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Daily Memo 2009/03/17 08:49 용비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엄마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전까지는 아버지보다 더 항상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후로는,
아주 오랫동안 때로는 가슴 절절히 사무치는 그리움의 대상이셨다.

때로는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세상의 부조리와 맞닥뜨릴 때는 서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웃집에 김치를 얻으러 가거나, 
차비 100원이 없어 8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아침에 학교에 가야 할 때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절망에 가까운 심정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와 한가지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엄마 살아 계실 때 누렸던 사랑에 대한 빛바랜 추억뿐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도 원망하고, 서러워하고, 절망하게 했던 순간들도
이제 모두 추억으로 남아서 엄마가 이 시대를 나와 함께 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돌아가신 흔적으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남겨주신 선물이라 여긴다.

신경숙씨가 쓴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이 시대 엄마의 자화상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목을 듣고 나서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내가 이제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워보니 
조금이나마 부모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나 보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나를 걱정하셨다던 그 심정을 돌이켜 짐작해 보면,
엄마가 얼마나 나 때문에 이 세상에 미련을 두셨을까 생각이 된다.
결코 나 이제 하나님께 돌아가니 내 마음 평안해 찬송을 부르시지는 않으셨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하나님이 도우심으로 이렇게 잘 자라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잘 살고 있으니 이제 부디 천국에서 하나님 품에 안겨 행복하시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부모님도 주셨다.
그 부모님께는 살아 생전 내 부모님께 못해드렸던 여러가지를 해 드리고 싶은데, 마음만으로 그칠 때가 많다.

아내와 함께 장인 어른, 장모님께 좀 더 평안히 지내실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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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바랍니다

Daily Memo 2009/02/17 15:31 용비
어제 퇴근 후에 저녁을 먹을 때의 일이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일단 옷을 갈아 입고,
주머니에 있던 지갑과 핸드폰을 꺼내서 책상 위에 놓는다.

그러면 집에 문열고 들어갈 때부터 "아빠다!" 외치면서 반기던 아들 예람이는
핸드폰을 보자마자 "아빠 핸폰~" 하면서 핸드폰을 가져가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통화를 하기도 하고, 자기 옷 속에 넣어보기도 하며 놀기 시작한다.

예람이가 핸드폰을 한참을 갖고 놀다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는 물 말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에서 문자 메세지가 날아올 때의 신호음이 들렸다.
그래서 나는 얼른 핸드폰을 가져다가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내용은 딸랑 한 줄이었다.

"연락 바랍니다."

그리고 발신자 번호는 ***-****-**** 이었다.

보통 핸드폰 번호가 주소록에 등록되어 있으면 사람 이름이 뜬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떠 있길래 아내한테 아는 번호냐고 물어보았다.
아내는 모르는 번호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핸도폰을 열고 답장을 적기 시작했다.

"누구신가요?"

문자 발송을 하려고 하는 찰라.
아내가 한마디 했다.

"그거 당신 핸드폰 번호 아냐?"

그랬다.
발신인 번호는 내 핸도폰 번호였다.
예람이가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문자메세지를 그냥 나한테 보낸 것이다.
처음 문자 메세지 작성하려고 들어가면 
디폴트로 '연락 바랍니다'라는 문장이 연회색으로 찍혀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내 핸드폰 번호를 모르고 있었을까....
'누구신가요?'라는 문자 메세지를 내가 나한테 보낼 뻔 했다.-.-
요즘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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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Daily Memo 2009/02/17 09:06 용비
어제는 새벽에 여러 번 예람이가 깼다.
물 달라, 우유 달라...

아내는 그냥 자라고 하면서 예람이 버릇을 고치려고 하지만,
예람이는 엄마가 반응이 없으니 울면서 아빠를 불러댔다.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일어나 우유를 먹이거나, 물을 먹였다.

결국 아내도 어쩔 수 없었는지
한번은 중간에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전자렌지에 데워서 물을 먹였다.

안그래도 몸살 감기로 몸이 무겁고,
편두통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데 아들 덕분에 더 잠을 못잤다.

몸이 힘드니 짜증이 났지만, 그보다는 우는 아이를 향한 안쓰러움이 먼저였다.

한순간을 참으면 모든 게 좋아진다.
이것은 아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인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 열매는 달콤하다.

예린이가 열이 있는데,
부디 주께서 오늘 하루 예람이, 예린이가 엄마와 함께 건강하게 하루 보내게 지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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