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유쾌, 상쾌, 통쾌하게 명절을 보내본 기억이 없다.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만한 점들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기억이 그랬다.
올해도 역시 그렇다.
다른 점이라면 내 말 한마디 때문에 그렇다는 것 정도?
결론은 역시 내 잘못이라는 거다.
아내가 갈치 조림을 했다.
제주도 산 갈치라 조금 비쌌나 보다.
장을 보고, 갈치 조림을 했는데, 내 입맛에는 비리고 짰다.
그런데 애들은 너무 좋아하며 잘 먹었다.
깨작거리고 있던 나에게 아내가 물었다.
"왜? 맛 없어?"
사실, 나는 "맛있기는 한데, 내 입맛에는 좀 안 맞네."라고 대답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냥 "응. 짜고 비리네." 얼떨결에 대답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뒷수습을 했다.
"아니, 음식점에서 먹어떤 갈치조림에는 국물이 많더라고.."
그런데 그건 갈치 조림이 아니라 그냥 '국'이란다.
조금 조용하다 싶더니 아내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힘들게 고생해서 요리를 해줬더니 맛없다고 타박해서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렇지 않아도 입맛이 없었는데 불편한 마음에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어휴. 뭐, 내가 보내는 명절이 그렇지 뭐.
어, 언젠가 오늘의 일도 마누라가 화를 낼 때 두고두고 원망의 대상이 될텐데....
마누라, 미안해. 그건 정말 순간적으로 나온 대답이었다고~
어... 아무래도 평생가지 싶다...-.-
TAG 일상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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