통화에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점심 시간이 되어가길래, 공주에서 근무하던 마님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따르르르르르르릉~~~"


저는 아리따운(!) 마님의 "여보세요???" 라는 멘트를 듣고 싶었습니다만, 발신자 번호표시는 제 기대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OTZ.


"어, 왜?"


간단하죠? 저도 앞으로 모든 전화를 이렇게 받아볼까 심각하게 고민해 볼까요? 사장님이 전화해도 "어, 왜?", 거래처에서 전화해도 "어, 왜?"................ 바로 짤리겠죠...??-.-


목소리 듣고 싶었다느니, 몸은 좀 괜찮냐느니... 말을 하고 싶었지만 관객들이 많아서 차마 하지는 못하고 그냥 점심 맛있게 잘 먹으라고 말하고 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님. 결정적으로 한마디 추가했습니다.


"여보, 우리 애기 아들이래."


아내는 사실 딸을 더 바랬고, 저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건강하게 잘 태어나기만을 바랬지만, 장모님께서는 아들을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에게 차마 뭐라고 말은 못하고.. 그냥 "오, 아들이라고? 정말 축하해" 라고 큰소리로 한마디만 했습니다. 통화를 듣고 있던 직장 동료들은 옆에서 "오~~~~~" 하면서 축하하고, 휘파람 불고, 박수치고...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축하만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 아가의 성별은 아들로 결정이 되버렸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나중에 우리 마님, 저에게 말하기를....


"여보, 우리 아기 아들이란 거 사실...뻥이야."


라는군요.


저야 아들이든, 딸이든 제 자녀가 생긴다는 사실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어떻든 좋습니다만, 제가 직장에서.... 음, 뻥쟁이가 되버렸네요.


"여러부우우운. 사실 그거 뻥이래요."

(이거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절대로 말 못합니다.-.ㅜ)


사건을 되짚어 올라가 보니 장모님께서 짐작하시기에 '아들'일 것 같아서 아내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셨답니다. 근데 결정적인 것은 나중에 장모님께서 '병원에 아들인지 딸인지 물어보니 모른다고 했는데 왠지 아들 같더라' 고 말씀하셨는데 아내는 저에게 장난하면서 "아들이래" 이 말만 전한 거죠. 흥.


(마님. 난 물귀신 동키호테야.

나 혼자 매장될 순 없다! 산초도 같이 있어야 돼!!)


뭐, 저야 아내와 그 얘기를 하며 한바탕 웃고 말았습니다만, 차마 직장동료들에게 말할 수 없어서 이렇게 재미있는 사건 기록으로 남길까 합니다. 음화화홧.


저는 여기에 사실을 밝혔으니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뭐.

(흠. 제 직장 동료분들은 사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 안합니다. 그래서 사실을 알게 될 기회는 없어요. 그렇지만, 뭐 저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절대로 제 입으로는 말 안할 겁니다. 우헤헤헤헤. 아싸. 이렇게 또 한건 빠져나가는구만.)


현재 저희 아가의 태명은 어감도 좋고, 복스러운 모습이 연상되는 '몽실이'로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몽실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하나님께서 축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요..

저는 뻥을 아주 가끔만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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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제가 장모님께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제 아내 윤희가 저에게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사실 오늘 이 글에 적힌 이야기를 제가 아내 윤희의 두 눈을 보며
할 수 있을만큼 제 자신 그렇게 얼굴이 두껍지 못합니다.


물론,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니
저도 또한 안면에 철판 깔기로 마음 먹으면
천하무적을 자랑할 자신은 있습니다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윤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해'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어떻게 남자가.......


(뭔 얘기일지 궁금하죠? 음하하하핫! 사실 별 얘기 아니에요..ㅜ.ㅜ)


자, 그럼 제가 장모님께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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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가 퇴근하자

그때까지 저를 기다리시던 장모님께서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
저는 장모님의 사랑이 가득 담긴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장모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날 장모님께서는 저에게 두가지 이야기를 하셨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윤희 입덧 심하더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안쓰럽더라.

얼른 정서방하고 같이 살아야할텐데....


2. 정서방이 없을 때는 윤희 마구 성질 부려~


글을 읽는 분들께서 오해를 하실까봐

제가 잠시 해명을 할까 합니다.


1번 얘기는 제가 아내 윤희와 따로 산다는 것이 아니라,
집은 대전이고 직장이 서울이다 보니

매일 출퇴근 하는 것도 힘들고 해서
일주일에 많으면 3일 정도 서울 양재 누나집에서 잠을 잡니다.


물론 마님이 허락을 했을 때만요.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서 '내려와' 이러면

'네~ 마님' 하고 가야 합니다.


어, 아무튼 장모님이 하신 말씀은

바로 생활권을 합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궁금했던 게 바로 장모님의 2번 말씀이었는데요.


"아니 왜요?" 이렇게 질문하자

거기에 대한 장모님의 답변이 저를 웃게 했습니다.


장모님 말씀하시기를...


"윤희 쟤는 정서방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날 때도,

저녁에 퇴근할 때도 웃고,
입덧도 별로 안하고 그런데,

정서방 없을 때는 얼마나 골내는지 몰라.
막 짜증내고 입덧도 심하게 하고 그러네.."


"어머, 그래요?"


"아니, 그래서 내가 '왜 정서방 있을 때는 웃고 그러더니,

없으니까 짜증내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정서방이 옆에 있을 때는 안정되고 편안하고 기분이 좋대.

아이구 참, 내가 웃겨서."


음헤헤헤헷.
오늘의 주제입니다.

제가 왜 장모님 말씀을 듣고 기분이 좋았는지 아시겠죠?

장모님께서는 한숨을 쉬시면서

마지막 한마디로 이야기를 마치셨습니다.


"하긴, 결혼한 부부가 서로 그래야지."


물론, 어디까지나 제가 아내 윤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이 글을 제 아내가 읽게 되면

'난 그런 적 없어!' 라거나 '기억안나!' 라는

제 아내 전매 특허 강철오리발 내밀기를 할지도 모르지만,
이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쑥쓰럽거나 당황하면 저도 모르게 뒤통수를 긁적이는 것처럼,
제 아내 또한 당황하거나 쑥쓰러울 때 저런 표현이 반사적으로 나온다는 것을.


이봐, 마님. 뭐라고? 아니라고?

흥. 이제 난 당신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아직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아무튼 제가 보기에 확실합니다. 아님 말고....( '')


그리고 그 뒤로 제 아내가 더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럽군요.

팔불출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까짓꺼 오늘 이곳에서만(!) 팔불출 한번 되어 보죠, 뭐.^^..


그래서 오늘 글의 마무리로 저는 아내에게

다음 가요 가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제가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할 수 있겠습니까.

하려면 근사하고 풍경도 멋진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해야지,
잠옷 입고 침대에서 마주보고 할 수 없잖아요.


그랬다가 '어디서 분위기 잡고 있어!' 하면서 싸대기 한대 맞을지도. 우헤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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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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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 당신에 대한 내 마음 한조각이야.
받아줄 수 있겠어? 어지간하면 그냥 받아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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