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는 전혀 작성하지 못했던 인사평가를 완료하기 위해서 예람이랑 연구소에 나왔다.

방금 인사평가를 마쳤는데,
문득 지난 1년을 돌아보니
과연 내가 다른 연구원들을 평가할만큼
함께 뒹굴고 울고 웃으며 연구를 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연구소가 조용하다.
주말이라 당연하겠지.
하지만, 업무 능력과는 별개로
사람이 그리울 때 쉽게 연락할 수 있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난 1년을 실패했다.

안 그래도 요즘 연구실 분위기 때문에 우울한데,
어제는 퇴근하고 집에서 더더욱 우울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모든 것이 정말 절망스러웠다.
과연 나는 항상 모든 일들에 대해서 내 잘못이라고 여기고 살아야 하는가?
참고, 참고, 눈치보고, 눈치보고...

예전부터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는 편인데,
총각 시절에 나를 알던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정말로 내면이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내 모습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예람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탄천이나 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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