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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잘못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린이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저만치 앞서가는 예람이 뒤를 따라 아내와 나란히 걷기를 한참.
아내가 갑자기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더니 한마디 했다.
"자기야. 당신 새치있다."
"그래? 근데 난 머리 숱이 많아서 알아보기 힘들텐데, 당신 눈 좋구만?"
"아니.... 당신 콧구멍에 새치 보여..." (-.-)
알고 보니 하얀 콧털 한가닥이 삐져 나와 있었던 것.
결혼 전부터 우리 마님은 내 얼굴 중에서 유난히 코에 관심이 많았다. 젠장.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을 보고 열심히 잡아 뜯은 결과(?)로 새치를 제거할 수 있었다.
난 특별할 걸까? 왜 새치가 엉뚱한 곳에 생긴담....
여성 작가가 시나리오를 적어서 그런지 대사나 상황 설정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여자들 심리를 자극했던 수작이었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극중 주인공이었던 김주원 역의 현빈에게 대다수의 여성들 (미혼, 기혼, 나이를 불문하고)이 황홀해 한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마님도 그 중 한 명. 드라마를 볼 때면, 온 집안이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자기야! 현빈 너무 멋있지 않냐? 너무 잘생긴 것 같애.. 근데 볼이 살 빠진 건 보기 싫다."
떨떠름하지만, 물어보니 대답할 수밖에.
"어~~~ 그래. 그러네...(-.-)"
덧붙여 한마디 했다.
"근데 마누라. 현빈 같은 남자 만나지 못해서 어떡허냐?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내가 현빈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랬더니 우리 마눌님 왈.
"현빈은 그냥 좋은 거고, 당신은 천생연분이지!"
그리고 들려 주는 에피소드 하나.
교회 셀에서 모이는 위대한 아주머니들 모임(?)에 가서 한마디 했다고 한다.
"우리 남편이 현빈 닮았어요!"
그 뒤로 모임에서 왕따 당했다나 어쨌다나.
근데, 마님. 어디 나를 현빈에게 비교를 해?
비교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내가 현빈을 닮을 군번이야? 그 친구는 이제 군대 간다고!
아마도 현빈이 나를 닮은 거겠지. 크히히히히.
아무래도 우리는 정말 당신 말대로 천생 연분인 것 같애.
제대로 인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 말에 '있을 때 잘해!'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어제는 긴급 휴가를 신청했다. 아침에 아내를 보니 온 몸이 아파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목이 아파서 말도 못하고 있었다.
속히 병원에 다녀오라고 하고, 하루 종일 애들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 하고, 책 읽어주고, 놀아주고, 장보러 갔다 오고, 청소하고, 밥 하고......
몸이 안 좋은 아내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방에 누워 있었는데, 정말 아내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낀 하루였다. 오늘도 아침에 출근할 때 보아하니, 목이 아파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것 같은데 애들에게 부대끼며 하루 잘 지낼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다.
다만 하나님께서 얼른 몸이 낫게 하시기를 기도할 수 밖에...
함께 있을 때는 모르지만, 어떤 사정으로든지 빈자리가 있어야 있을 때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는 저 위의 말처럼,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가 없이 내가 직접 애들을 키우는 상황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단 하루의 경험으로 소중함을 알아버렸다. 사람의 삶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정말 필요한 무엇인가를 체험하는 것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마누라.
얼른 건강해져서 또 웃는 모습으로 우리 즐겁게 살자.
당신을 두고 팀원들과 멀리 다녀와야 하는 게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돈 내고 혼자 떨어져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긴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찜찜해.
하나님께서 올해는 더욱 더 잘하라고 나한테 말씀하시나 보다.
뭘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해 봐야겠지만, 노력할께.
사랑해, 마님!
아내가 대전 처가에 내려간지 어언....
지난 토요일에 같이 내려갔으니 오늘까지 며칠이지?-.-
아무튼 일주일이 되어간다.
월요일부터 퇴근 후 썰렁한 집에 들어가니
춥기도 하고, 적막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녁 먹는게 일이다.
집에 들어가는 문을 열 때면
'아빠~~' 하고 달려오던 예람이, 예린이.
왔냐고 물으며 식탁에 밥을 차리던 아내 윤희.
보고 싶다. 그리고 밥 차려 먹는 거 힘들다..ㅠ.ㅠ
아마도 아내는 이런 말을 하면
'내가 식순이냐! 뒈질라고~' 이럴 것이다.
뭐, 안봐도 눈에 선하다.
그래도 어떡해?
어이, 여보. 난 이미 길들여졌어...??
지난 9월 3일로 결혼 5주년이 지났다.
결혼한 이듬해 12월에 태어난 아들이 5살이고, 2년 뒤 10월에 태어난 딸이 이제 3살이다.
하지만, 매사에 여전히 아내의 입맛(?)에 맞추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2010년 추석 전야다.
아니, 이제 밤 12시가 넘어갔으니 추석이라고 해야겠지.
지난 이틀간은 아내와 나 사이에 어쩌면(?) 냉전이었다.
아내가 힘들게 만들어 놓은 갈치조림에 대한 나의 평가가 '정말 맛 없었다'가 된 이후로,
원치 않게 아내의 눈물을 보게 된 이후로 매사에 짜증이 났었으니,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와는 말도 별로 하지 않았고,
내 스스로도 행동과 말에 있어서 예전과는 다르게 과묵함(?)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추석 전날 아침,
한참 자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내린 것처럼 나를 뭔가가 짓눌렀다.
전날 밤에 힘들게 재운 아들이겠거니 했었는데, 왠지 너무 무거웠다.
눈을 떠보니 아내가 위에서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아내의 기분이 먼저 풀린 걸까?
아니면 날 용서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 두었다가 언젠가 꺼내려는 것일까.
어쨌든,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나도 나 스스로와 아내에게 난 짜증을 털어내고,
언제나처럼 아내에게 모닝키스를 하고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가 원하는 바를 제 때 알지 못하는 나는 결혼생활의 생초보다.
지레짐작하여 행하다보면 그만큼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아내에게 항상 해 줄 수 있는 일이 단 하나 뿐인 거 같다.
"여보. 사랑해."
라고 고백하는 것.
결혼 생활 6년째에 접어들어도 아내에게 맞춰 해 줄 수 있는 말이 저 하나라는 것.
역시 나는 언제나 결혼 생활에 있어서 초보일수밖에 없는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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