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아내의 변천사. :: 2009/11/17 09:46

그동안 별로 내용도 없는 글로 게시판 목록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아내의 변천사"에 대한 내용을 기어코 오늘은 채우고야 말겠다는 굳은 다짐 속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내용은 바로...

다름 아닌, 미리 말씀드린 대로.....

마당쇠 용비가 모시고 살고 있는 이제는 우리집 "지존"이 되어버린

구윤희 마님의 애교 변천사에 대한 간략한 서술입니다.


그럼 기억을 헤집어서(?) 시대별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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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란하고 조신한 구윤희 양.


결혼 전.


제가 지금은 마님을 모시고 사는 요모냥 요꼴(?)이지만,

저에게도 용비군과 구윤희양이 만나는 연애시절이 있었습니다.

(뭐, 우리 마님은 이건 어디까지나 제 입장에서 본

제 생각일 뿐이라고 강변하시겠지만,

글이란 건 상당히, 어디까지나 쓰는 사람 맘이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마님의 반응은 그냥.. 무시합니다.)


그때는 제 눈의 안경이라고....

어찌나 얌전하고 조숙하고 참하고 아릅답고...

아,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라

아무튼 그때는 구윤희양 행동이

생판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우쨌든 저랬더랬습니다.


맥주 한잔 하는 자리에서는 얼굴을 45도 얼짱각도로 돌리고,

몸을 살짝 튼 다음 한손을 뺨에 올리고서는...

"저 술 잘 못 마셔요"

이러면서 거부하는 바람에,

괜히 남자로서의 호기로운 모습을 보인다고

생맥주 피쳐 2000시켰다가 혼자 먹느라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주량이 맥주 1000 넘어가면 혀가 꼬이기 시작하는데..-.ㅜ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는 아주 조신하게 행동을 해서,

제 주변의 사람들은 '정말 참한 아가씨네'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저를 부러워했더랬습니다.

물론 저는..... 입이 찢어졌죠.ㅜ.ㅜ


그래도 이때 우리 사이는...

서로 높임말을 사용하는 사이였습니다.

연애하면서 대충 2~3개월까지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2. 터프한 요조숙녀 구윤희 씨.


사실 제가 이론으로는 연애 9단이었습니다만,

실제로는 많이 어설펐나 봅니다.

어느 정도 안면 익히는 시간이 흐른 후,

구윤희 양께서는 바로 구윤희 씨로 승격하셨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구윤희 씨는 한마디 멘트를 날리셨습니다.


"우리 이제 어느 정도 만났고, 서로 특별한 사이니까...

지금부터 말 까자."


한동안 공간을 배회하던 제 정신을 부랴부랴 불러 들인 후,

구윤희 양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으로 여긴 저는

잠시 고민 후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그랬다가 바로 뒤통수 맞았습니다.


"아, 바로 말 까자니까 왜 높임말이야."


그 다음에도 몇번 높임말을 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

그때마다 가차없이 철퇴를 가하는 구윤희 양은

그 이후로 저에게 더이상 구윤희 양으로 남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구윤희 씨로 승격하셨죠.


저는 바로 높임말을 사용하던 사람에게 말을 놓기까지 조금은

시간이 걸리는 타입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막나가게 되는 모습을 알고는

제 스스로도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일명, "돈키호테"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음화화홧.

(실제로 저를 돈키호테라고 부르신 분도 계십니다...ㅜ.ㅜ)


서로 말을 놓은 뒤로, 더 쉽게 가까워지고,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고,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높임말을 사용할 때와는 또 다른 좋은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3. 귀여운 공주님 구윤희 님.


구윤희 씨가 된지 얼마나 됐다고...

서로 말을 놓기 시작한 뒤로 구윤희 씨께서는 최단시간에

더 높은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말을 나누다가 제가 조금 삐진 것 같으면,

'아잉, 왜 그래..' 하면서 제 팔짱을 끼거나,

저를 쳐다보면서 웃으면서 제 앞에서 애교를 피우는데 정말...

저를 얼르고 뺨치는 것을 알면서도

정신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을 제정신 못차리고 휘둘리다 보니,

어느 새 구윤희 씨께서는 구윤희 님이 되어 계셨습니다.

(사실, 우리 마님이 인간 관계에 있어서 눈치는 빠른 편입니다.)


삐지거나 성질이 나 있는 상태에서,

저렇게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애교를 피우면,

왠지 더 진행하기 어렵잖아요?

아니 그럴 때마다 순간 전의 사건을 잊어버리고

입 쩍 벌리고 헤죽거렸던 제가 조금 모자란 걸까요?(-.-).

하지만, 뭐 워때유? 제가 좋으면 그만이지. 히히히.


4. 강력한 카리스마 구윤희 마님.


그렇게 해서 우리는 대략 9개월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이 오묘하고도 놀라운 관계.

길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결혼의 정의에 대해서 고민한 결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도 한번 해봐!"


그때부터 구윤희 님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도 그렇겠지만, 남성들에게 있어서

결혼 전의 생활 패턴이나 습관들을 모두 아내에게 맞추기란

돈키호테가 제정신이 되는 것 만큼이나 참으로 어렵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결혼 전, 매일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무협, 판타지를 읽으면서 우주여행을 떠났던 저로서는

결혼 후 바로 그 생활 패턴을 확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한 5분 서로 얼굴보면서 이야기하다가 보면 더이상 할말 없어

마님 머리카락부터 발가락 끝까지 구경해야 하는 것보다

사실 우주 여행 가는 것이 더 재미있기도 했죠.


그런데 우리 구윤희 님께서는,

저의 그 생활 습관을 뜯어고치기 위해서 "나한테 칼 있수마"를 외치시며

강력한 제재를 가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강력한 지도력을 견디다 못한 저는,

컴퓨터를 하다가도 "자기야, 컴퓨터 꺼!" 소리가 들리면

바로... 끄지는 않고 그냥 사정하게 되었습니다.

"여보, 5분만. 이거 하나만. 어쩌고, 저쩌고.."


말 안 들으면 바로 삐지십니다.

그러면, 정말.. 수습 곤란했습니다.

제가 구윤희 님 옆에서 지금까지 상상할 수도, 경험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애교를 떨어야 했거든요.

뭐, 지금은 익숙해져서 노하우가 좀 쌓였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연락 주슈. 무료로 전수해 드릴테니. 우갸갸갸.


그리고 구윤희 님께서는 바로 저의.. 마님이 되셨습니다.(-.-)

감축드립니다.. 꺼이꺼이. 감격해서 눈물이 날라고 그러네.


그래도 지금은 마님이 저런 말씀을 하시면 한마디 삐약이라도 합니다.

"어허, 마님! 애니와 무협, 판타지 속에도 인생이 있다니까!"

그래도 감히 마님의 말씀을 어길 생각은 못하지만,

저렇게 하게 되었다는 게 어딥니까! 장족의 발전입니다. 흑흑.

또, 감격해서 눈물나올라고 그러네.

여러분은 감히 저렇게 되기까지 저의 피나는 인내와 노력,

두려움 극복의 그 험난한 과정을 감히 짐작조차도 하실 수 없을 겁니다.

사실 별로 안했습니다.(^^)/


이때부터 마님께서는 제가 기분이 상했거나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겨지실 때마다

마당쇠인 저에게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바로 옆으로 달라붙어서는,

"자갸, 나 어디가 제일 이뻐?" 라고 묻거나,

"내 어떤 점이 제일 좋아?" 라고 묻거나,

"나 얼마만큼 사랑해?"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또 방금 전까지의 현실을 잊어먹고서는,

어떻게 기발하고도 만족을 줄 수 있는 답변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0.1초 만에 대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냥 다 이뻐", "다 좋아", "많이 사랑해" 이런 평범한 대답했다가는,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구윤희 마님의

'계속해서 질문하며 옆구리 찌르기' 신공에 시달려야 합니다.

"코가 제일 이뻐" 라고 대답하면 "그럼 눈은? 입은? 얼굴은?..."

이렇게 자꾸 묻는 걸 보니

지금까지 완벽하게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어디가 제일 이쁘냐고 물었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콩팥이 제일 이쁘다고

말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마, 평생에 걸쳐서 찾아야 하는 오묘하고도 험난한 길이 될 것 같네요.


5. 무소불위 구윤희 왕비.


요즘은 그냥 갈 때까지 간 것 같습니다.

그냥 우리 집에서 구윤희 마님께서 왕이십니다.

마님께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셨거든요. 우헤헤헷.

음? 마님이 임신하셨는데 왜 마당쇠가 좋아하냐고요?

왜긴요. 그러니까 제가 돈키호테죠.

어, 아무튼 마님에서 바로 왕비가 되신

윤희 왕비님께서 요즘 심경의 변화가 있으신가 봅니다.

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요즘 들어 제 건강을 많이 챙기시는 걸 보니

아마도 조금 지나면 저도 마당쇠에서 집사 정도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요즘 윤희 왕비님께서는 제가 말 안 들으면 바로 짜증을 내십니다.

제가 마당쇠였다면 짜증도 필요 없었겠죠. 바로 뭉겠을테니.

조금만 더 지나면 '하늘같은'은 택도 없는 희망사항이지만,

'서방'까지는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 증거로.. 요즘 가끔 윤희 왕비님께서는 저를 호칭하실 때,

'정서방'이라고 부르거든요.(-.-)

'이, 그, 저, 야' 등등의 껄쩍찌근한

지시대명사로 부르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요즘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쓰려고 해도,

왕비님의 재가가 떨어져야 가능합니다.

'이것 쓰면 나중에 볼 때 재미있겠다' 싶은 내용도

마님께서 "쓰지 마, 쓰면 죽어!" 한마디 하시면 그냥 끝입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제 주변에는 특이한 분이 한분 계십니다.

바로 모두가 모여 있는 장소에서 시원하게 살랑방구를 뀌신 다음에,

자기 스스로가 놀라서 큰 소리로 '뭐야, 뭐야~'를 외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사장님인데요(-.-), 얼마 전에 한분 더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런 왕비님께도 애교스런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가지만 언급하자면....

대화를 하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상황설명을 '혀 짧은 목소리'로 하는 겁니다. 낄낄낄.

"점심 먹었어?"

"응, 맛난 거 먹었떠."

으이구, 귀여운 것. 저렇게 하는 왕비 봤습니까? 킬킬킬.


뭐, 새생명이 태어나게 되면 저는 '서방'에서

마당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낙엽'으로 순식간에 추락할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우리 왕비님께서 또다른 애교로 저를 즐겁게 하실 겁니다.

아, 기대된다.


자, 우리 왕비님의 애교가 어떻게 진화될지

저와 함께 기대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2009/11/17 09:46 2009/11/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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