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 2009/11/17 09:49

이봐, 허니!


늦은 시간 찬양 음악을 들으며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니 퇴근 길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윤희 목소리가 생각난다. 목소리를 생각하니 얼굴이 더 보고 싶네.


오늘은 왠지 윤희에게 글을 하나 남기고 싶다. 하나님께서 나를 노트북 앞으로 인도하시고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들이 춤을 추게 하셨으니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당신에게 글 하나 쓰고자 해.


예전 홀로 있을 때는 마음으로 함께 할 이가 하나님 외에 없었어.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책 몇 권에 캔 맥주 배낭에 넣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가 많았었지. 덕분에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많았던 것 같아. 하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원래 그렇게 창조하셨기 때문일까?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외로움과 고독은 이따금씩 찾아와 많이 우울하게 했었지.


하나님께서는 태어날 때 우리 장래의 인연을 전혀 모르고 태어나게 하셨잖아? 그래서 인생은 재미가 있는 거 같아.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 그 누가 우리가 부부라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될 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또한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님을 믿는 믿음안에서 살아가는 공통점외에 전혀 인연의 끈이 없었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많이 엉뚱했었어. 부부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인데. 어떻게 단지 일주일동안 기도를 한 후에 결혼을 하기로 결심을 했을까? 그전까지 당신이란 한 인격체에 대해서, 아니 구윤희란 여성에 대해서 이름 석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아는 것의 전부였는데. 정말 가끔 교회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이런저런 간단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이 전부였는데. 그런 평범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을 단지 일주일간의 기도로 평생의 반려자로 확신하게 되다니.


난 대학시절에 평생의 동역자가 될 사람에 대해서 확실한 기준을 세웠었어.
1) 내 평생의 동역자가 될 사람은 내 모든 것의 절반을 소유한 사람이다. 내가 이룩할 부, 명예, 심지어 내 생명까지도.
2) 평생에 걸쳐 서로 더 깊은 믿음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힘들고 지쳐 넘어져 있을 때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3) 울고 싶을 때, 세상에 보이지 않게 품에 안겨 마음 놓고 울 수 있도록 넉넉한 사람이다.


그때 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하나님께 맹세 비슷하게 하고, 다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내 여인 앞에서는 마음껏 울고 싶다고, 그런 여인을 인도해주시도록 기도했었어. 그러고보면 남자는 참 불쌍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놓고 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그치? -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야! 당신 남편 울보 아니다!


윤희와 결혼하면 내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재미있을까? 행복할까? 서로가 더욱 연합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세상에 본이 되는 그런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을 하며 그에 대한 답을 달라고 기도하기를 얼마나. 모든 것을 접어두고 다만 한가지만을 기도했었어. 하나님께서 우리 정말 예비하신 인연이라면 제 마음에 확신을 주시고, 기쁨과 소망을 주시도록.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동안 수많은 인간 관계를 맺으며 먼저 남을 보내는 준비를 했었던 것 같아. 난 일상에서 만나는 인연이 더욱 깊어져서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때는 하나님께 먼저 기도를 했었어.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서, 또는 어떤 일로 인해 나의 제안이 거부를 당하거나 인연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하게 해달라고. 그래서 믿음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며 안부를 묻는 관계성만은 계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어쩌면 부정적인 결과를 짐작하고 내 마음에 결과를 받아들일 공간을 미리 마련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서투른 인간 관계로 인해 받게 될 상처들이 두려웠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먼저 다가가는 것에 서툴렀는지 몰라. 그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연애한번 못해본 이유일까? 아니, 당신이 내 인연이었기에 하나님께서 당신을 만나기까지 연애를 못하게 하신 걸꺼야. 틀림없이.


하지만 신기하게도 당신에 대해서 기도할 때만은 달랐어. 하나님께서는 매일 밤 새벽에 별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집에 들어가는 과중한 업무 가운데서도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신이 나게 하셨지.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었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었지만, 이래서 사람들은 연애를 하는구나 무릎을 치며 감탄하곤 했어. 물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리고 기도하는 일주일동안 두가지를 확신하게 되었어. 하나는 내가 결정만 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 인연을 특별한 인연이 되도록 이루어주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윤희와 결혼하면 정말 삶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 같다라는 것이었지.


윤희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확신이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어.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었을까? 비록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금 결과를 보면 하나님께서는 나의 확신들을 모두 이뤄주신 거야.


나 정말 홀로 있을 때보다 지금의 삶이 너무 즐거워. 어찌보면 내 옆에 한 사람이 더 늘어난 것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한 사람의 존재감이 너무 큰 거 같아. 당신이 내 평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축복하시기 때문일꺼야. 아가로 태어나서 한 가족에 속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나는 윤희와 결혼해서 새로운 가족을 이뤄 살아가고 있어. 아기로 태어났을 때와 같이 결혼해서 두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수도 있겠다.


뭐, 내가 달리 동키호테와 같다는 말을 들었겠어? 난 남들이 나와 놀아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다며 큰소리 치며 살잖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도 꽤 재미있는 거 같애. 그러고보니 윤희야. 당신 남편은 왕따교 교주인데 마님도 뭐 한자리 해야지? 부교주를 시켜 놓으면 집안끼리 말아먹는다고 할테니 좀 그렇고. 인원은 손에 꼽지만 교도들도 몇명 있어. 나랑 같이 세상을 초월하려고 발버둥치는 인생들이. 당신이 나보다 파워가 더 세니까 아마 교도들도 당신 보면 내 눈치보단 당신 눈치를 볼꺼야. 흠. 이거 뭐 한자리 할 필요도 없구만..-.-


우리 비록 처음에는 서로 의견충돌도 있었고, 나 홀로 속앓이를 하며 하나님께 하소연할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소중하고도 재미있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어. 서로 티격태격 한번 안하면 무슨 재미로 연애를 해? 나한테는 결혼이 연애의 연장인데, 서로 튕기는 재미, 아양떠는 재미도 있어야지.


그런데 왜 우리 부부싸움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나도 부부싸움이란 걸 했다'라고 얘기하면 왜 한결같이 '장난하냐?' 반응을 보이는 걸까? 윤희야. 우리 고민해봐야할 거 같아. 우리 장난으로 싸우는 걸까? 우리 딴에는 엄청난 고민을 하며 엄청나게 심각하게 티격태격하는 것 같은데.


내가 몇번 얘기했던 것 기억나지? 나는 적응하기에 조금 느린면이 있다고. 하지만, 뚝배기와도 같이 조금씩조금씩 관계성을 맺음에 있어 가까워지고, 또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사랑이 풍성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서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아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랑할꺼라고.


나는 평소 일상에서 오늘보다는 내일 더 많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더 많이 감사하기를 기대하고, 더 많이 기뻐하기를 기대하며 기도를 해. 그래서 사랑에 대한 내 생각에도 은연중 그런 점이 반영되어 있나 봐. 다행히 하나님께서 날이 갈수록 당신이 더욱 사랑스럽게 여겨지도록 인도하시니 다만 감사할 뿐이야. 이쯤해서 '내 잔이 족하나이다'를 외쳐야 할텐데 여전히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는 내가 욕심이 좀 많은 건가?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하나님께 '아따! 쫌만 더 주쇼!' 외치며 살지 몰라. 뭐 어쩌겠어. 그게 나란 사람인 것을. 우히히히.


뭐 암튼 당신으로 인해 한 영혼에 대한 기쁨과 소망, 인내와 사랑 등등 갖가지 경험들을 했다고나 할까. 정말 인간의 영혼에 대해서 이제 통달한 거 같아. 그럼 난... 신선이 된 걸까?-.-..


1년 하고도 2개월도 훨씬 전에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우리 인연이 열매를 맺어 결혼을 하게 되고, 이제 조금 후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 생명이 태어나게 될텐데. 그 생각만 하면 당신이 더욱 사랑스러워. 뭐 다른 세상 모든 아빠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앞으로 더욱 시간을 아껴서 살며 목표했던 바를 이루고 싶어졌어. 물론 취미생활도 더욱 더 열심히! 우헤헷.


당신 그거 모르지? 요즘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면서도 당신 생각하면 헤벌죽 웃음이 나와. 그거 다른 사람들 못 보게 하느라고 죽을 똥을 싸고 있어.(O.O) - 이건 순전히 키보드 위에 손가락이 춤을 추게 하신 하나님의 뜻일꺼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어. 당신 남편은 훨씬 고상한 표현들을 많이많이 알고 있다고! 뭐라고? 정말 똥을 싸고 있다고? 어허! 윤희야? 오빠 믿지? (어라??)


야곱의 축복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네. 당신 올해 요절 말씀이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잖아. 짧게 요약하자면 '강하고 담대하라 네가 형통하리라'는 말씀인데. 윤희야. 우리 이것만 기억하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시니까 당신은 어떤 시련이 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어. 그렇지?


언제나 우리에게 수많은 축복과 크나큰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께 당신과 함께 기도하며 응원할께. 당신이 묵상하는 말씀으로 내가 하고 싶은 한마디를 대신 하고 싶어.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우리 사랑 이대로 하나님안에서 영원하기를...
하지만 우리가 결코 하나님보다 더 서로를 사랑하지 않도록 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화목하고 행복이 넘치는 교회가 되게 하시고 모든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서 영광 받으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인해 우리 가정에 감동과 감사, 용서, 그리고 눈물이 넘치게 하시기를....
주의 은혜 안에서 강건하고, 세상에 믿는 자들의 본이 되는 아름다운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시기를....
주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가정이 되도록 인도하시기를....


우리 언제나 기도하면서 살자.
이 밤도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사랑을 더하셔서 깊이 잠들어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시기를..
사랑한다, 윤희야.

2009/11/17 09:49 2009/11/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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