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아침부터 느긋하게 대전에 내려갈 준비를 했다. 대전 외가를 방문하기 위해서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가족이 사용하던 거실에 있던 쇼파.
14층 아파트에서부터 1층에 주차해 놓은 차까지 열심히 날랐다. 너무 오랜만에 힘을 써서 오른쪽 등짝 근육이 꼬일 정도로. 숨을 쉴 때마다 뜨끔한 통증이 나를 울렸다. 역시 평소에 운동을 할 껄 그랬나 보다.(-.-)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3장 연짱 붙인 것은 결혼하고 12년 만에 처음이다. 얍실한 몸매지만, 힘쓰는 건 자신 있었는데. 흑.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7인승 올란도 2열까지 접어야 겨우 쇼파를 뒤에 실을 수 있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예람이와 예린이는 그냥 쇼파에 앉아서 대전까지 가야 했다.
솔직히 나는 은근 소심하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메지 않은 사실을 들켜서 벌금과 벌점을 받게 될까봐 국도로 가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마님도 은근 소심하다.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생각보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약 3시간 반 정도 후에 대전 유성에 도착했다.
대전 유성에 진입할 즈음, 뒷자석에서 "언제 도착해?"라고 수시로 물어보며 정신 사납게 보채던 우리 따님. 뭔가 얘기를 하다가 만우절 이야기를 했다. 나는 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우리 딸. 만우절도 알아?"
"당연하지. 거짓말해도 되는 날이잖아?"
"오호라! 그렇취~"
이때부터 나의 전성 시대(?)에 있었던 만우절 에피소드 강의가 시작되었다.
"캬~ 아빠가 어렸을 때는 만우절날 수업시간에
선배들하고 자리바꾸고 선생님한테 얻어 맞고,
옆반하고 자리바꾸고 선생님한테 얻어 맞고,
선생님들께 선생님 찾는 연락왔다고 구라치고 교무실로 돌려보냈다가 얻어 맞고, 기타 등등등."
이상하게 이야기의 끝은 얻어 맞는 걸로 정리됐지만, 결론은 "공식적으로 거짓말 해도 되는 날!"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똘똘한 우리 딸.
바로 돌직구를 하나 날렸다.
"엄마! 엄마는 너무 날씬하고 정말로 예뻐!"
어머. 아니 얘가, 겁도 없이, 감히.....(-.-)
운전하는 도중에, 순간 움찔했다.
옆자리에 앉은 마님께서 딸아이가 던진 돌직구를 받아주는 포수가 될지, 받아치는 타자가 될지 걱정되어 돌아보니, 다행히 주무시고 계셨다. 아 정말, 겁나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왜 내가 놀라야 하는 거지? 아, 나 엄청 소심해졌구나.
사랑하는 이쁜 우리 딸, 예린아.
아무리 사실에 근거한 돌직구(?)라도, 던질 때는 사람과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한단다.
그리고 가끔 커브나 싱커, 슬라이더 같은 것도 던지고 그래라.
엄마는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심기가 불편해지면 아빠가 심히 곤란해 진단다.
나 좀 살려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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