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언제할 것이냐고 묻는 목사님의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심 아무래도 마음먹은대로 되기는 틀린 것 같으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결심하고서는
'의외로 주변 사람들이 제가 마음에 안드는지 배우자 찾기가 참으로 힘들군요.' 라고만 대답했다.

내가 배우자가 갖추었으면 하고 바랬던 것들이 너무 추상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 성격이나 조건이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란 사람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들었다. '구윤희'라는 사람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홍보나 목사님이 이야기를 꺼내실 때마다 너무 부담스러워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제 주변에서 찾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말씀을 끝까지 하시기 전에 피했었는데 그날따라 심경이 변해서였을까?
누구를 말씀하실지 궁금했다.

결국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끝까지 듣고, 자매의 이름까지 들었다.
그리고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자매에 대한 엄청난 칭찬과 함께,
'며느리로 삼고 싶었을 만큼 참한 아가씨' 라고까지 하셨다.

으흐흠?
사실, 그 전까지는 '구윤희'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나가다 몇번 보고,
간단한 인사 몇마디 나눈 것이 전부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자신이 인사를 했는데,
내가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너무 쌀쌀맞게 얼굴을 싹 돌리고서는,
인사도 안 받아주고 지나가더라...... 라고 윤희가 주장하는데,
그거야 나는 전혀 기억에 없으니 무적안면철판신공을 깔고 그런 일 없었다고 강력히 다시 한번 주장하는 바이다.

평소에도 윤희 말을 들으면 진담인지 농담인지 잘 구분이 안 가기 때문에,
내 지능지수가 한자리 수와 같다..라고 하기보다는 농담으로 치부하는게 내 정신건강에는 더 이로울지도.. 푸히히히히.

아무튼 목사님 말씀하신 윤희의 이름을 듣고 나서는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이도 아니었고,
그렇게 자주 만났던 사이도 아니었지만,
이름을 듣는 순간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솔직히 그런 내 마음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한참을 윤희를 칭찬하고,
'용섭목자랑 윤희목자랑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목사님께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기도해보고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그 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나중에 서울 코엑스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농담으로 들었는지 내 본래 심정을 이야기해 달라고 해서 정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대답으로 '내가 원래 좀 예뻐'라고 큰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뭐라고 하겠는가? '어..... 맞어..' 외에 다른 말 했다가는 나만 손해인 것을.. 흑.)

단순히 이성에 대한 소개를 받아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구윤희란 사람에 대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존재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이성에 대한 소개를 받아서 그랬다고 하기에는
그동안 서울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듣고 얼굴을 보고
소개를 시켜주겠다고 말을 들었을 때 단지 부담만 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구윤희란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그 전까지는 기껏해야 구윤희라는 이름과 대학 출신,
중간에 독일에서 잠시 선교사님들과 지내다 왔다는 것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럼, 이름을 듣는 당시에 있었던 내 마음의 반응.
거기에 하나님께서 두신 뜻이 있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하며 바로 서울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출발하기 얼마 전에 대학때 기숙사를 함께 사용했던
물리과 박사과정의 대학 동기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서울에 도착해서 그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서는 대전 어느 아가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째서 그렇게 빨리 서울로 올라 갔냐고, 저녁이라도 같이 하지 그랬냐고...
그러면서 '구윤희'라는 사람이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서울에 가서 많이 아쉽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그 전에 내가 대전에 가게 되면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말하긴 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이벤트에 당첨된 댓가로...^^..)

그러면서 조용히 묻는 것이 애인이 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없다고 했다.
그런데 '구윤희'라는 사람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던데,
나보고 구윤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순간 이상했다. 목사님과 이 아가씨가 서로 짰나?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별로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얼마나 알고 구윤희라는 사람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걸까?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들었는데 절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그 아가씨의 오버액션이었단다.. 흥.. 그랬다고 하면 덧나냐? 흥흥.)

고민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바로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다니....
그럼 바로 이게 하나님의 뜻인 걸까?
구윤희라는 사람이 정말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나의 배우자인 걸까?

연말이 되기 전에 목사님께 답을 드리겠다고 했으니 시간이 빠듯했다.
충무로에서 프로젝트 진행으로 매일 밤 늦게 퇴근하며 정신없이 바쁜 중에 4일 동안 기도했다.

'과연 나에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배우자라는 확신이 있는가.'
'단순히 인간적으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목사님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런 전화를 받은 것에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이 있다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혼자서 너무 깊은 의미를 두는 것인가.'

결국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로 영접을 하기로 했다.
그때부터는 구윤희라는 사람의 마음을 내가 모르니 최악의 결과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행여나 구윤희 목자가 '난 저 사람이 싫어요'라고 거절을 하더라도,
이전의 여늬 관계들처럼 서로 중보하고
하나님앞에 한길을 가는 동역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을 갖추도록 기도하며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가 된 후, 목사님께 메일을 보냈다.

'이제 공을 구윤희 목자에게 넘기겠습니다.
구윤희 목자가 좋다고 한다면 만나보겠습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할 준비가 되었으니 목사님께서 말씀 전해 주세요.'

'윤희 목자에게 말했더니 좋다고 해서 메일을 보내라고 했으니 메일 받은 후 교제를 하라'는 답장이 이틀 후에 왔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메일이 오기는 커녕 낌새조차 없었다.
그래서 '여기도 아닌게벼'라고 생각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메일 보내라고 했지 전화하라고 했남? 흥.
아무튼.... 그동안 이론으로 쌓은 연애 9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기억 안 난다.

그렇게 그렇게 나와 구윤희의 연애는 시작이 되었다.
대전에 가서 만나고, 서울에 와서 만나고.....
친구들 몇명에게 바로 소개시키고,
영화도 보러 가고, 뮤지컬도 보러 가고,
공원 산책도 하고, 차 마시며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고.....
서울에서는 전혀 어색함없이 팔장끼고 돌아댕기고..

(사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여자가 더 용감한가 보다.
이론으로만 연애 9단이었던 나는 매 순간... 끌려 다녔다. 케헬~~)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인연이라면 한가지 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여러가지 상황이 중첩되는 것 같다.

구윤희라는 이름을 듣고 내 심장이 뛰던 것과,
구윤희라는 사람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
목사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것과,
대전 교회 사무 목자로부터 전화를 통해서 들었던 것.

모두 그날 하루 동안에 연이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전혀 어색함없이 연인 사이가 된 것도..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자신 또래이거나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면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유독 구윤희 자신에게는 그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내가 눈이 너무 높아서일까?
아니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해서일까?..... 기타 등등'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이, 이보슈. 바로 나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 거야. 캬하하하하.

생각해 보면 연인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10여년은 만난 것 같았다.
(이게 좋은 것일까?-.-.. '우린 벌써 권태기야' 라며 서로 마주보고 낄낄거렸던 우리가 약간 철이 없었던 걸까?ㅜ.ㅜ)

이렇게... 정용섭과 구윤희는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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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구윤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지,
저에게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적어보았네요. 푸흐흐.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지금은 어떤 의심도 불안도 없습니다.^^..

때가 되었으니 만나게 된 것이고,
때가 되었으니 제 앞에 나타나게 하신 것이겠지요.
그러고보면, 자신의 인연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동안 제가 대전 교회에서 몇년 간 마주치면서도
잘 몰랐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구윤희라는 사람이 제 배우자로 나타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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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조숙해 보였던 것일까?
아니 어쩌면 내 성장 과정과 현재 상황을 보고서는 굉장히 안쓰럽고 불안하게 생각들을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와서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2년이 지난 27살 때부터 주변에서 압력이 들어 왔었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안목(?)을 길러주시던 분도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심성의 아가씨를 만나야 좋은지 하나하나 경우를 들어가며 설명하신 분도 있었다.

이런저런 조건을 들어가며 어느 직업의 여성이 가장 안정적인지에 대한 열띤 강연(?)도 들었고,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도 일단 먼저 만나보라며 성화를 내시는 분도 있었다. 심지어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 오셨다가 늦은 밤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 기어코 양재에서 차를 마시면서 당장에라도 서울 경기 지방의 고등학교 여교사로 근무하는 참한 아가씨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은사님까지.

그러나, 그분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 중에는 정부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도 있고, 유능한 교사들과 간호사들도 많습니다. 또한 현재 사회 엘리트 층에서 근무하는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얼버무리며 그 순간을 모면하거나 29살 때까지는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그 이후에는 말씀대로 따르겠다고 그렇게 말씀 드릴 수 밖에 없었다.

두 눈을 부릅뜨지는 않았어도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주변에서 나만의 인연을 찾기 어언 3년째. 그러나 29살이 되었어도 어딘가에 있을 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인연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한번도 마음이 가는 아가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인연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기도해 보면, 나 혼자서만 북치고 장구치고 할 때가 많아서 결국에는 홀로 씁쓸한 웃음을 짓고 끝나 버렸다.

관계가 틀어져도 '이 사람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내 인연이 아니었나봐.'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상대방과의 관계성을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던 이전 관계로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감정의 가슴앓이로 소모해야 했을 에너지가 무시못할 정도로 많았을 테니까.

연말이 다가오자 현실적으로도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정신없는 중에, 그동안 성화시던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던 마감시한이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12월이 되고, 연말이 되었다. '결혼을 목적으로 생전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싫다' 라는 내 생각이 어쩌면 나만의 아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하고도 20일이 넘어가자 마음을 정리했다. 지난 20대에 고집스럽게 결혼 배우자에 대해 끌어왔던 생각을 접기로. 그동안 가졌던 생각은 나만의 아집이었다고.

'정녕 내가 주변에서 찾는 것보다 소개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인연을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 잘못으로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하는 것은 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마저 잠잠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아가씨들을 만나고 알고 지내면서도 연애 한번 하지 못했던 나보고 '알맹이는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름대로 확신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이런 생각으로 살아온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 싶어 허탈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나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제 새해가 밝으면 홀가분하게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12월 25일. 이제 며칠만 지나면 새해가 시작되리라. 그러면 내 삶의 모습과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겠지. 그러나 그 전에 올해가 가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대전은 대학생 시절, 때로는 고민으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설레임과 기쁨으로 밤을 지새우며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했던 영적인 고향이었고, 영적인 가족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동안 대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많은 이들을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로 외국에 파송했던 담임 목사님이 이제는 다음 해부터 직접 선교일선에 나서시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준비도 해야 하고, 환경도 예비되어야 하지만, 그 시작으로 호주에 파송하신 선교사님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서 1월 초중에 출국하신다고 했다.

기도부탁한다는 메일을 처음 받고나서부터 조금씩 준비했던 물질을 호주로 출국하시기 전에 전해 드리고 싶었다. 새해가 되면 나 자신 또한 회사 창업과 진행중인 프로젝트로 정신없어 대전에 내려가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대전으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새벽에 일어나 출발했다.

예배 후, 홍보나 담임 목사님을 뵙고 모았던 물질을 전해 드린 후, 서로의 앞날을 위해서 기도했다. 그러고 나서 아니나 다를까 몇번 뵈었을 때마다 나이를 묻고, 자매를 소개시켜 주시겠다던 목사님이 역시나 내 결혼에 대해서 물어오셨다.

'찾고는 있는데 쉽지 않네요.'

솔직한 심정이었고, 목사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것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생각을 부인하게 되어 버린 이 마당에.

그러나 인연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전혀 상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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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자 맘만 먹으면 뭐든지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열정과 일단 한번 해보자는 도전정신으로 넘쳐 흐르던(?) 몇년 전 대학생 시절 어느 날.
(따지시면 곤란합니다. 지금에 비하면 그때 그랬더란 이야기입니다....-.-)

교회에서의 모임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중에 올려다본 밤 하늘은 반짝이는 몇개의 별을 제외하고는 온통 어두움에 둘러쌓여 있었다.

군데군데 켜져 있던 가로등 불빛 아래 교정의 Endless Road도 어두웠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그 때 문득 들었던 생각.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아마 그날의 어두운 밤 하늘 기억은 내 마음의 반영이었으리라.

여기저기 손에 손을 잡고 학교 근처의 시내로 나가는 캠퍼스 커플들의 모습이 그날 따라 왜 그렇게 멋있게 보였는지..

'나도 내 자전거 뒤에 사랑하는 이를 태우고 교정을 거닐 수 있다면...'

그러나 당시 교회에서의 이성교제를 금기시하던 분위기와 현실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나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못 믿으실지 몰라도, 당시 남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내성적인 내가 마음에 드는 아가씨 앞에 나서서 교제하자고 말할 용기도 전혀 없었지만....

기숙사로 돌아가며 그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내 생에 연애는 한번으로 족하다.

어쩌면 그 순간을 이겨내기 위한 자기 위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의 그 생각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맺어온 수많은 인간관계들 속에서 뭇 여성들을 대하는 제 삶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사람이 내 인연일까?' 라는 생각을 갖고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고민하고 기도하다가 인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 중보하는 관계로 바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던 생각이 바로 이와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 부대끼며 사람과 세상에 대해서 배웠고, 나서서 찾지 않으면 결코 자신의 몫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의 삶을 통해서 매사에 자신없고, 나서기 싫어하는 나 자신의 결점을 조금씩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와 알고 지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는 조금씩 가르침을 베푼 삶의 스승들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따뜻한 환대가 없었다면 아마도 뒤에 숨어 있기를 잘했던 내가 세상에서 함께 어울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안 믿기십니까? 처음에 너무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때 생긴 제 별명이 철진입니다.-.ㅜ
당시 간첩 이철진이라는 영화가 유명했었죠? 푸흐흐흐.)

그런 와중에 나 자신 또한 인간이고 나이가 들어 가기에, 과연 하나님께서 맺어주시는 인연이 어디에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기도했다.

과연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할 인연을 찾음에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가 순수한 것일까?

나 자신 배우자 될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저 신앙이 같고, 내가 힘들어 지쳐 있을 때 따뜻하게 안아주고,
앞으로 나 살아가며 이루고 싶은 비전을 함께 이뤄갈 수만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이런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나 보다.

때로는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이고
평생을 함께 비전을 이뤄갈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이 나와는 종교가 다른 사람일 때도 있었고, 종교도 같고 사랑도 넘치고 비전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은 정작 나 자신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내가 원하고, 아무리 내가 보기에 상대방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더라도, 서로간의 코드와 기호가 맞아야 하고, 서로간의 감정을 공유해야 하기에,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인연을 찾는다고 하는 중에 시간이 흘러흘러 어느 덧 몇년이 지났을 때, 주변에서는 나에게 서서히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결혼 적령기에 이른 청춘남녀들이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했지만, 정작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특이하다 여기실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서 연애를 목적으로 만남을 갖는 것이 나는 너무나 싫었다.

내가 세상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들 중에서 연애 상대자를 찾고 싶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자를 이미 내 주변에 보내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소개시켜 줄 테니 얼른 연애를 하라는 권유를 듣는 것은 - 비록 나를 사랑하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을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할지라도 -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주변에서의 권유를 이기지 못하고 2004년 12월 말까지만 제 주변에서 내가 직접 찾아보고 그래도 못 만나게 된다면 말씀하신 분들이 만나보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겠다고 약속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적령기에 가족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수많은 이땅의 열혈 청춘 남녀분들의 심정에 절대적으로 동감할 수 있었다. 흑흑흑.

그 뒤부터 나는 발등이 불이 떨어진 심정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놓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면서 찾아도 나타나지 않은 인연인데 조급한 심정으로 찾는다고 나타날까?

이래저래 주변에서는 스트레스 받고, 마음먹고 기도했던 사람에 대해서 결국 이 사람이 아닌가벼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고민할 때가 많았다.

이 쓰라린 가슴을 누가 알 것인가?
아픈 가슴을 안고 잠못이루는 밤에 침대에 누워서 무협소설을 읽는 기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글을 읽다보면 고민이고 뭐고 다 없어져버리고 책에 푹 빠져 황홀감에 젖어 희죽거리게 되는 그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어라. 이게 아닌데..-.-)

하여튼 정말이지..
인연을 찾는 것은 사람을 찾아 삼만리나 되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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