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나 만나서 행복한 줄 알아야 돼!"
"그렇지. 근데 왜?"
일단 맞다고 말한 나는 갑자기 아내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뭐, 옳다고 말한 후 왜냐고 묻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네 삶이 원래 이상한 일들 투성 아닌가? 아님 말고..-.-
암튼 아내의 대답은 이랬다.
동네에서 만난 다른 아이들 엄마들 중에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오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밥 차려주고, 설거지 하고, 이것저것 귀찮게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직장에서 만난 애아빠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끔 푸념할 때가 있다.
'아내가 아이들 신경쓰느라 나한테는 소홀히 한다. 그래서 서운하다.'
그래서 애 엄마들이 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래서 물었다.
"근데 당신은 아니잖아?"
"그래서 행복한 줄 알라고! 나야 항상 당신하고 함께 있고 싶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아내 앞에서 다른 애 아빠들 이야기 듣고, 나도 가끔 혼자 있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이야기는 죽어도 할 수 없었다. 예람이, 예린이, 그리고 아내 윤희. 새삼스레 나한테 들러붙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여전히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오늘도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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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하고 예람이를 재운 다음에 아내가 짜증을 냈다.
신경질을 부리면서 안방에서 자고 있던 예람이를 대뜸 안더니 작은 방에 데려다 놓았다.
하루 종일 애들과 씨름하면서 고생하고 있는 것 안다.
내가 자기 상황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자신에게 신경 써주지 않는다고 쉽게 짜증을 내는 것 같은데.
아내가 하는 행동을 보니 나도 화가 많이 났다.
도대체 누가 더 스트레스를 받고, 덜 받고, 누가 더 고생하고, 덜하고...
이거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아내는 내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떤 종류인지 짐작도 못할 것이다.
내가 아내가 집에서 하루종일 아이들과 있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짐작 못하는 것처럼.
그런 상황에서 누가 더 고생이니 어쩌니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화풀이 대상이 나밖에 없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그만이지만,
요즘 아내는 너무 감정 변화가 심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며
'하나님. 오늘은 저도 아침에 짜증이 나네요. 감사기도 못드려서 죄송해요.
예람이, 예린이, 애 엄마, 저. 이렇게 저희 가족 오늘 하루도 주안에서 평안케 도와주세요.'
기도를 드렸다.
기도하고 나니 생각나는 찬송이 있었다.
출근 버스 안에서 계속해서 찬송을 불렀다. (물론 속으로만.)
인생 별거 있을까?
오늘 하루 주안에서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는가?
부디 아내도 나와 같이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축복하시기를 기도한다.
피곤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니, 아이라서 더 심한가?
예람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퇴근할 때 문 열고 들어가면 피곤하지 않을 때는 '아빠다!' 하면서 달려나오는 예람이가
어제는 너무 피곤한지 식탁에서 아는 체도 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양치질을 시키려는데 눈을 감더니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대소변을 잘 가리는 아이가, 피곤하면 그냥 서서 소변을 본다.
새벽에 물달라고 깨던 아이가 어제는 중간에 두번 정도 깨서 안아주니 바로 다시 잠들었다.
아이들도, 아이 엄마도 요즘 몸과 마음이 많이 피곤한 상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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