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조숙해 보였던 것일까?
아니 어쩌면 내 성장 과정과 현재 상황을 보고서는 굉장히 안쓰럽고 불안하게 생각들을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와서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2년이 지난 27살 때부터 주변에서 압력이 들어 왔었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안목(?)을 길러주시던 분도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심성의 아가씨를 만나야 좋은지 하나하나 경우를 들어가며 설명하신 분도 있었다.
이런저런 조건을 들어가며 어느 직업의 여성이 가장 안정적인지에 대한 열띤 강연(?)도 들었고,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도 일단 먼저 만나보라며 성화를 내시는 분도 있었다. 심지어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 오셨다가 늦은 밤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 기어코 양재에서 차를 마시면서 당장에라도 서울 경기 지방의 고등학교 여교사로 근무하는 참한 아가씨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은사님까지.
그러나, 그분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 중에는 정부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도 있고, 유능한 교사들과 간호사들도 많습니다. 또한 현재 사회 엘리트 층에서 근무하는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얼버무리며 그 순간을 모면하거나 29살 때까지는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그 이후에는 말씀대로 따르겠다고 그렇게 말씀 드릴 수 밖에 없었다.
두 눈을 부릅뜨지는 않았어도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주변에서 나만의 인연을 찾기 어언 3년째. 그러나 29살이 되었어도 어딘가에 있을 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인연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한번도 마음이 가는 아가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인연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기도해 보면, 나 혼자서만 북치고 장구치고 할 때가 많아서 결국에는 홀로 씁쓸한 웃음을 짓고 끝나 버렸다.
관계가 틀어져도 '이 사람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내 인연이 아니었나봐.'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상대방과의 관계성을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던 이전 관계로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감정의 가슴앓이로 소모해야 했을 에너지가 무시못할 정도로 많았을 테니까.
연말이 다가오자 현실적으로도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정신없는 중에, 그동안 성화시던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던 마감시한이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12월이 되고, 연말이 되었다. '결혼을 목적으로 생전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싫다' 라는 내 생각이 어쩌면 나만의 아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하고도 20일이 넘어가자 마음을 정리했다. 지난 20대에 고집스럽게 결혼 배우자에 대해 끌어왔던 생각을 접기로. 그동안 가졌던 생각은 나만의 아집이었다고.
'정녕 내가 주변에서 찾는 것보다 소개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인연을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 잘못으로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하는 것은 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마저 잠잠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아가씨들을 만나고 알고 지내면서도 연애 한번 하지 못했던 나보고 '알맹이는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름대로 확신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이런 생각으로 살아온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 싶어 허탈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나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제 새해가 밝으면 홀가분하게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12월 25일. 이제 며칠만 지나면 새해가 시작되리라. 그러면 내 삶의 모습과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겠지. 그러나 그 전에 올해가 가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대전은 대학생 시절, 때로는 고민으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설레임과 기쁨으로 밤을 지새우며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했던 영적인 고향이었고, 영적인 가족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동안 대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많은 이들을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로 외국에 파송했던 담임 목사님이 이제는 다음 해부터 직접 선교일선에 나서시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준비도 해야 하고, 환경도 예비되어야 하지만, 그 시작으로 호주에 파송하신 선교사님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서 1월 초중에 출국하신다고 했다.
기도부탁한다는 메일을 처음 받고나서부터 조금씩 준비했던 물질을 호주로 출국하시기 전에 전해 드리고 싶었다. 새해가 되면 나 자신 또한 회사 창업과 진행중인 프로젝트로 정신없어 대전에 내려가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대전으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새벽에 일어나 출발했다.
예배 후, 홍보나 담임 목사님을 뵙고 모았던 물질을 전해 드린 후, 서로의 앞날을 위해서 기도했다. 그러고 나서 아니나 다를까 몇번 뵈었을 때마다 나이를 묻고, 자매를 소개시켜 주시겠다던 목사님이 역시나 내 결혼에 대해서 물어오셨다.
'찾고는 있는데 쉽지 않네요.'
솔직한 심정이었고, 목사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것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생각을 부인하게 되어 버린 이 마당에.
그러나 인연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전혀 상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TAG 연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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