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왕도

Diaries/육아일기 2015/01/12 00:17 용비
아이들을 키우면서 모든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생각들이 있다.
'혹시, 내 아이는 천재가 아닐까?'
'내 아이는 성공해야 돼!'

그런 생각들에 기반하여 열심히 아이들을 '조기교육', '선행학습'의 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유치원 다니면서 뛰어 놀아야할 아이들이 학습지나 학원을 여러곳 탐방(?)하느라 밤 늦게까지 고생이다. 안타깝고도 불쌍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라고 그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솔직히 내 룸메이트와 부부싸움을 정말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 특히 첫째 교육에 있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부싸움이 일어난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주변에서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만 교육을 안 시키면 뒤떨어지고 왕따를 당한다는 이유로 우리 마님은 첫째 아들에 대해서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룸메이트가 아들에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독서 습관이다. 본인이 원해서 양질의 책을 찾아서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 맨날 둘이 싸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어른도 갖추기 힘든 습관을 이제 초등학교 2학년한테 '말 안해도 알아서 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우리 애들은 공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예체능, 이를테면 바둑이나 바이얼린, 피아노, 수영, 발레 등을 하고 있어서 다행일까.

나는 평소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판타지나 장르문학, 대하역사 소설을 주로 읽는다. 처음에 우리 마님, 내가 그렇게 책을 보는 모습을 대단히 못마땅하게 여겼다.  한번 책을 보기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보는 것이 심히 눈에 거슬렸나보다. 뭐, 이 몸의 집중력이 원래 대단하긴 하지만... 크흐흠. 암튼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고, 내가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은 대단히 거슬려하시는 우리 마님께서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있었다. 아동 전문가 중에 어떤 분이 판타지만 읽는 아이에 대해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한 어느 부모님께 이렇게 답한 것을 온라인으로 읽은 것이다.

'당신의 자녀가 그 어려운 판타지를 본다면? 아주 잘하고 있다. 칭찬해 줘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를 읽는다면 그거야 말로 대단한 일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위와 같은 내용이었다.
요즘 우리 아들 그 두꺼운 10권짜리 판타지를 열독하시는 중이시다. '퍼시잭슨과 올림푸스의 신'이라는 책이다. 그렇게 시켜서만 하고, 만화만 읽으려하고, 책 읽기를 힘들어하시던 우리 아드님이 몇시간동안 계속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우리 마님, 입이 찢어진다, 요즘.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 전집, 탈무드 전집을 사주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 마님 내가 판타지 읽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떤 글이든 잘 쓰인 글에는 사상과 인생이 있다는 나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우리 마님의 인식이 변했다.

독서에 왕도가 있을까? 자신이 재미있는 글들을 읽고, 감동을 느끼며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왕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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