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아이들을 빨리 재워서 내일 문화센터에 데리고 가야 한다고 짜증을 냈다.
'늦으면 항상 늦던지, 아니면 항상 빨리 오던지.'
힘들다고 하면서 내는 짜증을 받아주다가 저 말 한마디에 분노가 치밀었다.
'내가 늦고 싶어 늦었나. 전화를 안하고 늦었나.
일을 하다보면 늦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놀다가 온 것도 아닌데.
직장에서 죽어라 일하고 스트레스 받고 집에 오면 저런 소리나 듣고 있어야 하다니.'
그 짧은 시간에 폭풍처럼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나는 역시 돈을 벌어오는 머슴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누가 너 힘든 거 몰라? 일을 하다보면 늦을수도 있는거지 왜 그렇게 매사에 짜증이야?'
글쎄. 내가 너무 앞서가는지도 모르겠다.
아내 역시 하루 종일 애 둘 건사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는 아내 나름으로 자기 힘들었다는 것을 나에게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좀 더 좋은 말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역시 하루 종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에서 집에 온 뒤,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버린 나 자신의 인내심에 대한 실망과 함께,
아직도 아내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 내 처지가 많이 씁쓸하다.
난 언제나 강해질 수 있을까.
부지런히 예수님을 따라가려고 하다보면, 언젠가 예수님을 조금씩 닮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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