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돼! :: 2015/04/20 08:33

며칠 전의 일이다.


요즘 딸 예린이가 심상치 않다. 사춘기인가?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우리 딸은 자기 방에서 혼자 자겠다고 해서 이불을 새로 사줬더니 얼마 못가서 다시 안방에 찾아왔다. 이유는, 혼자 잠을 자려고 하니 무섭고 잠이 안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내 옆에서 내 손을 꼭 잡고 잠을 잔다. 엄마 옆도 아니고..ㅠ.ㅠ

그 날도 언제나처럼 잠을 자기 위해서 안방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그런데 아뿔싸! 자리를 잘못 잡았다. 평소에는 아내와 나 사이에 예린이가 누워 자는데, 그 날에는 아무 생각없이 예린이를 한쪽 구석으로 몰고 아내와 내가 나란히 누웠다. 평소처럼 예린이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 예린이 손이 항상 있던 자리에 없었다.

왠일인지 돌아보니 예린이가 한쪽 구석에서 등을 돌리고 못본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난감했지만, 즉시 수습에 들어갔다.

"우리 딸. 아빠 손!"
"싫어. 아빠는 엄마랑 자!" (응? 그거야 당연하지. 근데 왜 이런 일로 니가 삐지는 건데?)
"아니야, 예린이가 엄마랑 아빠 사이에서 자야지. 자 이리와, 아빠가 옮겨줄께. 그런데 우리 딸 손이 어디갔지?"
"몰라도 돼!"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야기가 조금 더 진전되었다.

"우리 딸. 냄새 나네. 우리 딸 방귀 냄새인가?"
원래는 "아니, 나 아니야" 이렇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그때부터 우리 딸, 모든 대답이 "몰라도 돼!"였다.

"아빠랑 엄마가 옆에서 자는데 왜 우리 딸이 삐졌지?"
"몰라도 돼!"
"그럼 니가 가운데 올래?"
"몰라도 돼!"

졸립기도 하고, 달래는 데 지치기도 해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우리 딸, 이름이 뭐였더라?"
"몰라도 돼!"

그때부터 나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오, 그래? 야, 몰라도 돼! 이제 자자."
"몰라도 돼! 아빠 손잡아줘!"
"야, 몰라도 돼! 너 자꾸 그러면 아빠가 또 육아일기에 올린다!"
"...."

결국 예린이 울었다. 그것도 서럽게. 한밤중에 애 울렸다고 마누라한테도 혼나고..-.-
그런데 결국 왜 아빠랑 엄마가 나란히 누워 자는데 삐졌는지 대답을 못 들었다.

얘가 벌써 사춘기인가...

2015/04/20 08:33 2015/04/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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