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전과는 전혀 다른 삶.
깨가 쏟아지는 하루하루.
더이상 외롭지 않은 여행길.
팔짱을 끼고 보는 멋진 경치.
어깨를 껴안고 걷는 산책길.
햇살 맑은 날에 아이들과 뛰어노는 잔디밭.
콜라와 팝콘을 먹으며 즐겁게 보는 영화.
시원한 바람과 자연을 보며 하는 드라이브.
그 외에 함께 하는 수많은 일들....
그러나 정말 그건 '신천지'에 불과할 뿐임을 알았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물론, 원했던 삶을 살아갈 때도 있다.
항상 그렇게 살지 못한다는 것이 생각과는 다를 뿐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동시에 이제 나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화내고,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할 때도 있고,
서로에게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못할 때도 있다.
다만, 이제와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드는 생각은..
옆에 있으면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없으면 마치 내가 '물 떠난 고기'가 된 것처럼 보고 싶고 그립다.
아프면 걱정되고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고,
행여나 웃거나 밝은 모습을 보게 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따뜻함과 기쁨이 솟아난다.
아내 윤희와 아들 예람, 딸 예린이가
이렇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 내 삶 속에 들어온지 벌써 5년.
어제 하루 보지 못했다고 벌써 보고 싶다.
하지만, 그걸 내가 느끼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또다른 무엇.
오늘도 아내 윤희가 평안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아들 예람과 딸 예린이가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즐겁게 지내기를,
그들의 삶에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한다.
지난 9월 3일로 결혼 5주년이 지났다.
결혼한 이듬해 12월에 태어난 아들이 5살이고, 2년 뒤 10월에 태어난 딸이 이제 3살이다.
하지만, 매사에 여전히 아내의 입맛(?)에 맞추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2010년 추석 전야다.
아니, 이제 밤 12시가 넘어갔으니 추석이라고 해야겠지.
지난 이틀간은 아내와 나 사이에 어쩌면(?) 냉전이었다.
아내가 힘들게 만들어 놓은 갈치조림에 대한 나의 평가가 '정말 맛 없었다'가 된 이후로,
원치 않게 아내의 눈물을 보게 된 이후로 매사에 짜증이 났었으니,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와는 말도 별로 하지 않았고,
내 스스로도 행동과 말에 있어서 예전과는 다르게 과묵함(?)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추석 전날 아침,
한참 자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내린 것처럼 나를 뭔가가 짓눌렀다.
전날 밤에 힘들게 재운 아들이겠거니 했었는데, 왠지 너무 무거웠다.
눈을 떠보니 아내가 위에서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아내의 기분이 먼저 풀린 걸까?
아니면 날 용서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 두었다가 언젠가 꺼내려는 것일까.
어쨌든,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나도 나 스스로와 아내에게 난 짜증을 털어내고,
언제나처럼 아내에게 모닝키스를 하고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가 원하는 바를 제 때 알지 못하는 나는 결혼생활의 생초보다.
지레짐작하여 행하다보면 그만큼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아내에게 항상 해 줄 수 있는 일이 단 하나 뿐인 거 같다.
"여보. 사랑해."
라고 고백하는 것.
결혼 생활 6년째에 접어들어도 아내에게 맞춰 해 줄 수 있는 말이 저 하나라는 것.
역시 나는 언제나 결혼 생활에 있어서 초보일수밖에 없는 사람인가 보다.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만한 점들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기억이 그랬다.
올해도 역시 그렇다.
다른 점이라면 내 말 한마디 때문에 그렇다는 것 정도?
결론은 역시 내 잘못이라는 거다.
아내가 갈치 조림을 했다.
제주도 산 갈치라 조금 비쌌나 보다.
장을 보고, 갈치 조림을 했는데, 내 입맛에는 비리고 짰다.
그런데 애들은 너무 좋아하며 잘 먹었다.
깨작거리고 있던 나에게 아내가 물었다.
"왜? 맛 없어?"
사실, 나는 "맛있기는 한데, 내 입맛에는 좀 안 맞네."라고 대답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냥 "응. 짜고 비리네." 얼떨결에 대답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뒷수습을 했다.
"아니, 음식점에서 먹어떤 갈치조림에는 국물이 많더라고.."
그런데 그건 갈치 조림이 아니라 그냥 '국'이란다.
조금 조용하다 싶더니 아내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힘들게 고생해서 요리를 해줬더니 맛없다고 타박해서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렇지 않아도 입맛이 없었는데 불편한 마음에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어휴. 뭐, 내가 보내는 명절이 그렇지 뭐.
어, 언젠가 오늘의 일도 마누라가 화를 낼 때 두고두고 원망의 대상이 될텐데....
마누라, 미안해. 그건 정말 순간적으로 나온 대답이었다고~
어... 아무래도 평생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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