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8년 11월 19일.

오랜만에 술먹고 늦게 집에 도착해서 착한 마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헛개나무 진액과 배를 먹으면서,
카카오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작은 누나가 글 하나 포스팅 해 놨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4살 때부터 함께 지냈던 조카 딸이 오늘 웨딩 사진을 찍었나 보네요.

포스팅에 여러 장의 웨딩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 누나. 어느 엄마처럼 멘트 하나 남겼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딸. 너무 이쁘지만, 왠지 많이 아쉽다.."

그 포스팅에는 '좋아요' 한표, 가족들과 지인들이 남긴 댓글이 16개 정도 달려 있었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4살 때의 지혜가 20여년이 지나 결혼 사진을 찍을 때의, 단 한번 뿐인,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최고의 순간에 찍은 멋진 사진을 보고 싶었습니다. 마구마구 스크롤을 내려가며, '역시. 이쁘게 잘 컸다. 우리 지혜'라는 감탄을 하며 정신없이 보고 있는 와중에....

왠 떡순이(?)께서 웨딩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의 사진으로, 연달아서....ㅠㅠ
웨딩 사진이고 뭐고, 댓글을 누가 달았는지에 상관없이 당장 스크롤을 맨 밑으로 내려서 새로운 댓글을 하나 달았습니다.

"멋지고 이쁜 사진 보다가 중간에 헉했다. 누나. 주책이야. 누나. 중간에 니가 왜 나타났어? 누나 너는 나랑 같이 나타나야지! 나도 없이 누나 혼자 중간에 떡하니 나타나니 내가 놀랬잖아!"

우리 착한 여동생. 걱정됐나 봅니다. 바로 댓글을 달았네요?

"오빠. 이 댓글 새언니 보면 안 되겠다. 오빠네 또 싸운다."

사랑하는 여동생, 정나윤. 얘가 아직 새언니를 잘 모르네요.

"야. 요즘 니 새언니 너무 쿨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니 새언니 너무 쿨해서 니 오빠 요즘 너무 춥다. 아주 그냥."
"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ㅋㅋㅋ"
"당연히 넌 잘 모르지. 요즘 니 오빠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어이구, 오늘도 술 먹고 늦었어? 집에 들어오다가 자빠지지 않았지? 자기 엉덩이는 멀쩡하냐?' 하면서 오빠 엉덩이 두들겨. 너무 맞아서 니 오빠 엉덩이만 튀어 나왔어, 요즘. 갑자기 오늘도 추워질라고 하네. 말리지 마. 나 오늘 내복입고 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제 엉덩이가 생각보다 많이 튀어나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아직 마님께 엉덩이를 덜 맞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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