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일이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대략 4시에서 5시 사이였을 것이다.
갑자기 예람이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눈이 아프다면서 많이 울었다.
평소에 저렇게 아플 때도 심하게 우는 애가 아닌데,
뭔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별일 아니겠지 생각했다.
아프다는 왼쪽 눈이 약간 부은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별다른 일도 없었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더군다나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번쩍 뜨는 모습을 보았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방금 전에 아내와 통화한 내용으로는 나의 판단 미스였던 것이 드러났다.
계속해서 아프다고 해서 안과에 데리고 갔나보다.
안과에서 보니 하얀색의 약간 뾰족한 것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의사 말로는 약간의 상처가 남아 있다고 했다는데,
당연히 망막에는 손상이 있었을 것이고, 눈꺼플 안쪽에도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일까?
그래도 하나님께서 보호하심으로 큰 상처는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얼마나 아팠을까?
어른도 눈에 뭔가가 들어가면 상당히 신경쓰이고 고통스러운데.
평소에 아플 때 '나 좀 아퍼'라고 이야기하고 울지 않는 아이가
울었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을.
단순히 안아서 달래고 재우기만 했던 나의 안일함을 되돌아본다.
아들아. 많이 아팠지?
하지만, 엄마 아빠도 아들이 아픈 만큼 마음이 아팠단다.
사랑한다, 아들아. 건강하게 자라다오.
하나님께서 많은 사랑을 베푸시는 아이들이니 만큼,
앞으로도 그분께서 친히 모든 일들에 대해서 인도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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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시 전에 집에 도착했으니까.
대략 6시 48분 정도?
그래서 아내와 애들과 저녁을 먹고, 놀아주었다.
8시가 넘어서 애들이 졸립다고 하길래,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한참 책을 읽어 주던 아내.
8시 반 정도가 되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알고보니 작은 방에 TV를 시청하시려고 짱박히신 거다.
그냥 둘 수 없다는 우리 딸, 예린이.
줄기차게 "엄마~~"를 불러댄다.
결국 아내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서 나한테 하는 말.
"당신 이야기 잘 만들어 내잖아. 애들한테 옛날 이야기를 좀 해줘.
이야기 들으면 금방 잠들꺼야."
그래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면서 예람이, 예린이를 눕혔다.
"아주 옛날 옛날에 혹부리 영감이 있었는데...
커다른 혹을 달고 있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혹부리 영감이....... 그냥 잤어!"
그랬더니 우리 예람이,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야! 그게 뭐야!!" (-.-)
이런 썩을. 아무래도 언제 날 잡아서 예절 교육을 좀 시켜야겠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콩쥐 팥쥐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콩쥐랑 팥쥐가 있었는데, 주먹밥을 만들어서 놀러 갔거든?
맛있는 콩 주먹밥이랑 팥 주먹밥을 가지고 다람쥐 다랑이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다가 눈이 와서 눈 썰매를 탔는데 신나게 내려가다가 자빠졌지 뭐야.
근데 하필이면 그 자리에 강아지 똥이 있었어. 그래서 그 세 명은 그자리에서.... 그냥 잤어!"
요즘 애들은 민감하다.
이것저것 따지던 애들. 결국 10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에이. 그냥 잤다니까, 왜 그렇게 안자는지.
아내가 대전 처가에 내려간지 어언....
지난 토요일에 같이 내려갔으니 오늘까지 며칠이지?-.-
아무튼 일주일이 되어간다.
월요일부터 퇴근 후 썰렁한 집에 들어가니
춥기도 하고, 적막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녁 먹는게 일이다.
집에 들어가는 문을 열 때면
'아빠~~' 하고 달려오던 예람이, 예린이.
왔냐고 물으며 식탁에 밥을 차리던 아내 윤희.
보고 싶다. 그리고 밥 차려 먹는 거 힘들다..ㅠ.ㅠ
아마도 아내는 이런 말을 하면
'내가 식순이냐! 뒈질라고~' 이럴 것이다.
뭐, 안봐도 눈에 선하다.
그래도 어떡해?
어이, 여보. 난 이미 길들여졌어...??
지난 9월 3일로 결혼 5주년이 지났다.
결혼한 이듬해 12월에 태어난 아들이 5살이고, 2년 뒤 10월에 태어난 딸이 이제 3살이다.
하지만, 매사에 여전히 아내의 입맛(?)에 맞추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2010년 추석 전야다.
아니, 이제 밤 12시가 넘어갔으니 추석이라고 해야겠지.
지난 이틀간은 아내와 나 사이에 어쩌면(?) 냉전이었다.
아내가 힘들게 만들어 놓은 갈치조림에 대한 나의 평가가 '정말 맛 없었다'가 된 이후로,
원치 않게 아내의 눈물을 보게 된 이후로 매사에 짜증이 났었으니,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와는 말도 별로 하지 않았고,
내 스스로도 행동과 말에 있어서 예전과는 다르게 과묵함(?)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추석 전날 아침,
한참 자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내린 것처럼 나를 뭔가가 짓눌렀다.
전날 밤에 힘들게 재운 아들이겠거니 했었는데, 왠지 너무 무거웠다.
눈을 떠보니 아내가 위에서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아내의 기분이 먼저 풀린 걸까?
아니면 날 용서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 두었다가 언젠가 꺼내려는 것일까.
어쨌든,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나도 나 스스로와 아내에게 난 짜증을 털어내고,
언제나처럼 아내에게 모닝키스를 하고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가 원하는 바를 제 때 알지 못하는 나는 결혼생활의 생초보다.
지레짐작하여 행하다보면 그만큼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아내에게 항상 해 줄 수 있는 일이 단 하나 뿐인 거 같다.
"여보. 사랑해."
라고 고백하는 것.
결혼 생활 6년째에 접어들어도 아내에게 맞춰 해 줄 수 있는 말이 저 하나라는 것.
역시 나는 언제나 결혼 생활에 있어서 초보일수밖에 없는 사람인가 보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몇 달 전 광주에 내려갈 때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5시간 걸려서 간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광주 갈 때 무궁화호 타고 간' 그 때의 여행을 이야기할 정도. 나중에 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자기를 데리고 가야 한다고 아빠한테 세뇌를 할 정도다.
이런 예람이한테 지난 주 이마트에서 기차 레고를 사줬다. AAA 건전지를 넣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건데, 우리나라 KTX하고 전철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토요일부터 계속해서 기차만을 가지고 논다. 오늘은 아침 7시부터 일어나서 예린이랑 둘이 기차 놀이를 하고 있다.
어제는 밤에 모임이 있어서 나가려고 하는데, 기차 건전지가 떨어졌다며 나가지 말라고 하길래, 아빠가 갔다 와서 건전지 새걸로 바꿔준다고 했더니 그걸 철썩같이 기다렸나 보다. 잠을 자야할 시간인데도, 그걸 기다리며 안 자고 있다가 엄마한테 혼나고 겨우 잠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침에 나를 보자마자 건전지 새걸로 끼워달라고 난리치며 잠을 깨웠다..-.-
아내는 애가 기차만 가지고 놀고 다른 건 흥미도 안 보인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나는 이것저것 산만하게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집중력이 대단한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내는 또 반대로 그 모습이 집중력이 떨어져 그런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며 달리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레 되돌아보게 된다.
아들아.
다만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여호수아를 가르치실 때 하셨던 말씀인,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주의 길로 행하며 영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균형잡힌 성장을 이루도록 하나님께서 친히 키워주시기를 아빠는 기도한단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아내와 예람, 예린이와 함께 동행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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