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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7 용비 13. 아내에게 비밀인 이야기 하나.
  2. 2009/11/17 용비 12. 내 품은 약.품.
  3. 2009/11/17 용비 11. 내 안에 너 있다.
  4. 2009/11/17 용비 10. 황금 눈썹.
  5. 2009/11/17 용비 09. 50원? 500원?

[부제] 남편들이여, 때로는 머리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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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로 조금 전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합니다. 그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부제"에 있는 것과 같고, 우려되는 바가 있다면 바로 제목에 적힌 바와 같습니다.


즉,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남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든 남성들이여, 우리도 머리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라는 것이고, 우려되는 바는 '우리 마님이 내일 당장이라도 이 글을 볼텐데 나중에 너무 귀엽다고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는 않을지' 염려가 된다는 말이죠.


참고로, 우리 마님은 저보다 파워가 셉니다. 글 읽으시는 분들. 상상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제가 한 말이 무슨 뜻일지 상상(?)은 자유롭게 하소서.


우리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글임과 동시에 가장 어려운 언어라고 감히, 저 혼자서라도,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과학 분야를 전공한 저는 한마디로 '최고로 과.학.적.인 글' 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마 가장 어려운 언어로 여겨지는 여러 이유들 중에 하나가 한 문장이나 단어가 여러 가지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중의적인 언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갑자기 한글 예찬론을 펼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두 가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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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님, 이제 임신 3개월이 지났습니다.  요즘 입덧 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검색 엔진에서 주욱 찾아보니 입덧은 보통 12주까지 가장 심하고, 15주 정도 되면 자기도 모르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오늘도 입덧으로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있다가, 어렵사리 장모님께서 사랑으로 해주신 '멸치국물로 우러낸 국수'를 먹고는 안방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인상을 쓰더군요. 속이 울렁거려서 또 입덧을 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까 글에서 봤잖아. 입덧한다고 자꾸 의식하고 신경쓰면 오히려 입덧을 더 한다고. 맘 편히 먹고 가만히 있어봐."


"아니, 몸이 힘든데 어떻게 맘 편히 먹고 신경을 안 써.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서 등을 살살 쓸어주면서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 마인드 컨트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마인드 컨트롤이 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전 원래 이렇게 뜻을 알지도 못하는 유식한(?) 말을 잘 합니다. 저도 이렇게 상황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말을 하는 것이 참 신기해요.-.-


아무튼 일단 침대 머리 맡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라고 하고서는 저는 옆에 드러누웠습니다. 조금 있더니 나중에 출산할 때를 대비해서 연습한다며 옆구리 쪽에 붙어 알랑 거리는 제 머리카락을 잡더니 계속 흔들어 댔습니다.-.-


순간 들었던 생각,


'아니 지금 이 마누라가 남편 머리 가지고 뭐 하는 거야?'


나 지금 화났어! 표정으로 마누라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안경을 벗어놓은 관계로 두루뭉실하게만 보였습니다. 제 표정의 약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ㅜ


그러다가 마누라가 손을 놓자 그 순간 또 기발한 작전이 떠올랐습니다.


'이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입덧에 신경을 덜 쓰지 않을까?'


읽으려고 손에 들고 있던 성경책을 놓고서는 반대쪽으로 홱 돌아누웠습니다. 입덧에 지쳐 힘이 없던 우리 마님, 순간적으로 저를 덥썩 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삐졌어? 아잉..."

"남편으로 나를 존중한다면 내 머리카락 쥐고 그렇게 행동할 수 없어!"


제가 조금 강하게 나가자 정말 삐졌다고 여기고 걱정스러웠는지 우리 마님 행동이 조신해졌습니다.


"남편이니까 그런 행동을 하지, 내가 누구한테 그러겠어. 아잉.."


우헤헤헤헤. 아싸, 더 이상 입덧에 신경 안 쓰게 하는 작전 성공!!

그 이후에 마님은 제 배를 베개 삼아 조용히 누워서 고른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때요? 머리 한번 잘 쓰면 가정에 평화가 옵니다.


그러니 가끔은 마님한테 머리카락 한번 잡혀서 휘둘려지고(?),

잘 판단하여 현명하게 상황을 반전 시키세요!


제가 오늘 말씀 드리고자 하는 부제에는 위와 같은 두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잘 쓰라고 했다고 자기 마님한테 헤딩하면 엄청 곤란, 대략난감합니다. 그때는 혹시라도 저 아는 체 하지 마시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광고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설마, 내일 날이 밝아 마님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저보고 뻥쳤다고 혼내지는 않겠죠? 어이 마님. 혼내면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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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약국에서 파는 그런 '약품'이 아닙니다.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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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수필이 하나 기억납니다.


다름 아닌, 박문하 선생님의 "약손"


의사의 직분을 감당하시는 박문하 선생님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아픈 사람을 향한 무엇인가가 결여된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손'

이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의약품 같은 것은 없었어도

주름진 손으로 아프다는 손자의 배를 살살 어루만져 주시면

아픈 것이 씻은 듯 사라지고 편히 잘 수 있었다는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섬세한 손을 말씀하셨었지요.


그래서 할머니의 손은 약손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어린 나이에 할머니와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담긴 손길을

많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얘기는 비록 그 할머니의 약손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우리 마님에게 있어서는 제 품안이 그와 비견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하며 히죽거렸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낄낄낄.


며칠 전, 사무실에서 퇴근하면서 프린터에 문서를 하나 걸었습니다.

그동안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고

열심히 컴퓨터 한쪽 구석에 모아놓기만 했었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모아 놓은 것 중에 하나인

미국 드라마 대본을  인쇄했습니다.


일단 MP3로 음성을 들으면서 대본을 봤더니 어찌나 빠르던지.

대사를 쫓아가다가 눈알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퇴근 후 대전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음성으로 한번 듣고,

대본을 확인하면서 한번 들었더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리더군요. 멀미도 하고.-.-


사실 공부하려고 시작했는데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자막까지 구했습니다...ㅜ.ㅜ

이거 드라마 보다가 날 새고 공부 못하면 안되는뎅.. 으흑.


어.. 험험.. 어쨌거나 그날 퇴근한 후에 모르는 단어나 숙어가 있어서 서재에서 열심히 단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밑줄 쫘아악.... 그어가면서 메모를 했죠. 아, 이 뜨거운 학구열이여~~~


그런데 안방에서 자고 있던 우리 마님.

제가 퇴근한 소리에 잠은 깼는데,

방에 안 들어오니 신경 쓰여 잠을 쉽게 못이루었나 봅니다.

몇번을 잠에서 깨서 왔다갔다 하더군요.


한참 정리하다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자려고 안방에 들어갔습니다. 침대에 누웠더니 옆에서 마님이 잠못 이루고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어디 몸이 안 좋은가 싶었는데,

제가 옆으로 달라붙었더니 귀찮은 듯한 몸짓을 하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제가 퇴근하자마자 마님 옆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던 게 불만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래저래 신경쓰느라고 그랬겠죠. 푸흐흐흐흐.


잠못 이루며 몸을 뒤척이는 걸 보니 심기가 불편한 것이 원인일 것 같아서 뿌리치고 귀찮아 해도 옆에서 열심히 사전 공작(?)을 했습니다.


"이리와. 내가 안아줄께."

"아 귀찮아!"

"아잉. 한번만 안아보자."

........


결국 못이기는 척 제 품에 안기는 마님을 보니...

'어이구, 이 귀여운 것.'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이 나왔지만 웃지 못했습니다.

웃다가 들키면 수습 곤란합니다..-.-


품에 안고 제 팔을 베개로 삼아 5분 정도 있었을까요?

옆에서 오토바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음. 오토바이는 조금 심했고, 아마도 스쿠터 정도는 됐겠네요.


'도로로로로롱~~~'

'도로로로로...커커컥.. 로로로로롱.....'


어떻습니까.

불면증에 잠못 이루는 우리 마님을 품에 안고,

팔베개 해 준 다음 몇번 쓰다듬어 주면 바로 불면증이 없어지는데...


이만하면 제 손이 약손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우리 마님한테 제 품은 약품(화학약품 아니에요..-.-)이 아닐까요? 푸캬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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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게는 대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함께 하는
아주 친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아름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지요.
제가 공부를 하게 돕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감미로운 노래도 들려주고요.


그런데 마님은 저의 이 취미생활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몰래몰래 둘이서만 놀아요. 푸흐흐흐흣.


어느 날은 이 친구와 함께 새벽까지 놀았습니다.
제 취미생활을 위해서 이 친구가 시간을 희생한 거지요.
고마운 일 아니겠습니까?


다음 날 대전으로 퇴근했을 때 마님은 제게 물었습니다.


"어제 뭐 했어!"
"취미생활 했지."
"몇 시에 잤는데?"
"좀 늦게 잤어."


그러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마님 옆에 살며시 누웠습니다.
마님 끈질깁니다.


"PMP로 애니봤지!"
"응. 재밌더라. 푸흐흐흣."


그러자 마님 저를 쳐다보면서 추궁합니다.


"자꾸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PMP가 없어지는 수가 있어!"
"야아아아. 안돼, 안돼. 싫어, 싫어."
"지금도 머리속에 PMP 생각만 들어 있잖아!"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큰일납니다.
정말로 저의 취미생활도 함께 하고,
공부도 돕는 가장 친한 친구 하나가 사라질 판입니다.


맹렬히 머리를 굴리다가 적당한 대답을 찾아냈습니다.
답을 찾아내는데 걸린 시간은... 0.1초.
정말 순간적이었습니다. 음화화홧!!


"아냐. 지금 이 순간
내 머리 속에는 마님 생각밖에 없어!"


'지금 이 순간~ 여유로 찾아와~ 날 부르는 그대.
멋진 여자.... 우우 구윤희~~~'


하지만 왠지 뭔가 미적지근했습니다.
그래서 옆에 누워 있는
마님의 눈을 쳐다보면서 진지하게 한마디 더 했습니다.


"내 안에 너 있다!"


'아, 이 멋진 대사가 생각나다니.
나도 영 바보는 아니란 말이야... 흐흐흣.
자, 감동해라, 어서~~'


마님, 순간 낄낄대며 웃습니다.


"자기, 오늘은 좀 웃겼어."


제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님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서
웃으며 즐거워하는 마님의 기분에 동참했습니다.


한참을 같이 웃다가 마님이 진지하게 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싸대기 한대 때리며 말했습니다.


"어디서 터프한 척이야!"


아, 옛날이여.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고,
이렇게 옛말도 마구마구 바뀌어 가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어흐흐흐흑.


그래도 하나 남긴 것은 있습니다.


"내 안에 너 있다."


제 어록에 추가해야겠습니다. 캬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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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황금 눈썹.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42 용비

때는 2005년 06월 19일.


장소는 충남대학교 어느 이름 모를 건물 앞의 벤치.
요일은... 음.. 잘 모르겠네요.
제가 대전에 있을 때니까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이었겠죠.


제 기억에 그 날 날씨는 한 여름을 향해가는 계절에 맞게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오전까지는 찬란하게 빛나는 저 태양을 구경할 수 있었고,
오후에는 우중충한 하늘에 내리는 빗물이
충남대 캠퍼스를 거닐던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비가 내리면서 햇빛 비치면 '사자가 장가간다'고 하죠?
응? 모르세요? 음. 그냥 그런 말이 있어요!)

아무튼 그날 우리는 사자도 몇마리 장가 보냈습니다.(-.-)


그날 예비 마님 구윤희씨와 완전무결한 마당쇠 저 용비는
순전히 카이스트보다는 충남대 교정이 더 넓다는 한가지 이유로
충남대학교를 어슬렁거렸습니다. 물론 팔짱도 꼈죠. 캬캬캬.


한참을 거닐다가 비가 와서 정문에서 주우욱 올라오면 있는
어느 건물을 부랴부랴 찾아들어가 건물 앞의 벤치에 앉았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마주보..고 싶었지만, 의지가 일렬로 있었던 관계로,
마주보지는 못하고 얼굴만 돌려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참을 즐겁게, 신나게, 행복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께서 비를 맞으면서 저 멀리서 다가오시더니

저희에게 물었습니다.


"이 건물에 돈 찾는 기계 없어요?"


당연히 제 고개는 예비 마님 윤희에게 돌아갔습니다.


"없어요."


그러자 아주머니. 무섭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 정말. 비도 오는데 여긴 무슨 대학교가 학교만 크고
그런 거 하나 없고 G랄이야. 아, 열받어."


열받은 사람은 아주머니인데,
분위기 썰렁해진 피해는 우리가 받았습니다.(-.-)


순간 순진했던 저는 어떻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할까 고민하면서
어찌할바를 몰라 그냥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굴 옆쪽이 뜨끈뜨끈했습니다.
옆으로 눈알을 굴려보니

윤희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야야야. 사람 볼 줄 아는구나. 내가 원래 좀 멋지지. 크흐흐흠.'


계속 쳐다보다가는 사시가 될까봐

얼른 다시 앞을 보면서 모른체 했습니다.


제 얼굴을 바라보던 윤희.
드디어 안되겠다 싶었는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 먼저 말을 꺼냅니다.


바로 그거거든요!

남자가 어색해할 때,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는 거.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음화화홧.
그래서 윤희는 아주 멋져요.


그런데......


세상 모든 남자들이여!
만약, 연애를 하거나 부부간에 대화를 할 때,
애인이나 마님이 아무말 없이

얼굴을 30초 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때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윤희가 말했습니다.


"자기, 이제 보니 눈썹 정말 진하다."


그래서 저는 목에 힘줬습니다.


"으허허허허험. 원래 내 눈썹이 멋져!

내 눈썹을 보신 할아버지들께서는 관운장 눈썹이라고 했어."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기러기 날아가는 모양의 짙은 눈썹을 보시고서는,

삼국지의 관우 눈썹같다고.

그런데 그게 윤희한테는

강아지가 살랑거리며 뀌는 방귀소리로 들렸나 봅니다.


대뜸 이러더군요.


"한번 밀어봐."


순간 충격을 받은 저는

그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 까먹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기억에 남은 것은 "눈썹을 밀어봐"라는
슈퍼캡짱울트라쇼크협박성 멘트 하나입니다.


순간 저는 눈썹이 없는 제 모습을 그려보고는

처절하게 방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윤희 마님.

팔로 제 머리를 감싸고는 "이리와~ 내가 밀어줄께~~".


참, 저는 우리 마님하고 놀면 뭔가 이상해지나 봅니다.
이성이 없어지고 별나라 갔다 온 것 같습니다.
하여튼 왜 하필 그 순간에 황금박쥐가 생각났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괴성을 질렀습니다.


"안돼~!! 나의 이 황금눈썹을 밀다니.

이 무슨 거북이 하품하는 소리야!!"


음.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조금 충격이.. 아니 많이 심하긴 했던 것 같습니다.(-.ㅜ)


그러자 우리 마님.


"오호~ 황금 눈썹? 이리와. 노란색으로 염색해줄께."


비가 내리고, 지나가는 사람없이 평화로운 오후에...
우리는 건물 앞의 의자에 앉아
한 사람의 머리를 밀고 당기는(?) 놀이를 했습니다. 커흑.


저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또 속눈썹이 아주 예술입니다. 음냐하하핫.
언젠가 심심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제가 하나 뽑아서 길이를 재봤거든요?
아니 그런데 글쎄 그게 1.5cm를 넘잖아요?(O.O)


우리 마님은 제가 이쁜 걸 많이 질투합니다.(??)
어찌어찌 눈썹을 사수했더니,

이번에는 또 속눈썹을 뽑아보라는 겁니다.

속눈썹이 눈을 찔러 눈이 나빠졌다면서,
직접 하나하나 뽑으려고 하셨던 큰어머님 다음으로
제 눈썹을 직접 뽑으려고 한 사람 처음 봤습니다(ㅜ.ㅜ)


세상은 적당한 외모와 적당한 성격,
적당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평안하게 잘 사는 것일까요?


아, 하나님.
어째서 저를 이렇게 멋지게 태어나게 하셔서,
제 눈썹과 속눈썹에게 이런 위험을 주시나요? 흑흑흑.


뭐, 지금 우리 마님은 기억도 못할 겁니다만,
정말 그때 까딱 잘못했으면,
짙은 검은색, 기러기 모양의 관운장 눈썹이라고 칭송받았던
제 눈썹이 노래질뻔했습니다. 꺼이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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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50원? 500원?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41 용비

이제 정말 봄이 코 앞이다.

하루가 갈수록 밤과 낮의 길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내 옷차림을 보면 된다.

조금만 추워도 내복에 오리털 파카로 중무장을 해야 하는 내가,
이제는 내복에 목티, 두툼한 청자켓으로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복장으로 보면 이전과 별 차이 없을래나?-.-

그래도 내가 입고 있는 옷 목록에서 오리털파카가 없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집 거실 창밖으로 내다보는 야경은 참으로 일품이다.


멀리 보이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불빛, 훤하게 트인 도로와 내려다보이는 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조명들은 마음을 절로 평온하게 한다.


지금도 푸근하지만, 이제 조금 더 지나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푸르름을 덧입을 때가 오면 드디어 나의 계절이 돌아온다. 경배하라, 왕따교도들이여! 아하하하~~~


어쨌든 오늘의 이야기는 이렇게 점점 내 곁으로 다가오는 싱그러운 봄 내음과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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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마님은 몇가지 심각한 고민이 있다.


그중에 가장 큰 고민이라면 당연 석사 졸업 논문일 것이다.
그날도 마님은 석사 논문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돌아댕기고 있었다.

서재에서 컴퓨터로 열심히 검색하고 있는 마님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심심했다.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찾고 있는 사람 건드리면 혼날까봐 한참을 지켜보기만 했다. 점점 더 심심해졌다. 그래서 참다참다 뒤에서 덥썩 끌어 안았다. 역시나.... 상당히 귀찮아했다..(-.-)..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야!"


작전을 바꿨다.
마님의 고민에 동참하는 시늉을 하고자 부드럽게 말했다. 실제로 부드러웠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여보, 논문 때문에 고민 많지? 제목 정하는 게 쉽지 않은가벼. 내가 기도해줄께. 차근차근 같이 찾아보고 안되면 교수님한테 도움을 구하자."

여기서 잠깐만~. 우리가 서로 여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남들은 어머, 닭살이야. 니들이 벌써 결혼하고 나서 10년을 살았어? 노인네들이야? 기타 등등. 말들 참 많다. 그렇지만 난 닭살 좋아한다. 매주 치킨을 먹을만큼. 그리고 우린 둘이 있을 때만 저런 자연스러운(?) 호칭이 나온다. 음화홧!


물론 남들 앞에서는 말 못하지. 닭살스럽게 어떻게 많은 이들 앞에서 '여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아직 우린 청춘이거늘! 안 그래 여보?

아무튼 작전이 성공했나보다.


'정말 너무너무 고민된다'는 표정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마님이 뒤돌아보면서 내 눈을 마주 봤다.

오, 좋아. 아싸, 드디어 관심을 나한테 돌렸어~

이제부터 뭔가 썸씽(?)이 이루어....질까?


한참을 우리는 눈싸움(?)을 했다. 그러더니 아내 얼굴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오옷~ 바로 이거거든!'

적당한 기대와 적당한 흐뭇함과 적당한 희망, 상상, 기타 등등.
'과연 이 다음 순간에는 어떤 사건(?)으로 진행될까?' 라는 생각에 내 가슴은 뛰었고, 내 머리는 달과 별을 보다 못해 우주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은 참 늦게도 흘렀다. 정신 차리고 마님을 쳐다보니 아직까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게 아닌가.

'아니 내 얼굴이 뭔가 이상한가?'

'음, 아니야. 내가 너무 잘생겨서 그런걸꺼야.'
'에이. 쑥쓰러워하기는~ 얼른 다가 와라. 얼른!'

마님이 쳐다보고만 있자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한가지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속타며 기다리고 있는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는지 마님은 웃으면서 귀여운 목소리로 멘트를 먼저 날렸다.

"자기, 콧구멍 너무 크다~"

'그렇게 부끄럽더냐~ 키키키. 우린 이제 부부야. 무슨 말이 필요해!'


머리속으로 별별 상상을 다 하던 나는 들리는 목소리에 우주에서 지구로 바로 귀환했다. 순식간에 귀환하긴 했는데...

방금 들은 말이 얼른 이해가 안됐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거기서 콧구멍 얘기가 왜 나와? 그런데 콧구멍이 어쨌다고?

순전히 우주 여행을 너무 오래한 탓이다.

내가 얼떨결에 해서는 안될 말로 대답을 한 것은.

"야아~ 그래도 50원짜리도 안 들어가!"

아, 이런 썩을. 이게 아닌데.
순간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이 왜 하필 저거냐?(-.ㅜ)
아무튼 우리 마님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뭔가 있어보이는 꿈은 개꿈이 되고,
심각한 얘기는 별거 아닌게 되고,

내가 진행하려던 이야기는 판타지 얘기가 되고,

평소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만큼 나 자신이 이상해진다.

아니나다를까, 마님이 반격을 했다.

"에이~ 뻥치네. 500원짜리도 들어갈 것 같구만.

자 한번 확인해 보자. 돼지코 만들어봐."

윤희를 뒤에서 안고 난 후 조금 물러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사이는 상당히 가까웠다. 그래서 내 코를 돼지코로 만들려고 달려드는 윤희를 피해서 나는 결사적으로(?) 뒷걸음질쳐야 했다.

검지 손가락을 세운 상태로 내 콧구멍에 그 손가락을 쑤셔 넣기 위해서 달려드는 윤희. 윤희를 피하기 위해 앉아서 뒤로 물러나는 내 모습.


뭔가 러브러브한 모드를 상상했던 내가 또다시 바보가 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왜 상황이 콧구멍을 찔러보고, 그걸 방비하는 상황으로 변질된 것일까?(-.-);

이 글을 읽고 아마도 오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쟤네들 수준 참으로 유치하다. 결혼한 부부 맞어?' 라고.

우리 부부는 평소에 절대로 이렇게 놀지 않는다.
우리는 대부분 진지한 대화와 고민, 그리고 사람의 내면, 신앙, 철학, 상담, 기타 등등에 대해서 심도 깊게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키워간다.

다만, 우리는 아주 가끔, 일주일에 한 3일 정도만 이렇게 논다.
음... 그런데 내가 서울에서 3일, 대전에서 아내와 함께 4일을 지낸다. 히잉. 아니아니. 순전히 봄이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한 봄을 보내기 위해서는 봄맞이 액땜을 해야하지 않겠는감?

그런데 사실.... 갑자기 확인해야할 일이 생각났다.
내 콧구멍이 그렇게 큰 걸까?(-.-)
거울보고 한번 재봐야할까 보다. 왜냐고?


음.. 나도 50원짜리가 내 콧구멍에 들어갈지 어떨지 상당히 궁금하다. 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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