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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7 용비 06. 신(新) 맞고.
  2. 2009/11/17 용비 05. 뮤지컬을 보다
  3. 2009/11/17 용비 04. 친구보다 연인이 우선이다.
  4. 2009/11/17 용비 03. 인연은 꼬인다.
  5. 2009/11/17 용비 02. 인연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06. 신(新) 맞고.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38 용비
이 이야기는 절대로 요즘 유행하는 재미있는 새로운 고스톱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제목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은 참..... 시대를 앞서가는 센스가 있다....
(그렇다... 나 용비도 사실 고스톱 생각이 난다.. 우키키키킥.)

물론 용비가 고스톱 게임을 재미있어 하기는 하지만,
일상 생활을 고스톱 게임에 대비시킬 만큼 도박을 좋아하...한다.

험험. 아무튼 이 이야기는 '신세대 윤희 여사에게 용비는 얻어맞고, 욕 먹다' 라는 말의 준 말이 바로 "신 맞고"라는 제목의 본래 뜻이다.

자, 그럼 요번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자.

2005년. 02월 27일.

이 날은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나서, 구윤희 여사께서 처음으로 나를 만나러 황송하옵게도 대전 동부 고속터미널로 납신 날이다.

밤 7시가 조금 못된 시각. 대전 교차로 5층(확실하지 않다.)에 있는, 우리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는 양재헌은 퇴근 준비를 하는 용비의 분주한 손길로 인해 약간은 소란스러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일하는데 아무 말 없이 혼자 갈 수 없었던 용비는 사장님과 부장님을 비롯하여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윤희랑 저녁 약속 있어요. 먼저 나갈깨요."

"어라? 어디서 저녁 먹기로 했는데?"

'제가 공주로 가야해요...'라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용비는 역시 사실대로 말하고야 말았다.

"지금 윤희가 터미널 앞의 피자 헛에서 기다린다는데요..."

갑자기 사무실이 분주하다 못해 소란스러워졌다.

"야, 우리 다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결국 저녁 맛있는 거 사줄테니 같이 가자는 사장님의 한마디 호기로운 말에, 어차피 언젠가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켜야할테니 이 참에 그런 셈 치자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야 만 용비였다.

거기다가 이왕이면 윤희를 놀래켜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주고자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간다는 것은 윤희에게 비밀로 한 채. 얼마나 순수하고도 순진한 발상이던가!!

사무실 영업용 자가용인 카니발 세컨드를 몰고서는 피자 헛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한쪽 길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가볍게 윤희에게 다가가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얘기하고는 차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가다가.... 허벌나게 욕 먹었다.

아무래도 용비의 작전 미스였다. 그냥 차 앞으로 모른 척 걸어가서 마치 거기서 사무실 사람들이 탄 차량을 처음 발견한 것처럼 미친 척 호들갑을 떨어볼 것을... 괜히 '사무실 사람들이랑 같이 자녁 먹으려고 같이 왔어'라고 한마디 했다가.... 크흑...-.-

그날 윤희 여사가 바락바락 하던 얘기의 골자는 이것이었다.
"미리 말이라도 했으면 옷도 멋진 거 입고 오고, 화장도 멋있게 하고, 어쩌고 저쩌고... 했을 텐데" 결국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사무실 사람들 데려 오는 바람에 미운 모습을 보이게 됐다는 거다.

말을 듣고 보니 속이 상했다. 아니, 그럼 나 만날 때는 땟국물이 흐르는 꽤재재한 모습으로, 입고 자던 몸빼를 입고 나와도 된다는 뜻일까? '지금 니 모습도 내 눈에는 이뻐 보이는 구만! 뭘 더 꾸며?'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채 - 사실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우쨌든 당시 분위기 상으로는 내가 입 열었다가는 얻어 맞을 분위기였다. - 덩치 좋고 힘 좋은 윤희 여사에게 끌려가길 10여미터. (과장이 약간.. 아니 좀 많이 섞였지만, 솔직히 너무 불쌍한 용비다. 힘으로도 윤희여사한테 이기지 못하니 앞으로 우째 살지 걱정된다.)

차량 안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 중에서 강력한 구원군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사장님. 사장님과 내가 양 옆에서 끌어서야 겨우 못 이긴 척 차량에 탄 자랑스런 구윤희 여사. 차에 탄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소곳했다. 썩을. (사실 사장님이 조금만 늦게 나왔다면 용비는 그 자리에서 한대 얻어 맞았을 꺼다. 꺼이꺼이. 아마 이 글 읽고서는 분명히 그럴 것이다. - 내가 언제! 나 기억 안나. 그러니 그 말은 다 거짓말이야!! 흥.)

차를 타고 우리는 유성으로 왔다. 순전히 윤희 여사 집이 가깝다는 말에. 유성에서 먹을 곳을 못 찾은 탓에 둔산까지 갔다. 정부 청사 근처의 철판구이인지 철판 볶음인지 아무튼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시키라고, 우리 용감한 사장님은... 당연히 구윤희 여사보고 말했다. 불쌍한 용비는 평소에 그런 말 듣고 싶어도 들을 기회가 없었다. 크흑.

저녁을 맛있게 먹고 - 뭐 먹었는지는 기억 안난다. 뭐라지 마시길! 벌써 6개월 전 이야기라우(-.-) - 사무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동부 비래동에 있는 우리들의 숙소를 향할 찰나, 차에 오르려는 용비의 뒤에서 옷길을 슬며시 잡아 당긴 우리의 윤희 여사. 눈치를 줬다. 그래서 용비는 말했다.

"저는 조금 더 있다 갈께요. 먼저 가세요."

사람들은 이해를 한다는 표정 반, 부럽다는 표정 반의 반, 대견하다는 표정(?) 반의 반으로 - 그 이유는... 그동안 용비가 '밤중에 좀 놀다 들어간다'는 얘기를 할 때의 동반자는 모두 남자였기 때문이다.. 어헝~ - 용비를 쳐다보고는 즐겁게 놀라는 한마디 던지고 차를 몰고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용비는 아까 터미널 앞에서의 그 격렬했던(?) 분위기를 잊지 못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가게?"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윤희 여사는 바로 대답을 했다. 무릎으로 갸날픈(?) 용비의 옆구리를 찍으면서. "당연하지. 그럼 그냥 갈라고 그랬어?" 용비한테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그 튼튼한 무릎으로 야들야들한 옆구리를 찍었을까. 흑흑. 사실은 안 아펐다.

영화를 볼까, 뭘 할까 이야기 하는 도중에 윤희 여사가 제안을 했다. "우리 맥주 한잔 하자." 물론 순진했던 용비는 당연히... 찬성했다. 안 그랬음 반대쪽 옆구리도 무릎에 찍혔을지도...

용비는 취해서 헤롱거리는데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우람튼튼한 윤희 여사는 멀쩡했다. 그래놓고 나중에 물어보니 기억 안난다고 했다. 사실 용비가 말을 재미있게, 마치 소설처럼 잘 하긴 한다. 캬캬캬캬.

대전 동부 고속터미널 앞에서 욕 먹고, 유성 고기집 앞에서는 얻어 맞고.... 천상천하유아독존천하무적우람튼튼 구윤희 여사앞에서는... 용비는 몸 사려야 한다. 아마 이런 사정은.... 의외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벌써부터 꽉 잡혀 산다는 얘길 주변에서 많이 하는 걸 보니. 에휴. 용비 성질 다 어데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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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들 중심으로 하나하나 올리는 이야기라서.... 뭐,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시간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습니다. 푸흐흐흐.

제가..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
따라서 이에 대한 '가부' 판결에 대한 항의는 받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거짓말이야!라고 주장할 사람은 한명밖에 없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원래 글이란 글 쓰는 사람 맴입니다. 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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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월 **일. 날씨 : 허벌나게 맑음.

서울에서 출석하는 "영일교회"에는 같은 나이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 한명인 <송진욱>이라는 친구가 있다. 현재 에버랜드에 근무하는 친구인데, 어떻게 해서 서로 그렇게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지 지금 내 기억속에는.... 없다..ㅜ.ㅜ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진욱이도 모른다고 한다. 크흑. 난 과연 존재감이 없나보다.)

아무튼, 진욱이에게는 당시 <이지인>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이 두사람은 10월 22일 결혼한다는 믿을 수 있는 소식이 있다. 아니 18일 이던가? 어이어이, 두사람. 언제 결혼해? 그나저나, 그래서... 그날 어떻게 출장 가는 일은 없겠지.....??-.-)

여러 날 전에 진욱이가 대학로에 뮤지컬을 쌍쌍이 보러 가자고 해서 대전에서 고이 지내고 계시는 구윤희 여사를 서울 양재역으로 불렀다. 사실 거리가 좀 멀기도 하고, 데이트라고는 서점에서 해본것이 전부인데다 단 둘도 아니고, 친구 커플이 끼는 자리라서 '어색해서 안 갈래' 이럴 줄 알았다.

그런데 웬 걸? "나 뮤지컬 무쟈게 좋아해~" 라고 하더니 바로 올라왔다. 설마 뮤지컬 보러 왔을까? 나를 보러 왔겠지. 우케케케.. 아잉.. 냐옹. =^.^=

그래도 힘들여서 서울까지 오는데, 빈손으로 어찌 맞이할 수 있으리!

그래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지인이와 함께 근처에 있는 모닝글로리에 가서 쬐끄만 사진을 끼워넣을 수 있는 핸드폰 걸이용 앨범을 두개 사서 선물 포장을 했다. 둘 중에 하나가 천원 더 비쌌다. 과연 포장을 한 두가지 중에서 더 비싼 것을 고를 수 있을까?

그렇게 양재역 앞의 KFC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를 갖기로 하고 나, 윤희, 지인이가 먼져 모였다. 그런데 의외로 구윤희 여사는 넉살이 너무 좋았다. 처음보는 지인이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서는 바로 '언니'랜다. 듣고 있던 이지인. 입이 찢어져라 벌리며(?) 댑다 웃어재꼈다. 너무 귀엽고 붙임성이 좋대나, 어쨌대나. (사실 잘 기억 안 나서 대충 둘러재친 말이다. 으헝~)

금새 언니 동생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나는 여기서도 왕따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달리 오늘날 왕따교 교주를 하고 있을리 없지. 크흑. "세상의 왕따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얼른 와서 나랑 놀아줘~"

포장된 두가지를 꺼내 놓고 하나를 골라가지도록 했다. 망할. 천원 더 비싼 걸 골라서 가져갔다. 재주도 좋지..(-.ㅜ). 할 수 없이 천원 더 싼 걸 내 핸드폰에 달고, 수다 떠는 두 여인네 사이에서 어떻게든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중간중간 끼어들어 말 걸다가 분위기 싸하게 만들기를 여러 번.

드디어 진욱이가 합류했다. 그런데.... 진욱이 핸드폰에 달린 게 내가 그때 달았던 거랑 색깔만 틀리고 똑같았다. 우린... 또 커플이 되부렀다. 흥얼..

음악 분야에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신상범"이라는 - 나이는 나보다 10살이나 많지만 외모는 나보다 한살 많은 (이래뵈도 처음보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20대 초반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교회 형님 (그래도 이분이 음악 스튜디오 오너가 됐다. SM 엔터테인먼트와 음반 7장을 내기로 계약을 했다던데, 아마 지금도 엄청 고생하고 계실 꺼다. 나중에 보아나 동방신기, SES 같은 가수들 새 음반이 나오게 되면 하나씩 얻어야겠다. 히히히.) 과 함께 대학로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뮤지컬 공연하는 배우들 중에 상범이형 동생이 있어서 표를 미리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공짜로. 우캬캬캬캬. (이게 젤로 중요하다.)

버스 맨 뒷자리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처음에는 찢어져서 앉았던 진욱이와 지인이는 나란히 앉은 우리를 보고는 얼른 같이 앉았다. "짜식들. 그럴 꺼면서 순진한 척 하기는."

하지만, 정말로 순진하고 얌전한 나는 바른 자세로 두 손을 무릎위에 붙이고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옆에서 구윤희 여사 자신있게 말을 건다.

"목자님 손~"

순간 놀랬다. 저번 날에 봤을 때 그렇게도 조신하고 조용하고 얌전하게 행동하더니 그게 다 내숭이었단 말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놀라움은 잠시, 순간적으로 가슴이 요동쳤다. 그래서 한번 째려봐 주고는 얼른 손을 잡았다. 아, 좋아라. 그래도 조금 부끄러워서인지 마주 잡은 우리 손은 얼른 윤희 여사 잠바 주머니 속으로 피신했다. 땀 났다. 으헝...

뮤지컬은 유쾌함과 풍자, 그리고 감동이 공존하는 멋진 무대였다. 주인공은 앞이 안 보이는 여자와 그녀를 따르는 부자(父子:아빠랑 아들) 개 두마리였다. 그 친구들이 자주 하며 놀던 놀이가 "개야~ 손!" 하면, 발발거리며 돌아댕기거나 뭐라고뭐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하던 개가 얼른 다가와 내민 여자의 손에 자신의 앞발을 올려놓는 것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망할. 내가 개랑 동급이야?(-.-)

배우들은 모두 다재다능했고, 유머가 있었으며, 관객을 놀래키는 연출도 있었다. 제목은 "X같은 사람, X같은 세상, X같은 이야기" 였다. 원래 X는 미지수다. 그러니 무슨 뜻인지는 알려하지 말고 그냥 미지수로 두자. 굳이 알려다가는 다치는 수가 있으니까. 여러번에 걸쳐 앵콜 공연을 할만하다 싶었다.

나랑 구윤희 여사는 연애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서울 대학로 거리를 팔짱끼고 돌아댕겼다. 괜스리 신경 쓰였다. 옆구리가 땡겼다. 갑자기 "1월에 상견례하고 2월에 결혼하라"던 대전 교회 담임 목사님 말씀이 생각났다. 우헬헬. 재밌었다.

뒤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였던 쟤가 잠깐 사이에 저렇게 변해부렀네"라는 진욱이의 한탄과 "어머어머. 팔짱 끼고 댕겨. 저들보다 오래된 우리는 왜 이렇게 썰렁해?"라는 지인이의 푸념을 양념 삼아 - 쟤네들 바로 다음에 만날 때 내 앞에서 보란 듯이 팔짱 끼고 댕겼다. 역시 요즘 애들은 배우는 게 빨라. - 팔짱 낀 구윤희 여사의 팔을 더 꼭 잡으며 폼잡고 거리를 거닐기를 얼마나 했을까. 한가지 배운 게 있다. 폼도 좋고, 연애도 좋지만, 일단 배고프면 뭐든 먹어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뮤지컬을 보고 어둑어둑해진 대학로 거리를 거닐며 여운은 만끽하다가 근처의 근사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호프와 저녁을 겸해서 이것저것 시켜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10살이나 많지만 외모상으로는 한살 많은,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과 능력을 가진 형님이 갸냘픈(?) 목소리로 나보고 "용섭씨"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자니... 그냥 술이 먹고 싶어졌다. 음악을 잘하는 것이 너무 부럽기도 했고. 역시 천재 옆에는 또다른 천재들이 모이나 보다. 푸캬캬캬캬...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도망가야지......~~.....~~........( '')
(이 때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생각보다 구윤희 여사 술 잘 마시더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윤희가 공주에 갈 버스 시간이 되어서 우리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중에 지인이도 집이 일산으로 겁나게 먼디, 눈치없이 우리만 일어났다고 진욱이한테 혼났다. 꺼이꺼이. 낸들 그리 오랫동안 지인이가 고생할 줄 알았남?-.-)

생전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러 간 아주아주 역사적인 날.
그리고 구윤희 여사의 대담무쌍 용감발랄한 새로운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 날.

공주로 가는 버스안에 몸을 싣고 출발하는 구윤희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밤하늘을 보니... 그냥 컴컴했다. 별이라도 보고 분위기 잡아볼라고 했더니. 흥. 우리는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서울 거리를 돌아댕기면서 팔짱도 끼고 손도 잡았다. 이거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닐까? 다음에 뮤지컬 또 보러 가야겠다. 푸헤헤헤헤. 아싸.

2005년 **월 **일 허벌나게 날씨 맑은 날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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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윤희를 알게 되고, 전화로 서로 이야기 하기를 몇 번.

2005년 01월의 어느 날.

그동안 충무로 한 구석의 2층 골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어느 주일에 예배를 드리러 대전으로 향했다. 교회에 들어갔을 때, 사라와 지나가는 윤희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교회에 몇달에 한번 내려갔을 때 반갑게 인사하던 여느 때와는 달리,
그냥 살포시 웃으면서 고개만 끄떡이고는 화장실쪽으로 쏘옥 들어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부끄러움을 타는 것인가? 푸흐흐흣.'

1층 휴게실로 들어가 예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다른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하 예배당으로 내려 가기 위해 나왔더니 마침 화장실에서 다시 나온 "변장한" 윤희를 보았다.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화장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저렇게도 다르게 변장을 하다니. 솔직히 많이 놀랬다. 여자들은 전부 다 변장의 귀재라던데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예배를 마치고, 병재와 광열, 동욱이와 함께 차를 마시러 자리를 옮겼다. 당연히 구윤희씨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바늘 가는데 실이 빠질 수 없지. 앞으로 내가 바늘, 구윤희가 실을 하기로 그냥 내 맘대로 정했다. 푸히히히.)

차를 마시면서 후배들이 생각하는 연애, 이성에 대한 이야기들, 어려움을 겪으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한 이야기들,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청년들이 점점 멋진 남자로 성장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광열이와 윤희의 '서로 갈구며 즐거워하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상했다. 서로를 비방하면서 즐거워하다니. 아무튼 내용의 요지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나를 광열이가 좋아한다" 라는 윤희의 주장에, "자아도취가 도를 넘어 병이 됐다" 는 광열이의 반박, "그러니까 니가 여자보는 눈이 없는 거야" 라는 윤희의 재반박으로 피(?)를 튀기는 혈전이었다.

며칠 간의 기도 후, 하나님께서 배우자로 주셨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저 '재미있네. 둘이서 잘 놀고 있구나' 라는 생각 외에는 없었지만, 예의상 광열이를 지그시 노려봤다.(물론 최대한 광열이가 내 눈빛을 오해해서 나를 좋아하게 되는 일이 없을만큼만 강렬하고 평범하게 쳐다보려고 신경을 썼다.)

시간이 흘러서 서울에 있던 조카들 문제집을 사려고 - 사실은 처음으로 윤희와 데이트를 할 겸 해서 -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카애들 문제집을 사야 하는데, 이 근처에 서점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이라고 자연스럽게 물으면서. 역시 바늘 가는데 실이 따라와야지 않겠는가? 윤희가 바로 대답했다. "나도 서점에 가야 하는데, 같이 가요."(이 당시만 해도 우리는 서로 높임말을 썼다. 난 나이 어린 사람이라도 처음 보거나 정말 친해서 말 놓기로 합의 본 사람이 아니라면 높임말을 쓴다. 알고보면 나도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은 아니다..-.ㅜ)

그렇게 우리 둘이는 최초의 데이트를 서점에서 했다.
조카들 문제집을 살 때 처음에는 옆에서 지켜보며 같이 고르는 척을 하더니 어느 새 저쪽에서 자기가 원하는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 윤희. 뭐,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어이, 이봐. 좀 더 관심을 써주지?

책을 산 다음 우리는 둘이서만 까페에 갔다. 차를 마시면서 성장 과정과 가정 환경, 가족들,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기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그때 들은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 지난 몇달간 윤희가 보여주는 워낙에 다양휘황찬란한 모습때문에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다..ㅜ.ㅜ)

한번 좋게 생각하면 모든 게 좋게 보이는 것은 하나님께서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났을 때 베푸시는 하나의 축복인가 보다. 당시 윤희가 스스로 문제점이라고 이야기했던 것들은 내게는 전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조용하고 차분하고 얌전하구나" 라는 참으로 위험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때 서로 높임말을 쓰고, 조용한 분위기의 까페에서 차분한 톤으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는 중이었으니까.

그리고 평소 '상대방이 스스로 어떤 점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이야기하더라도, 그것을 그 사람의 단점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하나의 특성으로 생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여기자' 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윤희가 말한 자신의 단점은 내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그날 서울 교회 친구인 "송진욱" 군의 생일 파티가 서울 종로에서 있었다. 그 시간에 맞춰 올라가기 위해 5시에 표를 예매했었는데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차를 놓쳐버렸다. 진욱이한테 바로 전화를 했다.

"미안하다. 연애하다가 차를 놓쳐 버려서 참석 못하게 됐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당장에 심한 반발이 들려왔다.

결국 '맛있는 거 사주는' 것으로 일단락을 짓고는 윤희랑 저녁도 먹고, 이야기도 더 하다가 늦은 밤에 금호고속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우리의 첫번째 데이트는 이렇게 진행되었고, 또 시간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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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언제할 것이냐고 묻는 목사님의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심 아무래도 마음먹은대로 되기는 틀린 것 같으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결심하고서는
'의외로 주변 사람들이 제가 마음에 안드는지 배우자 찾기가 참으로 힘들군요.' 라고만 대답했다.

내가 배우자가 갖추었으면 하고 바랬던 것들이 너무 추상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 성격이나 조건이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란 사람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들었다. '구윤희'라는 사람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홍보나 목사님이 이야기를 꺼내실 때마다 너무 부담스러워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제 주변에서 찾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말씀을 끝까지 하시기 전에 피했었는데 그날따라 심경이 변해서였을까?
누구를 말씀하실지 궁금했다.

결국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끝까지 듣고, 자매의 이름까지 들었다.
그리고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자매에 대한 엄청난 칭찬과 함께,
'며느리로 삼고 싶었을 만큼 참한 아가씨' 라고까지 하셨다.

으흐흠?
사실, 그 전까지는 '구윤희'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나가다 몇번 보고,
간단한 인사 몇마디 나눈 것이 전부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자신이 인사를 했는데,
내가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너무 쌀쌀맞게 얼굴을 싹 돌리고서는,
인사도 안 받아주고 지나가더라...... 라고 윤희가 주장하는데,
그거야 나는 전혀 기억에 없으니 무적안면철판신공을 깔고 그런 일 없었다고 강력히 다시 한번 주장하는 바이다.

평소에도 윤희 말을 들으면 진담인지 농담인지 잘 구분이 안 가기 때문에,
내 지능지수가 한자리 수와 같다..라고 하기보다는 농담으로 치부하는게 내 정신건강에는 더 이로울지도.. 푸히히히히.

아무튼 목사님 말씀하신 윤희의 이름을 듣고 나서는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이도 아니었고,
그렇게 자주 만났던 사이도 아니었지만,
이름을 듣는 순간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솔직히 그런 내 마음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한참을 윤희를 칭찬하고,
'용섭목자랑 윤희목자랑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목사님께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기도해보고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그 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나중에 서울 코엑스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농담으로 들었는지 내 본래 심정을 이야기해 달라고 해서 정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대답으로 '내가 원래 좀 예뻐'라고 큰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뭐라고 하겠는가? '어..... 맞어..' 외에 다른 말 했다가는 나만 손해인 것을.. 흑.)

단순히 이성에 대한 소개를 받아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구윤희란 사람에 대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존재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이성에 대한 소개를 받아서 그랬다고 하기에는
그동안 서울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듣고 얼굴을 보고
소개를 시켜주겠다고 말을 들었을 때 단지 부담만 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구윤희란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그 전까지는 기껏해야 구윤희라는 이름과 대학 출신,
중간에 독일에서 잠시 선교사님들과 지내다 왔다는 것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럼, 이름을 듣는 당시에 있었던 내 마음의 반응.
거기에 하나님께서 두신 뜻이 있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하며 바로 서울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출발하기 얼마 전에 대학때 기숙사를 함께 사용했던
물리과 박사과정의 대학 동기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서울에 도착해서 그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서는 대전 어느 아가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째서 그렇게 빨리 서울로 올라 갔냐고, 저녁이라도 같이 하지 그랬냐고...
그러면서 '구윤희'라는 사람이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서울에 가서 많이 아쉽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그 전에 내가 대전에 가게 되면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말하긴 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이벤트에 당첨된 댓가로...^^..)

그러면서 조용히 묻는 것이 애인이 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없다고 했다.
그런데 '구윤희'라는 사람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던데,
나보고 구윤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순간 이상했다. 목사님과 이 아가씨가 서로 짰나?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별로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얼마나 알고 구윤희라는 사람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걸까?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들었는데 절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그 아가씨의 오버액션이었단다.. 흥.. 그랬다고 하면 덧나냐? 흥흥.)

고민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바로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다니....
그럼 바로 이게 하나님의 뜻인 걸까?
구윤희라는 사람이 정말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나의 배우자인 걸까?

연말이 되기 전에 목사님께 답을 드리겠다고 했으니 시간이 빠듯했다.
충무로에서 프로젝트 진행으로 매일 밤 늦게 퇴근하며 정신없이 바쁜 중에 4일 동안 기도했다.

'과연 나에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배우자라는 확신이 있는가.'
'단순히 인간적으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목사님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런 전화를 받은 것에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이 있다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혼자서 너무 깊은 의미를 두는 것인가.'

결국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로 영접을 하기로 했다.
그때부터는 구윤희라는 사람의 마음을 내가 모르니 최악의 결과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행여나 구윤희 목자가 '난 저 사람이 싫어요'라고 거절을 하더라도,
이전의 여늬 관계들처럼 서로 중보하고
하나님앞에 한길을 가는 동역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을 갖추도록 기도하며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가 된 후, 목사님께 메일을 보냈다.

'이제 공을 구윤희 목자에게 넘기겠습니다.
구윤희 목자가 좋다고 한다면 만나보겠습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할 준비가 되었으니 목사님께서 말씀 전해 주세요.'

'윤희 목자에게 말했더니 좋다고 해서 메일을 보내라고 했으니 메일 받은 후 교제를 하라'는 답장이 이틀 후에 왔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메일이 오기는 커녕 낌새조차 없었다.
그래서 '여기도 아닌게벼'라고 생각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메일 보내라고 했지 전화하라고 했남? 흥.
아무튼.... 그동안 이론으로 쌓은 연애 9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기억 안 난다.

그렇게 그렇게 나와 구윤희의 연애는 시작이 되었다.
대전에 가서 만나고, 서울에 와서 만나고.....
친구들 몇명에게 바로 소개시키고,
영화도 보러 가고, 뮤지컬도 보러 가고,
공원 산책도 하고, 차 마시며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고.....
서울에서는 전혀 어색함없이 팔장끼고 돌아댕기고..

(사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여자가 더 용감한가 보다.
이론으로만 연애 9단이었던 나는 매 순간... 끌려 다녔다. 케헬~~)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인연이라면 한가지 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여러가지 상황이 중첩되는 것 같다.

구윤희라는 이름을 듣고 내 심장이 뛰던 것과,
구윤희라는 사람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
목사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것과,
대전 교회 사무 목자로부터 전화를 통해서 들었던 것.

모두 그날 하루 동안에 연이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전혀 어색함없이 연인 사이가 된 것도..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자신 또래이거나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면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유독 구윤희 자신에게는 그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내가 눈이 너무 높아서일까?
아니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해서일까?..... 기타 등등'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이, 이보슈. 바로 나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 거야. 캬하하하하.

생각해 보면 연인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10여년은 만난 것 같았다.
(이게 좋은 것일까?-.-.. '우린 벌써 권태기야' 라며 서로 마주보고 낄낄거렸던 우리가 약간 철이 없었던 걸까?ㅜ.ㅜ)

이렇게... 정용섭과 구윤희는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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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구윤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지,
저에게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적어보았네요. 푸흐흐.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지금은 어떤 의심도 불안도 없습니다.^^..

때가 되었으니 만나게 된 것이고,
때가 되었으니 제 앞에 나타나게 하신 것이겠지요.
그러고보면, 자신의 인연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동안 제가 대전 교회에서 몇년 간 마주치면서도
잘 몰랐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구윤희라는 사람이 제 배우자로 나타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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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조숙해 보였던 것일까?
아니 어쩌면 내 성장 과정과 현재 상황을 보고서는 굉장히 안쓰럽고 불안하게 생각들을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와서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2년이 지난 27살 때부터 주변에서 압력이 들어 왔었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안목(?)을 길러주시던 분도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심성의 아가씨를 만나야 좋은지 하나하나 경우를 들어가며 설명하신 분도 있었다.

이런저런 조건을 들어가며 어느 직업의 여성이 가장 안정적인지에 대한 열띤 강연(?)도 들었고,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도 일단 먼저 만나보라며 성화를 내시는 분도 있었다. 심지어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 오셨다가 늦은 밤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 기어코 양재에서 차를 마시면서 당장에라도 서울 경기 지방의 고등학교 여교사로 근무하는 참한 아가씨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은사님까지.

그러나, 그분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 중에는 정부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도 있고, 유능한 교사들과 간호사들도 많습니다. 또한 현재 사회 엘리트 층에서 근무하는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얼버무리며 그 순간을 모면하거나 29살 때까지는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그 이후에는 말씀대로 따르겠다고 그렇게 말씀 드릴 수 밖에 없었다.

두 눈을 부릅뜨지는 않았어도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주변에서 나만의 인연을 찾기 어언 3년째. 그러나 29살이 되었어도 어딘가에 있을 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인연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한번도 마음이 가는 아가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인연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기도해 보면, 나 혼자서만 북치고 장구치고 할 때가 많아서 결국에는 홀로 씁쓸한 웃음을 짓고 끝나 버렸다.

관계가 틀어져도 '이 사람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내 인연이 아니었나봐.'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상대방과의 관계성을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던 이전 관계로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감정의 가슴앓이로 소모해야 했을 에너지가 무시못할 정도로 많았을 테니까.

연말이 다가오자 현실적으로도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정신없는 중에, 그동안 성화시던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던 마감시한이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12월이 되고, 연말이 되었다. '결혼을 목적으로 생전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싫다' 라는 내 생각이 어쩌면 나만의 아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하고도 20일이 넘어가자 마음을 정리했다. 지난 20대에 고집스럽게 결혼 배우자에 대해 끌어왔던 생각을 접기로. 그동안 가졌던 생각은 나만의 아집이었다고.

'정녕 내가 주변에서 찾는 것보다 소개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인연을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 잘못으로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하는 것은 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마저 잠잠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아가씨들을 만나고 알고 지내면서도 연애 한번 하지 못했던 나보고 '알맹이는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름대로 확신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이런 생각으로 살아온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 싶어 허탈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나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제 새해가 밝으면 홀가분하게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12월 25일. 이제 며칠만 지나면 새해가 시작되리라. 그러면 내 삶의 모습과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겠지. 그러나 그 전에 올해가 가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대전은 대학생 시절, 때로는 고민으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설레임과 기쁨으로 밤을 지새우며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했던 영적인 고향이었고, 영적인 가족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동안 대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많은 이들을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로 외국에 파송했던 담임 목사님이 이제는 다음 해부터 직접 선교일선에 나서시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준비도 해야 하고, 환경도 예비되어야 하지만, 그 시작으로 호주에 파송하신 선교사님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서 1월 초중에 출국하신다고 했다.

기도부탁한다는 메일을 처음 받고나서부터 조금씩 준비했던 물질을 호주로 출국하시기 전에 전해 드리고 싶었다. 새해가 되면 나 자신 또한 회사 창업과 진행중인 프로젝트로 정신없어 대전에 내려가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대전으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새벽에 일어나 출발했다.

예배 후, 홍보나 담임 목사님을 뵙고 모았던 물질을 전해 드린 후, 서로의 앞날을 위해서 기도했다. 그러고 나서 아니나 다를까 몇번 뵈었을 때마다 나이를 묻고, 자매를 소개시켜 주시겠다던 목사님이 역시나 내 결혼에 대해서 물어오셨다.

'찾고는 있는데 쉽지 않네요.'

솔직한 심정이었고, 목사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것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생각을 부인하게 되어 버린 이 마당에.

그러나 인연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전혀 상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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