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ies/연애일기'에 해당되는 글 45건

  1. 2009/11/17 용비 21. 양자택일.
  2. 2009/11/17 용비 20. 100일 즈음에.
  3. 2009/11/17 용비 19. 아기 예람 태어나다
  4. 2009/11/17 용비 18.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5. 2009/11/17 용비 17. 한밤중의 소요.

21. 양자택일.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52 용비

따스한 햇살이 마음 속 포근함을 자극하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시원한 차 한잔의 여유를 생각나게 하는 요즘.


생동하는 봄을 맞아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러 들로, 산으로..
아니 지금은 낭만을 찾는 분야가 달라져서 어쩌면 극장이나
연극, 기타 등등.. 문화 생활을 누리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어, 아무튼 꽃피는 봄이 와서 놀러댕기고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역시 생존을 위해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고생하는 이들이 대다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날 아무리 삶의 여유가 있고, 놀이 문화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매일매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는 없을꺼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필히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느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은 바로 스트레스닷!' 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던데... 굳이 스트레스든 뭐든 따지지 않더라도, 뭐든지 풀지 않고 가슴에 쌓아두면 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저 또한 스스로는 스트레스가 뭔지 '나~는 잘 몰라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아니 실제로 그렇게 여기면서 살고자 노력하지만, 역시 현실의 장벽은 너무나도 무겁고 높기만 해서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풀기 위한 나름 방법도 있지요.
그것이 다름 아닌 '무협-판타지 소설 읽기' 내지는
'애니메이션이나 재미있는 영화/드라마 보기' 입니다.


그런데 그게 좀 심했나 봅니다.

우리 마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광고를 하고 다닙니다.


'나는 중독자 남편하고 살고 있다!'


실제로 공부하기 위한 어학자료 용도로 구매한 PMP를
열심히 애니 시청과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라. 이거 우리 마님께 알려지면 뺏길지도 모르는데.. 어흑.


제가 생각하기에도 어느 정도 사실이니 달리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저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난 마님한테 이쁨받고 있어요.'(O.O)b


우헬헬헬.
설마, 대놓고 '그건 너만의 착각이야'라고 반박하진 않겠죠.
윤희야. 오빠 믿어도 되지? 응?
뭐? 혼자 똥싸고 있다고?
그럼 똥은 혼자 싸지 더럽게 둘이 싸냐!(-.-)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흑흑.
제가 대학 다닐 때 같이 교회를 다니던 대학 선배님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참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상하게도 주제가 '똥'으로 흐르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똥'으로 계를 하는 모임은 절대 아니구요,
그냥 뭐 그렇다는 얘깁니다.(-.-) 아무래도 저도 모르게 제가 거기 물들었나 봅니다. 이야기 중에 저게 안 나오면 얘기가 진행이 안되요. 그래서 요즘 우리 부부도.. 흑흑흑. 어라. 이거 비밀인데!)


하지만, 요즘은 영어회화 공부 겸사겸사해서 MP3도 듣고, 영어 자막으로 미국 드라마도 보고... 요즘 들어서 특히 시간을 아껴서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20대에 직장 생활할 때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 성경 말씀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제가 근무하는 분야의 신기술 동향에 대해서 나름 고민하고 조사하고, 영어로 된 책도 보고 공부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하고 있거든요.


하나님께서 문제 의식을 갖게 하셔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흠. 결정적으로 마님이 제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하더군요. 역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타이밍은 절묘하시다니까요.


요즘 우리 마님은 주말 드라마 '행복한 여자'를 아주 심도있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석사 학위 논문을 쓰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요즘에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서 봅니다.
물론 그럴 때 저는.... 그냥 옆에서 같이 봐요. 힝.

그 드라마에서 언젠가 여자 주인공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태섭씨와 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누군가 저에게 말한다면... 전 은지에요..'


드라마가 끝나고 마님은 다시 논문을 쓰러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전 아들이랑 같이 놀다가 아들 재워놓고서는....

판타지를 읽고 있었죠. 책을 다 읽었습니다.
요즘 노트북 아주 좋습니다. 무선 인터넷 다 됩니다.
화장실에서도 인터넷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어버린 저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자
노트북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인터넷 연재 소설을 읽었습니다. 너무 오래 있었나 봅니다.


잘 자던 아들 녀석. 괴성을 질러댑니다.


(순둥이던 예람이가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으면 소리를 빽 지릅니다.

이녀석 때문에 들켜부렀습니다. 어흑.)


마님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자기야~ 똥 싸다 죽었냐? 뭔 똥을 그렇게 오래 싸~~~'

'응. 곧 나가아아아아~~~'


노트북을 들고 조용히 나오려던 저는 아들 예람이를 보려고 거실로 나와있던 마님한테 들켜부렀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랬겠어요? 으흑흑. 순전히 스트레스 풀려다가 그랬다니까요!


마님 조용히 저를 불렀습니다.
마침 아까 본 드라마의 여주인공 대사가 인상 깊었었나 봅니다.
제게 최후통첩(?)을 하더군요.


'자기는 나야, 무협소설이야?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


그래서 저는 아주 심각하게 대답했습니다.


'만약 윤희냐, 무협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누군가가 저에게 물으신다면요.... 저는...'


물론 세상 그 어떤 선택 대상과도 윤희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제 인생의 반쪽인데 비교 대상이 될 수가 없죠.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가 '저는 윤희에요' 이렇게 대답했다가는 무협이나 판타지하고는 영원히 빠이빠이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마님 끌어 안고 매달렸습니다.


'저는.... 아잉~~~'


(제가 원래는 안 그렇거든요?-.- 진짜로 한 성질하거든요? 나름 고집도 있걸랑요? 아, 진짜. 정말이라니까요!)


어이가 없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웃겼는지..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던 윤희가 조금 봐줬습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워? 엉?  그럼 내 특별한 날들은 보게 해 줄께.
아니 내가 빌려다 줄께.'


그래서 저는 '아싸. 작전 성공'을 속으로 외치면서 물었습니다.


'특별한 날, 언제?'
'당신 생일 날'


썩을. 그럼 일년에 한번 뿐이잖아!
결국 생일 선물이 무협 소설 빌려다주고 읽으라는 건데..

이게 뭐야.(ㅜ.ㅜ)


안 그래도 요즘 시간을 내서 성경 말씀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그 기회를 만들어주신 거라고 좋게좋게 생각하고 열심히 한번 살아보려 노력하려고 합니다. 또한 스트레스는 평소에 풀어버리고 집에는 가지고 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도우시도록 기도 많이많이 해주세용~~~ 우히히.


하지만...
세상 아내 여러분.
아무리 우리 삶이 선택의 연속이고,
또한 선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양자 택일을 해야할 순간에는 남편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쫌 주셔용. 히이잉.
양자 택일.. 무쟈게 어려운 거 중에 하나라니깐요!

그리고..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아니라,
사나이가 대답하기 곤란해 할 것 같은 질문이라면,
미리 짐작해 보시고 한번쯤은 그런 질문을 피해주는(!)
그런 센스도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한가지 양념이 아니겄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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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날 태어난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있어 나이가 두살이 되어버린 예람.


연 초에 나이 세살인 딸을 가진 직장 동료에게 얘기하면서

세상에서 태어나 살아온 날짜는 많이 차이나도

나이 차이는 고작 한살이라고 했더니,

팔짱끼면서 하는 한마디.


"그래도 아직 목도 못 가누는 두살이잖아요!"


할 말이 없어 그냥 하늘만 쳐다봤다.


1주일에 금, 토, 일요일만 같이 보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다.


100일이 다가와도 목을 못가눈다며 걱정하는 마님을 달래며

때가 되면 다 가눈다고 했었는데,

목을 못 가누던 녀석이 불과 4일 후에 집에 내려가 봤더니

목을 가누고 있었다. 진도가... 좀 빠르다.


이러다가, 정말 우리 마님 말대로

돌 지나면 말 가르치고, 두돌 지나면 글 가르치고,

세 돌 지나면 장가보내야할지도 모르겠다. 꺄울.


태어나서부터 배고플 때 외에는 울지도 않고 잘 자고 잘 놀던 예람.

100일이 조금 더 지난 이제는 잠 투정도 조금 한다.


잠 잘 때, 시끄럽거나 불편하거나 기타 등등하여

뭔가로 잠을 잘 못이룰 때는 뒤척이면서 짱부랑거린다.


그러면 안아서 재우거나 흔들 침대에 눕혀서 재워야 하는데,

토요일, 일요일 안아주면서 놀았더니

허리도 아프고 몸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이쁘다. 우헤헤헤.


우리 예람이는 조금 특이한 성격을 가진 것일까.


처음 보는 사람도 자신을 보며 웃으며 '까꿍' 하면

이 녀석은 그냥 따라서 웃는다.

아직 낯가릴 때가 되지 않아서 그럴지도.


날이 갈수록 귀여워지는 예람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또랑또랑한 것이 나를 닮았다고 한다. 우헤헤헤헤.

물론 우리 마누라는 절대 자기 닮았다고 하지만.


예람이의 기저귀를 갈 때는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

기저귀를 갈다보면 오줌을 쌀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저귀를 갈면서 오줌을 싸면

순간적으로 '기저귀로 오줌 막기' 신공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물론... 성공율은 10% 정도다..-.-

하아.. 도를 알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날이 갈수록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힘들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그분의 형상대로 만드시고,

사랑을 알게 하셨으니 그 사랑은 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힘들게 하는 양날의 칼인 것 같다.


하나님. 우리 빨리 합쳐서 살게 해주세요.

그러자면 필요한 게 있는데... 아시죠? 우히히히.

드디어 오늘이면 다시 내려가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다.


이제 나도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야할텐데

참, 변하는게 쉽지는 않다. 에휴.


내일은 가족들과 벗꽃 구경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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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3일.


새벽 4시 근처.


서울 양재에서 새벽 3시 조금 넘어 잠이 들었는데 아내 구윤희 여사의 호출벨 소리가 들렸다.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혹시나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내 목소리의 내용은 '진통이 오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 일주일 정도나 남았는데 벌써 진통이 오려나 싶기도 해서 산부인과에 가서 진찰을 받은 후 다시 연락을 주겠지 생각하고 연락을 기다리다가 잠시 눈을 붙였나 보다.


오전 6시에 장모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아내 윤희가 진통을 시작해서 산부인과에 입원했는데 언제 내려올 것이냐고 물으셨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통?, 입원?' 부랴부랴 씻고 정리하고 바로 강남에서 버스를 탔다. 물론 다른 모든 일들은 그냥 핸드폰 문자로 대신했다.


대전에 도착해서 아내가 입원해 있는 모태산부인과로 직행했다. 그리고 아내가 진통하는 아픈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여기저기 주무르고 기도하고 안아주고 흘려보낸 시간이 대충 5시간. 아내는 진통 9시간 만에 분만실에 들어갔다.


정확히 오후 2시 11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기가 태어나는 분만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 손으로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잘랐다. 자연분만하느라 너무 고생한 아내는 태어난 아기를 옆에 안겨주자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한마디 물었다.


"얘가 누굴 닮았어요?"


참, 여유가 있었던 건지, 정신이 없었던 건지. 다만 그 당시 바로 옆에 있었던 내가 보기에는 얼굴 표정이 아주 침착하고 웃음이 맴돌았던 것으로 볼 때, 위대하고 강인한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마디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해산의 고통을 내가 겪진 않았지만, 진통할 때 꼬집고 쥐어뜯고 할퀴고 했던 손아귀의 힘으로 봐서는 정말 쉽게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만만치 않았을 텐데..


아무튼 권투 선수가 왜 자꾸 서로를 껴안으려 하는지 이제 쉽게 이해가 된다. 당시 나도 아내를 필사적으로 껴안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


아빠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아빠가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다만 아기가 태어나서 이틀동안 밥을 한끼도 안 먹었는데도 배가 고픈줄도 몰랐고, 잠을 거의 자지 못했는데도 피곤한 줄도 몰랐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되돌아 생각해보니 젖 먹이기 위해서 아내와 아기와 씨름하던 것도, 아내의 몸 회복을 위해서 이것저것 해달라는 것 해주던 것도, 아기 목욕시키던 것도, 기저귀 갈던 것도 모두 즐거웠고, 힘든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난지 4일째 되던 날,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이거 애 태어난지 몇달 지난 것 같다."

그러자 아내가 대답했다.

"나도 그래."


아무래도 우리 부부는 많이 노회(?)한 것 같다.

연애도 시작한지 한달만에 다른 이들 결혼 생활 수십년만에 겪는 권태기, 갱년기 모두 지난 것 같더니...

애기 낳고 키우는 것도 앞으로 그럴까 싶다.

설마 애가 태어난지 한달 째 되는 날, '이제 다 키웠다.' 이러면서 이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살라고 말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O.O)


실제로 예람-그래도 나름대로 아기 이름 고민고민하다가 지었다.(-.-) -이는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알던 신생아들이랑 많이 다른 것 같다. 분만실에 들어가 탯줄을 자를 때 바락바락 울던 애가 곧 눈을 떴다. 장인어른 말씀으로는 울음소리도 지금까지 들었던 갓 태어난 애들 중 가장 크다고 하신다.


젖을 먹는 것도 그렇고, 자다가 웃는 것(-.-?)도 그렇고, 힘차게 발로 차는 것도 그렇고... 정말 얘가 10달 가까운 시간 동안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난 애기가 맞나? 왠지 막 태어난 애가 아닌 것 같다. 사진을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 어째 막 태어난 아기 같지 않다. 피부도 탱탱하고, 똘망똘망하게 생긴 게 태어난지 몇 주 된거 같애라고.


사실 나도 그렇다.(^.^). 장모님께서는 옆에서 "아이고, 웃겨 죽겄네. 하나님께서 아기를 통해서 웃게 하시니 그것도 큰 복이네." 라고 말씀하시며 즐거워하신다.


비록 두세시간 정도마다 깨어나서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바람에 집에 있을 때 잠은 제대로 못자지만, 이제 조금씩 조금씩 내가 애 아빠가 되었다는 실감이 난다. 지금까지보다 더 아내가 보고 싶고, 다른 아이들을 대했을 때보다 더 눈앞에 아기가 아른거린다. 지금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축복하시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 예람이가 이름 뜻 그대로 '예수님의 사람'으로 자라나고, 갈수록 어그러져가는 시대에 '예의바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의 성령께서 친히 복주시고, 키워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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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허니!


늦은 시간 찬양 음악을 들으며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니 퇴근 길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윤희 목소리가 생각난다. 목소리를 생각하니 얼굴이 더 보고 싶네.


오늘은 왠지 윤희에게 글을 하나 남기고 싶다. 하나님께서 나를 노트북 앞으로 인도하시고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들이 춤을 추게 하셨으니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당신에게 글 하나 쓰고자 해.


예전 홀로 있을 때는 마음으로 함께 할 이가 하나님 외에 없었어.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책 몇 권에 캔 맥주 배낭에 넣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가 많았었지. 덕분에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많았던 것 같아. 하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원래 그렇게 창조하셨기 때문일까?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외로움과 고독은 이따금씩 찾아와 많이 우울하게 했었지.


하나님께서는 태어날 때 우리 장래의 인연을 전혀 모르고 태어나게 하셨잖아? 그래서 인생은 재미가 있는 거 같아.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 그 누가 우리가 부부라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될 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또한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님을 믿는 믿음안에서 살아가는 공통점외에 전혀 인연의 끈이 없었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많이 엉뚱했었어. 부부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인데. 어떻게 단지 일주일동안 기도를 한 후에 결혼을 하기로 결심을 했을까? 그전까지 당신이란 한 인격체에 대해서, 아니 구윤희란 여성에 대해서 이름 석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아는 것의 전부였는데. 정말 가끔 교회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이런저런 간단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이 전부였는데. 그런 평범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을 단지 일주일간의 기도로 평생의 반려자로 확신하게 되다니.


난 대학시절에 평생의 동역자가 될 사람에 대해서 확실한 기준을 세웠었어.
1) 내 평생의 동역자가 될 사람은 내 모든 것의 절반을 소유한 사람이다. 내가 이룩할 부, 명예, 심지어 내 생명까지도.
2) 평생에 걸쳐 서로 더 깊은 믿음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힘들고 지쳐 넘어져 있을 때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3) 울고 싶을 때, 세상에 보이지 않게 품에 안겨 마음 놓고 울 수 있도록 넉넉한 사람이다.


그때 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하나님께 맹세 비슷하게 하고, 다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내 여인 앞에서는 마음껏 울고 싶다고, 그런 여인을 인도해주시도록 기도했었어. 그러고보면 남자는 참 불쌍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놓고 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그치? -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야! 당신 남편 울보 아니다!


윤희와 결혼하면 내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재미있을까? 행복할까? 서로가 더욱 연합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세상에 본이 되는 그런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을 하며 그에 대한 답을 달라고 기도하기를 얼마나. 모든 것을 접어두고 다만 한가지만을 기도했었어. 하나님께서 우리 정말 예비하신 인연이라면 제 마음에 확신을 주시고, 기쁨과 소망을 주시도록.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동안 수많은 인간 관계를 맺으며 먼저 남을 보내는 준비를 했었던 것 같아. 난 일상에서 만나는 인연이 더욱 깊어져서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때는 하나님께 먼저 기도를 했었어.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서, 또는 어떤 일로 인해 나의 제안이 거부를 당하거나 인연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하게 해달라고. 그래서 믿음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며 안부를 묻는 관계성만은 계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어쩌면 부정적인 결과를 짐작하고 내 마음에 결과를 받아들일 공간을 미리 마련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서투른 인간 관계로 인해 받게 될 상처들이 두려웠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먼저 다가가는 것에 서툴렀는지 몰라. 그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연애한번 못해본 이유일까? 아니, 당신이 내 인연이었기에 하나님께서 당신을 만나기까지 연애를 못하게 하신 걸꺼야. 틀림없이.


하지만 신기하게도 당신에 대해서 기도할 때만은 달랐어. 하나님께서는 매일 밤 새벽에 별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집에 들어가는 과중한 업무 가운데서도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신이 나게 하셨지.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었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었지만, 이래서 사람들은 연애를 하는구나 무릎을 치며 감탄하곤 했어. 물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리고 기도하는 일주일동안 두가지를 확신하게 되었어. 하나는 내가 결정만 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 인연을 특별한 인연이 되도록 이루어주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윤희와 결혼하면 정말 삶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 같다라는 것이었지.


윤희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확신이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어.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었을까? 비록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금 결과를 보면 하나님께서는 나의 확신들을 모두 이뤄주신 거야.


나 정말 홀로 있을 때보다 지금의 삶이 너무 즐거워. 어찌보면 내 옆에 한 사람이 더 늘어난 것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한 사람의 존재감이 너무 큰 거 같아. 당신이 내 평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축복하시기 때문일꺼야. 아가로 태어나서 한 가족에 속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나는 윤희와 결혼해서 새로운 가족을 이뤄 살아가고 있어. 아기로 태어났을 때와 같이 결혼해서 두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수도 있겠다.


뭐, 내가 달리 동키호테와 같다는 말을 들었겠어? 난 남들이 나와 놀아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다며 큰소리 치며 살잖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도 꽤 재미있는 거 같애. 그러고보니 윤희야. 당신 남편은 왕따교 교주인데 마님도 뭐 한자리 해야지? 부교주를 시켜 놓으면 집안끼리 말아먹는다고 할테니 좀 그렇고. 인원은 손에 꼽지만 교도들도 몇명 있어. 나랑 같이 세상을 초월하려고 발버둥치는 인생들이. 당신이 나보다 파워가 더 세니까 아마 교도들도 당신 보면 내 눈치보단 당신 눈치를 볼꺼야. 흠. 이거 뭐 한자리 할 필요도 없구만..-.-


우리 비록 처음에는 서로 의견충돌도 있었고, 나 홀로 속앓이를 하며 하나님께 하소연할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소중하고도 재미있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어. 서로 티격태격 한번 안하면 무슨 재미로 연애를 해? 나한테는 결혼이 연애의 연장인데, 서로 튕기는 재미, 아양떠는 재미도 있어야지.


그런데 왜 우리 부부싸움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나도 부부싸움이란 걸 했다'라고 얘기하면 왜 한결같이 '장난하냐?' 반응을 보이는 걸까? 윤희야. 우리 고민해봐야할 거 같아. 우리 장난으로 싸우는 걸까? 우리 딴에는 엄청난 고민을 하며 엄청나게 심각하게 티격태격하는 것 같은데.


내가 몇번 얘기했던 것 기억나지? 나는 적응하기에 조금 느린면이 있다고. 하지만, 뚝배기와도 같이 조금씩조금씩 관계성을 맺음에 있어 가까워지고, 또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사랑이 풍성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서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아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랑할꺼라고.


나는 평소 일상에서 오늘보다는 내일 더 많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더 많이 감사하기를 기대하고, 더 많이 기뻐하기를 기대하며 기도를 해. 그래서 사랑에 대한 내 생각에도 은연중 그런 점이 반영되어 있나 봐. 다행히 하나님께서 날이 갈수록 당신이 더욱 사랑스럽게 여겨지도록 인도하시니 다만 감사할 뿐이야. 이쯤해서 '내 잔이 족하나이다'를 외쳐야 할텐데 여전히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는 내가 욕심이 좀 많은 건가?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하나님께 '아따! 쫌만 더 주쇼!' 외치며 살지 몰라. 뭐 어쩌겠어. 그게 나란 사람인 것을. 우히히히.


뭐 암튼 당신으로 인해 한 영혼에 대한 기쁨과 소망, 인내와 사랑 등등 갖가지 경험들을 했다고나 할까. 정말 인간의 영혼에 대해서 이제 통달한 거 같아. 그럼 난... 신선이 된 걸까?-.-..


1년 하고도 2개월도 훨씬 전에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우리 인연이 열매를 맺어 결혼을 하게 되고, 이제 조금 후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 생명이 태어나게 될텐데. 그 생각만 하면 당신이 더욱 사랑스러워. 뭐 다른 세상 모든 아빠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앞으로 더욱 시간을 아껴서 살며 목표했던 바를 이루고 싶어졌어. 물론 취미생활도 더욱 더 열심히! 우헤헷.


당신 그거 모르지? 요즘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면서도 당신 생각하면 헤벌죽 웃음이 나와. 그거 다른 사람들 못 보게 하느라고 죽을 똥을 싸고 있어.(O.O) - 이건 순전히 키보드 위에 손가락이 춤을 추게 하신 하나님의 뜻일꺼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어. 당신 남편은 훨씬 고상한 표현들을 많이많이 알고 있다고! 뭐라고? 정말 똥을 싸고 있다고? 어허! 윤희야? 오빠 믿지? (어라??)


야곱의 축복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네. 당신 올해 요절 말씀이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잖아. 짧게 요약하자면 '강하고 담대하라 네가 형통하리라'는 말씀인데. 윤희야. 우리 이것만 기억하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시니까 당신은 어떤 시련이 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어. 그렇지?


언제나 우리에게 수많은 축복과 크나큰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께 당신과 함께 기도하며 응원할께. 당신이 묵상하는 말씀으로 내가 하고 싶은 한마디를 대신 하고 싶어.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우리 사랑 이대로 하나님안에서 영원하기를...
하지만 우리가 결코 하나님보다 더 서로를 사랑하지 않도록 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화목하고 행복이 넘치는 교회가 되게 하시고 모든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서 영광 받으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인해 우리 가정에 감동과 감사, 용서, 그리고 눈물이 넘치게 하시기를....
주의 은혜 안에서 강건하고, 세상에 믿는 자들의 본이 되는 아름다운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시기를....
주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가정이 되도록 인도하시기를....


우리 언제나 기도하면서 살자.
이 밤도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사랑을 더하셔서 깊이 잠들어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시기를..
사랑한다, 윤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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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아, 이제는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이 한명 늘었군요.


오늘부터는 우리 "몽실"이도 공식적으로

저희 연애일기에 포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세 식구와

매일 저희를 물심 양면으로 섬겨 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이 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조그만 우리 가족의 소요(?)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집에 있는 날이었으니 주말이거나 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님과 저는 일단 잠을 자려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잠이 오기는 커녕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서로만 쳐다보다가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잠도 안 오고, 시간은 남았고....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TV를 켰습니다.

그리고는 주말연속극 "사랑과 야망"을 보았습니다.

우리 부부가 TV를 볼 때, 우리 몽실이는 운동회를 합니다.


그 날도 여지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인생에서 사랑이 먼저냐 야망이 먼저냐,

아니면 사랑은 야망을 이루는데 있어서 장애가 되느냐,

저 등장인물의 성격은 어떠냐 열심히 심사숙고를 하다못해

토론을 하며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몽실이는 열심히 발로 엄마 배를 툭툭 차면서

저희를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제 얼굴을 대고 있으면 과장을 조금 해서 멍이 들 정돕니다.-.-


그 시간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는 깊은 꿈나라에 계셨지요.

어느 덧 시간이 흘러 드라마가 진행되어 가는 중에,

사랑과 야망에서 나오는 여자 애가 큰 아버지 집에 있으면서

급성 맹장으로 아파 울부짖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어른들에게 연락을 하면

다들 일에 바쁘거나 출장을 가서 전화를 받을 수 없고...

이런 경험들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손에 땀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마음을 졸이며 열심히 어떻게 진행이 될까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TV 소리가 너무 컸을까요?

여자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잠결에 들으신 장모님께서는

주무시다가 일어나셔서 "윤희야!" 를 외치시며 문을 열고 달려 나오셨습니다.

순간 저는 놀랐습니다.

얼마나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셨으면....


또한 곤히 주무시는데 TV 소리를 크게 켜놔서

괜스레 잠을 깨운 것 같아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저희는 장모님을 다시 들어가서 주무시게 한 다음,

소리를 줄여서 결국 드라마를 끝까지 봤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의 사랑에 너무 감동해서

뒷부분 드라마 내용이 기억 안 나네요..-.ㅜ


우리 가족들의 사랑은 이정도입니다.

부럽죠? 우흐흐흐.

비록 늦은 밤에 일어난 조그만 소요였지만,

제 가슴은 조금 많이 따뜻했었습니다. 꺄울.


장모님,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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